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두 나라의 과학제
우리나라에도 지역별로 많은 과학제가 있듯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0년 정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여러 과학제에 참가하였다. 직접 부스도 운영하고 함께 참가한 다른 부스를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큰 규모로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있고, 각 지역마다 다양한 과학축전이 있다. 강원과학축전, 전남과학축전 등 지역의 이름 뒤에 과학축전을 붙인 형태의 명칭으로 개최된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각 지역처럼 지역별로 많은 과학제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나 과학제의 명칭이 하나의 브랜드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과학제가 다음과 같이 하나의 명칭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오사카 과학제는 '청소년을 위한 과학의 제전 오사카 대회-青少年のための科学の祭典 大阪大会', 시즈오카 과학제의 경우 '청소년을 위한 과학의 제전 시즈오카 대회-青少年のための科学の祭典 静岡大会', 이런 형태로 이름이 붙여진다. 여기서 말하는 '대회'는 서로 경쟁하는 대회가 아닌 '큰 모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쿄 과학제는 '청소년을 위한 과학의 제전 전국대회-青少年のための科学の祭典 全国大会'란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일본의 지역 과학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학생이나 단체의 공모를 통해 열리고 있는 반면 도쿄 과학제는 전국 단위의 공모를 통해 행사가 개최된다. 그래서 '도쿄대회'가 아닌 '전국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과학제는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고 과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개최되는 과학제 모두 아이들에게 이 기회를 전해주기 위해 개최된다고 볼 수 있다. 그 기본적인 생각은 같지만 운영이나 분위기에 있어서 서로 다른 모습도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제
우리나라의 과학제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학부모의 엄청난 열의다. 자신의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부터는 학부모가 조금만 더 아이들이 스스로의 의지로써 선택하는 모습을 기다려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하는 학부모가 많이 있지만, 조금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학부모들도 꽤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조금 서투르게 한다 싶으면 학부모가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 체험하는 와중에도 다른 곳도 가 봐야 되니 빨리 하기를 재촉하는 모습, 시간 스케쥴을 정해서 다른 곳에 대신 줄 서 있어주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아 왔다. 간혹, 시간이 부족하니 재료만 달라고 하는 분도 있다.
이런 모습들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고 아이의 자발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본의 과학제
일본의 과학제에서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본다. 이렇게 해 볼까, 또는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정도의 말을 건네는 정도뿐이다. 아이들이 공작이나 실험을 진행함에 있어서 서투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가만히 지켜만 볼 뿐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다른 부스에 가서 미리 줄을 서는 모습도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지가려주고 지켜봐 준다.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나를 더 체험하고 가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은 수를 체험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부스를 운영하는 모습에서도 차이를 가져온다. 우리나라 과학제의 경우 체험을 했으면 결과물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듯하다. 어떤 결과물을 가져가야만 무엇인가를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성취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결과물이 있는 것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
원리의 설명보다는 단순 공작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과학의 원리나 이론의 설명이 주가 되는 부스보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있는 부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된다.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니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아이들도 설명보다는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집중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의 과학제에서도 결과물을 가져가는 부스들은 있다. 하지만 실험의 시연과 체험, 설명이 주가 되는 부스들이 훨씬 많다. 조금 전 이야기한 것처럼 많이 체험하기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체험하고자 하는 생각이 그런 부스의 비율이 높은 과학제를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체험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오사카 과학제에서는 관람객과 부스 운영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부스 운영자가 관람객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설명이 아닌,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고, 실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험에 대한 원리와 설명이 우선이 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규모와 행사 시설에 대한 차이도 찾아볼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이 토야마 과학제였다. 10년 전쯤 부스 운영의 보조 운영자로 행사에 참여를 하고, 2014년 참관을 위해 한번 더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과학제가 열리던 행사장은 토야마 현의 타카오카 시의 문화센터였다.
우리나라의 과학제의 행사장 모습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인가? 넓은 광장이나 운동장에 천막이 쳐져 있거나 컨벤션 센터 같은 넓은 실내에 부스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토야마 과학제는 전혀 뜻밖이었다.
작지만 알차게
마련된 부스는 겨우 20여 개, 그리고 그 부스를 운영하는 공간도 문화센터의 홀이 아닌 2층과 3층의 복도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부스가 실험의 시연이나 체험을 하는 형태이고 그와 함께 설명이 주가 되는 형태였다.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관람객도 그리 많지 않았다. 북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부스 운영자들은 체험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세하고 꼼꼼하게 실험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작지만 내실 있는 형태로도 과학제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형태의 과학제를 만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시즈오카의 경우도 부스의 개수는 3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크지 않은 규모로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2016년, 올해로 20회를 맞이한다. 이런 중소도시의 과학제를 보면서 '꼭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내실 있는 과학제' 부스가 비록 10개, 20개밖에 안되더라도 그런 과학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사카나 도쿄 과학제의 경우는 어떨까? 부스의 수가 더 많은 큰 규모의 과학제다 보니 당연히 행사장의 크기는 크고, 운영되는 부스의 수도 많다. 그렇지만 행사장 내부의 시설은 부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설치만 되어 있다. 부스의 제목과 게시물을 설치할 수 있는 파티션과 같은 큰 벽면과 테이블, 의자, 필요에 따른 전기 콘센트 이것이 전부다.
화려한 장치나 장식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보면 허전할 정도로 시설이 되어 있다. 일본의 첫째, 둘째의 도시에서 열리는 과학제의 화려함을 없다. 이것은 우리가 다녀본 도쿄, 오사카, 시즈오카, 토야마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과학제인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과 행사장의 모습과만 비교한다면 소박하다고 할까! 어찌 보면 초라하다고 할 정도의 시설로 운영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외적인 것에 신경을 조금 덜 쓴 만큼 더 내실 있는 과학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외적인 것보다는 내실을
우리가 오사카 과학제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주변의 선생님들께 함께 가자고 권유하고 아이들을 함께 데려가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 때문이다.
이왕에 이루어지는 과학제가 좀 더 제대로 된 과학을 전달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과학제에 관심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생각이 하나씩 변한다면, 우리나라의 과학제도 일본의 과학제에서 좋은 점들을 배워서 더 멋진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하는 이 도전이 우리나라의 과학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