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건물주 국가 일본의 사령탑, 종합상사]
인터넷에서 일본의 경제력을 논하는 키배가 열릴 때 등장하는 표현으로 “한국은 월급쟁이 국가이고, 일본은 건물주 국가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단순화된 감은 없지 않지만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해외투자 국가이며, 매년 막대한 외환을 배당 및 기타 방식을 통해 국내로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체코의 맥주 브랜드 필스너 우르켈을 일본의 아사히맥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아시나요?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브랜드가 일본 자본의 소유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산업부문에서의 국제적 영향력은 감소했을 지라도, 돈 놓고 돈 먹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이행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예로 든 필스너 우르켈은 단순히 재무적 투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
그렇다면 이러한 거시경제적 지표야 그렇다 쳐도, 구체적으로 일본은 건물주로서 어떻게 세입자들에게 돈을 수금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구체적으로 일본의 기업들은 어떻게 해외에서 꾸준히 돈을 빨아들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가? 라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선 일본의 기업들이 어떻게 건물주로서 앉아서 돈을 벌어들이는지, 또 그와 더불어 내수경제로서의 일본의 특성이 기업경영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일본산업의 대표주자인 종합상사를 통해 알아보려 합니다.
종합상사의 비즈니스 모델: 트레이딩과 사업투자
상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상사를 무역회사 혹은 유통업체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제법 오래 전의 드라마인 ‘미생’에 나오는 회사의 모델이 바로 상사였죠.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상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우리가 일본의 종합상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하는 데 한편으로는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상사는 우리나라의 상사들과 이름은 비슷해도 그 비즈니스 모델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상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의 2가지로 압축됩니다.
1. 무역 및 유통업
2. 사업투자
1번이야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그 상사의 모습인데, 그렇다면 2번의 사업투자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와닿질 않을 수 있습니다. 사업투자란 회사를 사고 파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종합상사가 주체가 되어 다른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여 배당 등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혹은 그렇게 사들인 회사들을 다시 매각하여 거래차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젖소라고 친다면, 이 젖소를 사들여서 우유를 짜내 돈을 벌거나 혹은 어느 정도 키워서 다른 목장에 팔아 돈을 버는 것이죠.
사실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상사들처럼 무역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나중에 등장할 미쓰이물산과 같은 종합상사들은 20세기 초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부터 일본 정부와 함께 해외로 나가 그곳에서 면화와 같은 원료를 사고파는 무역업에 종사했었습니다. 좀 안 좋게 말해서 일본 제국주의를 경제적으로 떠받친 한 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고도경제성장기를 지나 버블붕괴를 겪으면서 이러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실적이 악화된 종합상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순 트레이딩 기능에만 주력하던 과거와는 달리 자원 뿐 아니라 비자원 분야에서도 회사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업모델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2021년 현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자재의 수출입 거래를 주력으로 하던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다양한 분야의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M&A가 일상화된 현대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회사를 사고 파는 것이 무슨 대단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거냐?”질문을 하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투자 전략이 일반적인 기업의 M&A 전략과의 차이는 개별 회사를 사고파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일본 종합상사들은 서플라이 체인의 각 지점에 위치한 기업들을 사들여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좀 말이 어려운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5대 종합상사의 하나인 이토추 상사(伊藤忠商事)의 식품 및 유통산업을 본다면, 이토추는 식품 원재료의 생산업체, 가공업체, 도소매 유통업체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브랜드인 ‘Dole’은 이토추가 가지고 있습니다. 또 동사는 일본의 식품유통 업계의 탑클래스 규모인 日本アクセス(니혼 액세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었고, 지금도 일본여행을 가면 질리도록 마주치게 되는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 역시 이토추가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토추는 식품 메이커에서부터 식품 유통, 최종 유통업체에 이르는 밸류체인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지분투자를 해서 돈놀이를 한다고 봐서는 곤란한 것이, 상사는 본사 직원들을 파견하여 산하에 거느린 기업들의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합상사에 종합직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은 연수기간과 적응기간을 거친 후 상당수가 산하업체의 직원 및 간부로 파견되어 경영에 개입하게 됩니다. 종합상사의 리플렛에 실리는 ‘선배들과의 대화’ 운운하는 글들을 읽어보면 외국으로 발령이 나서 갔더니 갑자기 현지 회사의 임원이더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종합상사들의 사업투자 전략의 단면을 보게 해 줍니다.
