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컴투 Re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Jan 17. 2021

영화리뷰 - 로즈

아일랜드 배경 영화 - 짐 셰리든 감독, 

영화 로즈 Rose


원작은 비밀성서(The Secret Scripture)다. 원작 소설은 세바스찬 바리(Sebastian Barry)가 썼고 짐 셰리든(Jim Sheridan) 감독이 영화화 했다.  이 작품은 2016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2017년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상영되었다. 


내가 살던 슬라이고(Sligo, Ireland)는 아일랜드 북서쪽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중소도시이다. 우리집 근처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물이 화려한 호텔로 변했다. 그 호텔은 도심에 있는 호텔보다 방이 훨씬 넓고 162개의 침실중에서 89개 룸은 스위트 룸으로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기거하기에 편리하다. 마치 커넥션룸을 사용하는 것 처럼 넓게 쓸 수 있다. 거실에는 쇼파베드와 간단히 조리를 할 수 있는 전자렌지, 싱크대 등이 마련되어 있다. 1992년 사업장을 폐쇄하고 2005년에 호텔이 되었으니 호텔로 변모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 영화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아주 핸섬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정신과 의사 그린은,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정신병원이 호텔로 바뀌면서 그곳에 수용된 환자들의 진단을 담당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진단을 마쳤으나 한 노인은 그곳을 떠나려하지 않는데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믿지도 들어주도 않는다. 하지만 그린 박사는 그녀는 오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로즈는 1940년대 암울하고 여전히 종교, 국적,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던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모가 살고 있는 슬라이고로 피신하여 평화로운 삶을 살길 희망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억양을 들으면 누구나 그녀가 북쪽 출신이라는 걸 알고 피하며 비난을 하였는데, 로즈는 그에 아랑곳하지않고 씩씩하고 당돌한 태도를 보이며 보수적인 사회에서 다소 튀는 여성이었다. 진보적이고 자신만만한 로즈는 마을 사람들에게 눈엣가시같은 존재이자 남성들의 성적 대상이 되어 괴로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중 마이클이라는 공군비행조종사와 사랑에 빠지는데 마이클은 불행히 사망하고 로즈는 몰래 아기를 낳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시련은 끝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아기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50여년을 살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다름아닌 신부라는 사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시대의 시선이 한 인간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말살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녀는 성서에다 그녀만의 기록하게 되고 그래서 이 영화 / 소설의 제목이 The Secret Scripture 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에 알려진 '로즈'라는 그녀의 이름으로 된 제목보다 원제목이 훨씬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드신 어른들이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이런 기쁨을 보려고 이 나이까지 살았던게지! 하며 말하는데, 이 영화야 말로 50년이란 세월을 살아내고 이겨내고 기록한 보람이 있겠구나 싶은 결말을 보여준다. 내 삶의 끝에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써프라이즈가 있을까? 그 놀라운 기쁨이 수 십년의 고행을 기꺼이 감당할만한 것일까? 이 영화의 제목이 '고립'이었다면 어땠을까? 요즘의 고립된 생활 뒤에 뭔가 다른 희망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촬영된 이 영화는 장면 곳곳이 내가 아이들과 피크닉을 하고, 거닐고, 꽃을 따던 장소들이다. 처음엔 장소를 감상하느라 영화에 집중이 안되어 두 번을 봐야했던 영화 로즈. 이 소설은 원작자인 세바스찬이 이 도시를 지나다가 어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야기다. 꽤 그럴법한 상상력이고, 역사적 배경이 사실을 근거로해서인지 상당히 몰입도가 높다. 


#영화리뷰 #아일랜드 #영화 #짐셰리든 #비밀성서 #내고향 #해외여행 #영국 #종교 #신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