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조직운영 트렌드로 ‘넛지테크(NudgeTech)’가 떠올랐다. 글로벌 컨설팅사 가트너(Gartner)는 ‘2025년 이후 9가지 HR 업무 트렌드’ 중 하나로 넛지테크를 꼽으며, 선도 기업들이 관련 실험을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넛지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법률학자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이 정립한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건강하게 먹어라’, ‘장비를 착용하라’와 같이 직접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는 따르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뻔한 말이라 경각심을 주기 어렵고, 강제적일 경우엔 심리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넛지는 이러한 저항을 최소화하여 자발적 선택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간단한 예로, 구글은 직원들이 몸에 해로운 간식을 많이 먹는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시각적 넛지를 활용했다. 비치된 간식을 없애거나 ‘간식을 줄여라’고 말하지 않고, 알록달록 초콜릿이 보이는 간식통을 보이지 않는 통으로 교체했다. 통만 바꾸었을 뿐인데, 7주 후 직원들의 칼로리 섭취량이 300만kcal가량 감소했다. 또 현장 노동자가 계단 난간을 잡도록 유도하는 손자국 스티커나 잘 보이는 곳에 보호 장비를 배치해 장비 착용을 까먹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넛지의 일부다. 아주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게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넛지 이론에 AI 기술이 더해진 것이 넛지테크다. 컨설팅사 가트너(Gartner)는 넛지테크를 ‘AI 기반으로 사람들의 선택 방식을 설계(Design)함으로써, 개인, 팀, 조직의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도록 돕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테크가 입혀진 넛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작동하며, 고정적인 넛지와 달리 개개인의 행동패턴을 읽어 선택을 실시간으로 설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비자는 이미 각종 디지털 기기에서 개인화된 넛지를 접하고 있지만, 조직 내부 직원에게 활용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이에 선도 기업들은 직원 대상으로 넛지테크를 실험하며, 작은 행동 변화를 통해 웰빙, 생산성, 효율성 등을 향상시킬 기회를 살피고 있다.
2025년 포춘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3위에 오른 시스코(Cisco)는 HR 전반에서 직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AI 에이전트에 넛지 메시지를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는 매년 1만 개 이상 열리는 채용 직무와 직원 개개인의 역량, 관심사 등을 분석하는데, 직원에게 도움될 만한 포지션이 열리면 그 순간 개입한다. “새로운 A 포지션이 열렸습니다. 당신의 경험과 관심사에 잘 맞을 것 같은데, 지원해 보시겠어요?”라는 식이다. 이런 개인화된 제안은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성장감을 챙기고, 경력 개발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복리후생 측면에서도 직원이 놓치고 있는 혜택이 포착되면, “당신에게 해당되는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요. 확인해 보시겠어요?”라고 넛지한다. 또한 리더가 구성원의 피드백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넛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AI가 직원의 성과나 근속 패턴 등을 분석해 “이 직원은 최근 프로젝트 기여도가 높았어요. 평소에 써왔던 칭찬 메일, 지금 보내면 어떨까요?”라든가, “이 직원의 보상 수준이 시장 평균 대비 낮습니다. 연말 평가 시즌에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요.”라며 리더가 적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시스코는 AI 넛지 설계 원칙으로 ‘직원의 선택권(employee choice)’과 ‘신뢰(trust)’를 두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수천 개의 숲도 한 개의 도토리 열매에서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큰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직원들의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설계해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넛지테크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AI가 직원의 업무 리듬이나 상황을 읽고 가장 적절한 순간 순간에 넛지할 수 있다면, 웰빙을 촉진하고, 몰입을 높이며 일하는 경험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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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How Cisco uses AI agents and nudges to cut bureaucracy and free employees’ time”, October 2025, Fortune
Accelerate Workforce Productivity With AI-Powered Nudgetech, September 2025, Gartner
9 Future of Work Trends for 2025, January 2025, Gartner
"Siemens motivate 2,500 employees to increase retirement contributions”, Nudge Global
“Siemens supports its people's financial wellbeing and reduces churn through the pandemic and beyond”, Nudge Global
How AI-driven nudges can transform an operation’s performance, February 2022, Mckinsey&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