이런 식으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업계의 상류에서부터 하류에 이르는 각 지점의 주요 업체들을 사들이고 이들 간 상호 연계를 도모함으로써 산업 전체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의 수출입이나 기계류의 유통과 같은 전통적인 영업부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아직도 상당히 큰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만 종합상사를 단순한 무역회사와 차별짓게 해 주는 것은 이러한 사업투자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일본 산업계 전체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외국계 기업의 일본 지사 정도를 제외한다면 일본의 문과 대졸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군 중 하나가 바로 이 종합상사입니다.
[2편: 5대 종합상사로 알아보는 ‘소고쇼샤(종합상사)’ 비즈니스의 특징 上]
지금까지 종합상사의 총론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여기서부터는 실제 일본에는 어떤 종합상사들이 있는지를 살펴 볼 것입니다. 보통 일본의 5대 종합상사라고 하면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를 치고, 여기에 소지츠와 토요타통상을 넣기도 합니다. (그 아래에는 다소 격차가 있는 카네마츠가 있는데 회사 규모에서 좀 차이가 있고, 다른 종합상사들과 비교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영업분야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1) 미쓰비시상사(三菱商事)
미쓰비시상사는 명실상부한 종합상사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입니다. 일본에서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상사(쇼샤)’라고 하면 으레 미쓰비시상사를 뜻한다고 할 정도로 이 회사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사실 미쓰비시 그룹 자체가 사카모토 료마의 동향인인 이와사키 야타로의 무역업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근본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실제로 전후 미쓰비시 그룹에 있어서 미쓰비시 은행과 더불어 중핵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업체의 위상이 과거의 역사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서 살펴볼 마루베니처럼 예전에는 잘 나가다가 지금은 그만큼의 위상을 갖지 못하는 회사도 있고, 스즈키상회와 같이 금융위기를 초래하면서 굴욕적으로 사라진 업체도 있으니까요.
현재 미쓰비시상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종합상사 비즈니스 모델의 두 축이 트레이딩과 사업투자라고 한다면, 사업분야의 두 축은 자원과 비자원입니다. 과거 상사들은 에너지, 원자재 등의 자원의 수출입 및 거래가 주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원이라는 것이 워낙 가격의 등락이 극심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돈을 잃더라도 뒤로 돈을 벌게 해 주는 비자원 분야의 영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앞서서도 말했듯 해외투자와 내수투지의 비중 역시 국내외 경기차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중요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쓰비시상사는 자원과 비자원, 해외와 내수의 비중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쓰비시 상사는 매출 기준으로 자원과 비자원을 대략 2:3, 국내와 해외를 45%:55% 정도로 배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 일본 종합상사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미쓰비시상사가 밸류체인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를 우리에게도 일본 여행으로 익숙한 편의점 로손(LAWSON)을 둘러싼 식품, 유통, 물류산업을 통해 한번 살펴봅시다.
일본의 3대 편의점 체인은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중 로손은 미쓰비시 상사가, 패밀리마트는 뒤에 나올 이토추 상사가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 편의점 산업은 종합상사의 대리전쟁이라 부를 만 합니다. 미쓰비시 상사와 이토추 상사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단순히 재무적으로 기업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 산업에 관련된 밸류체인 전체를 장악하고 산업 전체를 육성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회사의 목록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우선 미쓰비시상사가 로손 경영과 연계되어 보유중인 자회사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담배 등 일반 상품의 판매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편의점과 달리, 일본 편의점은 오니기리(삼각주먹김밥), 도시락, 샐러드, 빵 등 신선 및 즉석식품의 매출 비중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러한 식품 매출은 마진율이 높아 일본 편의점 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쓰비시상사는 단순히 로손을 소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로손의 즉석식품 및 음료 공급을 위해 식품-유통-판매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밸류체인 상에 다수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품을 생산하는 밸류체인의 상류에서부터 최종 판매 채널인 하류까지 내려가면서 살펴보겠습니다.
