지난 주 시금치에서는 CES 2026의 화두였던 피지컬 AI를 다뤄보았는데요. 얼마 안 가, 움직이는 AI도 자연스럽게 필수 가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AI 이후를 잇는 새로운 패권 기술로 떠오르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양자 컴퓨팅입니다.
양자 컴퓨팅, 간단히 말하면 양자 역학의 원리를 도입한 컴퓨팅 기술입니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 중 하나의 상태를 선택해 계산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즉 중첩 상태에서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때 쓰이는 정보 단위가 바로 큐비트(qubit)입니다. 이 차이는 계산 방식 자체를 다르게 만듭니다. 문제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푸는 대신, 여러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며 정답에 가까워지는 방식이죠. 그래서 문제의 구조가 복잡해 질수록,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현재 Google과 IB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 수를 늘리고, 연산의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계산의 범위와 깊이 역시 함께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태생적으로 잘 푸는 문제가 있습니다. 최적화와 시뮬레이션인데요. 수많은 변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아야 하는 최적화 문제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의 원리와 딱 맞아 떨어지죠. 금융 산업에서 수익성과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 포트폴리오 설계하거나, 물류 산업에서 복잡한 변수를 계산해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일에 도입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뮬레이션의 출발점은 원자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계산하는 일인데요. 원자들은 기본적으로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보다는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배터리 신소재를 개발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제약 산업에서 양자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안 이슈도 빠질 수 없습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지금까지의 암호 체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인데요.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본격적으로 고도화되면, 기존의 공개키 암호 방식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에 이미 ‘2035년까지 양자 컴퓨터에도 안전한 암호 체계로 전환할 준비를 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죠. 이제 양자 기술은 연구실 속 기술을 넘어서, 정책과 제도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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