� 상류 – 식품 생산 및 가공업체
• 재팬 팜 홀딩스 (일본 내 돈육·계육 생산 및 도축 전문)
• 올램 그룹 (향신료, 견과류, 곡류의 생산·가공·국제 물류에 특화된 다국적 식품기업)
• 아그렉스 두 브라질 (브라질 곡물 생산 회사)
• 리베리나 (호주 곡물 생산업체)
• 인디애나 패커스 (미국 인디애나 주의 돈육 가공 및 판매업체)
� 중류 – 식품 제조업체
• 델리카서비스 (로손 도시락·반찬 제조 전담)
• 미츠하시 (주먹밥 전문 제조업체)
• 이토햄 메이큐 (소시지 및 육가공 제품 생산, 일본 2대 소시지 메이커 중 하나)
• 샐러드클럽 (큐피와의 합작회사, 즉석 샐러드 전문)
• 미쓰비시상사 라이프사이언스 (조미료·영양소·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
• 일본식품화공 (전분·당류 생산, 일본 내 최대급 규모)
• 서니메이즈 (옥수수 기반 시리얼, 과자용 칩 제조)
• 데일리 프로덕츠 솔루션 (치즈 제조 및 유통 전문)
•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포장재·지류 패키징 전문)
� 중류 – 식품 유통업체
• 미쓰비시식품 (식품 전문상사 업계 2위, 유통·판매 특화)
• MC프로듀스 (과일·채소 전문 유통업체)
• 미쓰비시상사 로지스틱스 (물류·창고·운송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 기업)
� 하류 – 소매업체
• 로손 (일본 3대 편의점 체인 중 하나)
• 라이프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이상 미쓰비시상사 홈페이지의 사업소개 페이지의 식품산업그룹, SLC(스마트 라이프 크리에이션) 그룹의 주요 사업회사 페이지를 참조)
이러한 업체들의 목록을 보면 미쓰비시 상사가 얼마나 촘촘하게 식품의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곳곳에 자회사 및 제휴회사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미쓰비시 상사는 단순히 로손이라는 편의점 체인을 인수하여 가치를 높인 뒤 다시 매각하는 사모펀드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기보다는 로손을 중심으로 식품업계의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는 조밀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음을 이러한 자회사들의 목록을 통해 실제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미쓰비시상사가 전통적으로 종합상사를 대표하는 업체라면 최근 가장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회사가 이토추상사입니다. 미쓰비시상사가 국내외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이토추는 그야말로 국내산업, 그리고 비자원분야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토추상사의 특징을 가장 보여주는 부분이 편의점 사업인 패밀리마트(ファミリーマート)를 총지휘하는 제8컴퍼니(사업부)입니다. 일본여행을 가면 흔히 보이는 초록색 간판의 편의점들인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2012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CU가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기도 했었죠. (사실 전 아직도 CU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다는 느낌이 듭니다.)
종합상사들은 법적으로는 하나의 회사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컴퍼니제, 즉 반독립 형태로 운영되는 사업부별로 돌아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사원이 처음 배속받은 사업부에서 거의 회사생활을 마치게 된다고 할 정도로 각 사업부의 독립성이 강한 편입니다. 산하의 로손을 식품도매업체 등과 함께 컨슈머산업그룹(사업부) 소속으로 배속하고 있는 미쓰비시상사와 달리, 이토추는 아예 편의점 부문만 전담하는 제8컴퍼니(사업부)를 신설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토추의 지휘아래 패밀리마트는 나고야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점포를 갖고 있던 서클-K를 최근 합병하면서 점포수 기준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섭니다.
이번에도 패밀리마트의 편의점 비즈니스를 둘러싼 이토추상사의 밸류체인을 살펴봄으로써 산업 생태계 자체를 공략하는 종합상사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중–상류: 식품 제조업체
• Dole 인터내셔널 (바나나·파인애플 등 과일 생산 및 유통)
• 프리마햄 (햄,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 전문 제조업체)
• 후지제유 (식용유·대두 가공 및 식품기초소재 생산)
� 중류: 식품 유통업체
• 니혼액세스 (일본 최대 식품 전문상사, 유통 규모 국내 1위)
• 이토추식품 (식재 도매 및 공급 전문, 백화점·체인점 납품)
• 쇼와 (식품 도매업체, 중소형 외식업체 대상 강세)
• 이토추식량 (식품 원재료 수입 및 도매 특화)
� 하류: 소매업체
• 패밀리마트 (일본 3대 편의점 중 하나, 과거 훼미리마트로 한국 진출)
(이토추상사 홈페이지의 주요자회사 및 관련회사 페이지의 제8컴퍼니, 식료컴퍼니 페이지 참조)
이토추상사는 미쓰비시상사에 비해 제조보다는 유통과 기획에 더 힘이 실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 전문상사를 2개나 가지고 있는 것은 이토추가 식품의 중간 유통에 얼마나 주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토추상사는 현재 시가현인 ‘오미(近江)’로 불리우는 지역 출신입니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베니치아와 같은 상인의 거점으로 여겨졌고, 이토추 이외에도 마루베니, 타카시마야, 와코루 등 오미 지역을 발상지로 하는 대기업이 아직도 일본 재계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사실 전통시대부터 일본에서 생산의 중심은 공예가 발달한 교토였고 그 인근인 오미 지역의 상인들은 생산보다는 중개에 열중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유전자를 잘 보여주는 것이 오미상인의 철칙으로 여겨지는 ‘산포요시(삼방량)’ 원칙이었습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사회의 3방면이 모두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생산자라기보다는 거간꾼으로서의 그들의 뿌리를 보여주는 원칙입니다.
물론 이러한 오미상인의 특징이 이토추의 경영전략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따져 볼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추가 도쿄를 근거로 하는 미쓰비시상사에 비해서는 수직적 계열화보다는 밸류체인 중 편의점 운영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여겨지는 유통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한 것 같습니다.
[3편: 5대 종합상사로 알아보는 ‘소고쇼샤(종합상사)’ 비즈니스의 특징 下]
3) 미쓰이물산(三井物産)
미쓰이물산은 비교적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상사의 모습에 부합하는 회사입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비자원보다 자원의 비중이 많고, 위의 미쓰비시나 이토추와 달리 편의점 산업 등 유통 메이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미쓰이물산도 미쓰이식품, JA미쓰이리스 등 내수산업 업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에도 지분을 갖고 있음.)
조금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조직의 미쓰비시, 단결의 스미토모, 사람의 미쓰이라는 일본 상업계의 격언(?)이 있는데, 이것은 미쓰이 그룹, 그리고 그 그룹의 가장 대표적 회사인 미쓰이물산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튀는 사람보다는 순응형 인재를 선호하는 보통의 일본 기업들과는 달리 미쓰이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개인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 주는 풍토를 중시했는데, 재미있게도 아직도 일본의 회사평가 사이트 등을 참조하면 종업원들의 개성이 강한 편이라는 평가가 종종 눈에 띕니다. (물론 역시 이것도 부서와 사업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4) 스미토모상사(住友商事)
흔히 일본의 3대 (구)재벌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를 꼽습니다. 전전에는 막강한 본사의 힘을 바탕으로 일본 재계에 군림했던 이 구재벌들은 2차대전 패전 후 GHQ에 의해 강제 분리되었고, 전후 계열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다시 결집했지만 과거와 같은 일사불란한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고 이제는 느슨한 연합군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재벌계 기업집단들 내에서 은행과 더불어 종합상사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얘기를 단순화해 설명한다면, 본사라는 사령탑이 사라진 전후 일본 기업집단에 있어서 은행이 계열 기업에 돈을 대고, 상사는 거래처를 주선하는 형태로 각 기업들의 돈줄과 영업줄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은행과 상사가 한 팀으로 기업집단의 중핵이 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고산케(御三家, 가문 단절을 막기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3명이 분가하도록 하여 유사시에 대를 잇도록 한 데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대개 일본에서는 탑3를 뜻하는 뜻으로 쓰임)라고 불리는 일본 기업집단의 중핵에는 으레 은행 하나와 종합상사 하나는 꼭 들어가는 편입니다. 미쓰비시 계열은 미쓰비시은행과 미쓰비시상사가, 미쓰이계열은 미쓰이은행과 미쓰이물산이 주도하는 식으로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3대 구재벌의 하나인 스미토모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스미토모 상사는 미쓰비시나 미쓰이의 상사업과는 달리 2차대전 후에야 탄생합니다. 스미토모 그룹 자체는 에도시대부터 존재하였던 유서깊은 회사입니다. 포목점 에치고야로 탄생한 미쓰이와 더불어 스미토모는 17세기로 거슬로 올라가는 상인가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쓰이나 미쓰비시와는 달리 스미토모는 별도의 상사를 갖고 있지 않았고, 같은 간사이 지역 출신의 이토추상사나 마루베니를 상사 창구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스미토모가 상사를 갖게 된 것은 2차대전 이후였는데, 당시 종전으로 인해 군 휴직중인 스미토모 직원들이 일거에 복직하게 되면서 이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 스미토모 상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스미토모의 상사부문은 아무래도 스미토모 그룹 전체의 영업망을 지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상당기간 동안 스미토모 계열의 회사들은 이토추 등 기존 상사들과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스미토모 상사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스미토모 계열 전체의 대표창구로 자리잡게 됩니다.
역사 얘기가 좀 길었는데, 이런 이단아적인 스미토모상사의 역사 이외에도 스미토모는 굉장히 특이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비자원분야에 주력하는 이토추와 비교해도 월등할 정도로 스미토모의 비자원분야 비중은 높습니다. 이토추가 자원:비자원 비중이 1:3 정도라면, 스미토모는 1:7 정도로 압도적으로 비자원분야의 포션이 큽니다. 그리고 비자원 분야에서도 식품, 유통에 강한 미쓰비시나 이토추와 달리 미디어, 통신, IT 등 이색적인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미토모 상사는 J:COM 이라는 케이블TV 회사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IT 서비스 분야에서 유명한 SCSK를 가지고 있는 등 스미토모상사는 원자재나 국내 유통 및 식품산업 등에 주력하는 다른 상사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미디어와 IT에 특화된 성장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스미토모가 전통적 상사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5) 마루베니(丸紅)
5대 종합상사의 수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마루베니입니다. 일본정치사를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리크루트, 록히드마틴과 더불어 정치 스캔들 사건으로 기억이 있는 회사일텐데요, 사실 이 회사는 이토추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원래 형제간이 경영하던 두 회사는 분리와 통합을 거듭하다 2차대전 이후 최종적으로 분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에서 말한 스미토모상사를 대신해 스미토모 그룹의 영업망을 지원하며 종합상사계의 3M(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그만큼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스미토모와 같이 마루베니 역시도 메이저 3대 종합상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꾀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루베니도 전통적인 자원, 광물, 기계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규모 면에서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의 전통의 강자들에 밀리는 점을 고려하여 일찍부터 니치마켓을 개척해 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곡물 및 농산물 분야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위해 마루베니는 과거 미국의 유명 곡물 트레이딩 회사인 가빌론을 인수하였습니다. 물론 트레이딩 위주의 가빌론의 경영전략과 미국인이 다수인 기업문화는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어렵게 했고, 결국 최근 마루베니는 가빌론을 다시 매각하였습니다만 이것은 마루베니가 곡물 메이저로서의 성장을 얼마나 바라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가빌론 외에도 마루베니는 미국의 농업 자재 유통 회사인 헬레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루베니는 농업의 트레이딩 외에도 농약, 종자, 비료 등의 유통에도 참여하고 있는 셈이죠. 또 마루베니는 자체 유통회사를 보유하고 있어서 농업 기자재-트레이딩-운송, 유통으로 이어지는 농업분야의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루베니의 특징을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농업 관련 자회사들을 통해 실제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마루베니가 만든 농업제국은 일본의 종합상사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농업 상류 – 비료 및 생산 자재
• 헬레나 (미국 최대급 농업 자재 유통업체)
• 카타오카 콥 아그리, 닛세이마루베니사료, 선아그로 (비료·사료 관련 제조사)
• 매크로소스 (미국 비료 유통업체)
• 메르텐스, 오르파 인터내셔널 (네덜란드 농업자재·사료첨가제 전문기업)
• 어그리컬츄럴 케미컬스 (말레이시아 농약 제조 및 판매)
• 일본 청키 (계육 생산 전문)
� 농업 중류 – 유통 및 운송
• 토카치 그레인센터, 퍼시픽 그레인센터 (일본 곡물 저장 및 항만 운송)
• 컬럼비아 그레인 인터내셔널 (미국 곡물 집하·보관·판매업체)
• 테를록스 테르미날 마리티모 (브라질 운송·창고·항만하역 기업)
• 마루베니식료 (커피·차 등 원료 및 가공식품 유통)
� 농업 하류 – 식가공 및 소매
• 아로마 커피 (상하이 소재 커피 로스팅·판매기업)
• 에스코크 베트남 (컵라면 생산 합작사)
• 이과수 데 카페 솔루벨, 이과수 베트남 컴퍼니 (인스턴트 커피 생산)
• 크릭스톤 팜스 프리미엄 비프 (미국산 앵거스 비프 가공 및 판매)
• 레인저스 밸리 캐틀 솔루션 (호주 와규·앵거스 소 사육 및 판매)
• 대성식품, 청도전윤식품 (중국 계육 가공업체)
(이상 마루베니 홈페이지의 주요 그룹회사 일람 페이지에서 부문별 찾기 필터로 검색한 결과 참조)
이외에도 마루베니는 민간 전력 발전, 목재 및 펄프 유통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상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니치 마켓에 대한 공략 사례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업체 내부적으로는 메이저 3사에 비해서는 상사로서의 힘이 떨어지고, 미래가 불안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같은 1군이라고 해도 우승을 노리는 팀과 1군 잔류가 목적인 팀과는 처지에 차이가 있겠죠.
번외) 소지츠(双日), 토요타통상(豊田通商)
5대 종합상사와는 다소 규모가 차이가 있지만, 이외에도 소지츠와 토요타통상을 넣어 7대상사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소지츠의 경우 한자로 풀면 쌍일인데, 이것은 닛쇼이와이(日商岩井)와 니치멘(ニチメン、旧)日綿実業)이 통합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닛쇼이와이 역시 일본상업과 이와이가 합병한 회사이니 이 상사는 합병에 합병을 거듭한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눈치를 채시겠지만 아무래도 메이저 3사를 제외한 업체들은 전 산업 분야의 병진을 꾀하기보다는 말은 종합상사라고는 해도 나름대로 특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더 규모가 작은 전문상사들은 아예 다른 분야의 영업을 포기하고 특정분야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지츠나 토요타통상은 그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지츠의 경우 보잉의 일본 대리점으로 유명합니다. 즉, 보잉의 항공기를 들여와서 일본에 파는 일을 하는 셈이죠. 덧붙여 소지츠는 항공우주 분야에도 진출하여 항공기 리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전개중입니다. (물론 소지츠가 항공우주 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외 자동차 유통, 헬스케어, 인프라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지츠는 5대상사에 밀리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항공분야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자회사 목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번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항공·우주 산업 관련
• 소지츠 로열 인플라이트 케이터링 (기내식 제조업체)
• JALUX (항공기 MRO·공항 운영·항공기 리스 등 항공 종합서비스)
• JAPCON (비즈니스 제트기 임대 및 정비)
• 오카야마 항공 (조종사 훈련·항공기 판매·정비까지 담당하는 항공종합회사)
(소지츠 홈페이지의 주요 그룹회사 페이지의 항공 사회인프라본부 페이지 참조)
사실 여객기 이용객들은 항공사에만 주목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항공업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소지츠는 보잉 대리점에만 그치지 않고 항공산업 곳곳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여담으로 나이키가 처음 영세한 신발회사일 적에 자금난에 빠진 필 나이트와 나이키를 소지츠의 전신인 닛쇼이와이의 한 직원이 적극적으로 도와 자금지원을 받게 해 주었고, 덕분에 나이키가 자금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미담이 존재하는데, 아직도 나이키 본사에는 닛쇼이와이 기념비가 있다는군요.
토요타통상은 이름에서도 보이듯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 산하의 상사입니다. 이 회사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토요타의, 토요타에 의한, 토요타를 위한 상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장 좀 보태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토요타의 영업 및 조달 부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회사의 모든 역량이 토요타의 백업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업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요타통상은 토요타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각종 부품과 자재를 공급하고, 또한 토요타가 제작한 자동차를 세계 곳곳에 판매하는 판매망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토요타통상의 자회사들은 별도로 소개하지 않는 이유가, 그 목록을 실제로 보면 이게 토요타의 부서연락망인지 헷갈릴 정도로 토요타의 구매, 판매와 관련된 자회사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이 회사를 토요타의 서드파티로만 간주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인수했다는 평가를 받는 토멘과 CFAO의 인수 덕분입니다.
토멘은 도쿄면화의 약자로, 과거에는 버블붕괴 이전 한때 7대 종합상사로 불릴 정도로 네임밸류가 있던 회사입니다. 당연히 미쓰비시상사와 같은 대형 종합상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에너지, 철강, 금속, 화학, 농업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트레이딩에서 실적으로 거두고 있었고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나름 선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블붕괴 이후 경영악화로 헤매다가 토요타통상에 2006년 합병되었습니다. 이 합병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며,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에만 치중된 토요타통상이 그래도 과거보다는 종합상사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도록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CFAO는 아프리카 무역에 특화된 프랑스 무역회사입니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Compagnie Française de l'Afrique Occidentale, 즉 서아프리카 프랑스 회사의 약자입니다. 이 회사는 185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설립된 회사로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어권 아프리카(구 프랑스 식민지)를 중심으로 각종 무역 사업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아프리카 각국의 엘리트와 상업 거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현재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나 부르키나파소와 같이 외국 기업들은 진입하기 어려운 분쟁지역에까지 영업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CFAO는 아프리카 시장에 강한 토멘과 함께 아프리카 시장을 중시하는 토요타그룹의 세계전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뉴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아프리카의 반군들이 토요타 픽업트럭에 기관총을 싣고 다니는 이른바 ‘테크니컬’을 흔히 보셨을 겁니다. 물론 토요타가 직접 반군들에게 픽업트럭을 판매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토요타의 차가 얼마나 흔하게 아프리카에 굴러다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프리카는 아직도 ‘검은 대륙’으로 알려진 존재감이 많이 부족한 지역이지만(사실 특정한 피부색을 연상하는 ‘검은’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실제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진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토요타는 일찍부터 토요타통상과 거대한 영업사원 군단을 파견해 아프리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고 이것은 큰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토요타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것은 이러한 그들의 세계전략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는 수소차, 전기차의 완전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 아프리카 시장에 강한 토요타통상의 특징은 이러한 토요타그룹의 세계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나가면서
한국에도 무역업에 특화된 대기업 계열의 ‘종합상사’들이 한때 세계를 누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종합상사들은 일본처럼 사업투자회사로 변신하지 못하고, 21세기 들어 종합상사에 대한 국가적 혜택이 사라지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빠르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보다 강력해진 제조업체들의 영업부가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종합상사는 무역회사로서의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자본을 특정한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하여 업계 전체를 견인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고, 이것은 워런 버핏에게도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종합상사의 모델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넘어 금융이란, 그리고 무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가 투기이고, 어디까지가 투자인가?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을 어떻게 견인해야 하는가? 무역이란 국가의 이익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와 같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일본의 종합상사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는 이들 종합상사 이외에도 특정 부문의 무역과 유통에 특화된 전문상사들도 다수 존재하여 이러한 회사들도 야심만만한 문과 졸업생들의 유망한 취직처로 여겨집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러한 전문상사의 세계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글을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pgr21.com 자유게시판(현재는 추천게시판으로 이동)에 같은 닉네임, 같은 제목으로 제가 올린 글을 재편집하여 브런치에 올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