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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gniteXL Apr 06. 2018

Different Positions

XL Spring 2018 2nd Day

- Drunken Tiger? No! Hungry Tiger, 청년 창업가의 실리콘 밸리 방문기. 2-


* 앞으로 약 8회에 걸쳐 연재될 본 내용은 igniteXL의 XL Spring 2018 Program에 참여한 창업기업, 추현호 대표의 소감을 엮은 것입니다.* 

move bring emotion. 새로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혁신의 기본이 된다.
San Francisco


아침 일찍 스튜디오로 향했다. 10분 정도만에 촬영을 마치고 걸어서 GSV로 이동했다.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약 20분. 조금은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2010년과 2011년의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내었던 미시시피의 골목길이 떠올랐다. 많은 이들은 미국 하면 뉴욕과 LA, 시카고, 시애틀, 마이애미와 같은 대도시를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의 또 다른 면은 넓은 대륙에 띄엄띄엄 떨어진 단독주택이 들어선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 있으면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미국 시골의 매력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의 외국생활의 일상을 시리즈화하여 방영한 적이 있다. 스포츠 스타인 한 커플은 텍사스에 다른 한 커플은 뉴욕 맨해튼에 사는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외국 생활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은 많이 공감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처: JTBC,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 미국. 혹독한 현실을 이겨낸 선수. 실리콘밸리를 향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나는 이번 미국 방문 과정에서 강아지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체계적인 고객 분석과 마켓 분석을 하고 있다. 강아지가 말을 하면 얼마나 좋겠나? 너 뭐 좋아하니? 물어보면 될 일이니까. 길을 걸으며 혹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20분을 걷는 동안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출처:물빛(대표: 정은경, 반려동물 전문 출판,미디어), 강아지가 말을 할 순 없지만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한다. 소통이다. 


GSV에 도착했다.


회사가 일전에 위워크 강남과 광화문에서 입주해있었던 터라 GSV의 환경이 아주 낯익었다. 저마다 회사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팀들이 보였다.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급하게 키친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고 몇 시간이고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는 팀들도 보였다. 지난겨울 새로운 책을 만들기 위해서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새로운 인원들을 충원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글로벌 환경과 많이 유사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서울의 스타트업 환경은 결코 실리콘 밸리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많이 느꼈다. 물리적 스페이스와 시스템은 정말이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가장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인프라, 사람, 돈) 그다음에 오는 문화일 텐데 그 문화는 안에 젖어봐야(immersion)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느껴보고 싶다.


위워크 강남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거대기업의 사옥. 스타트업들은 유니콘을 꿈꾼다. 


Proactiveness

GSV- 소피(인턴)와의 만남


마켓 리서치와 고객 미팅이 많은 팀들을 위해서 igniteXL에서 친히 인턴을 뽑아서 붙여 주었다. 문화적인 부분과 언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들에게는 참 위안이 되고 큰 힘이 되는 서포트이다. 언어적이고 문화적 어려움에 대한 말 못 할 고민으로 벙어리 꿍꿍이 속을 태울 스타트업들에게 좀 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이기 때문이다. 


GSV에서의 초기 미팅 


1) 소피와 6번의 필드 트립에 대해서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드 트립은 말 그대로 밖을 나가서 살펴보는 것이다. 살펴볼 일은 고객이다. 고객을 만나봐야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낼 수가 있다. 사람들은 사업을 자기만족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발자는 자신이 가진 우월한 기술력에 흠뻑 젖어 들어 살 사람은 생각도 않고 만들고 본다. 만들고 난 뒤에 마케팅을 아무리 해도 시작 전에 고객 분석이 되지 않으면 살 사람은 전무하다. 


2) 고객 검증과 비즈니스 모델 검증의 차원에서 왜 펫샵, 휴메인서사이티, 도그 오너를 만나는지를 토론하고 이해 점에 도달했다. 소피는 단순히 언어적인 통역과 번역에서의 도움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빌딩 과정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함께 그리며 펫 푸드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3) 소피는 여러 스타트업과 관련된 경험이 있고 캐나다의 퀸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터라 경영학을 전공한 나와 공감대 형성이 쉬웠다. 현재 UX 전문과정에 있는 단계로 본 기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많은 것을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킥스타터에서 4만 불 펀딩에 성공한 시계를 막 론칭했고 스타트업과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과 미래에 관심이 많은 듯이 보였다. 화요일 소개를 받기로 했다.


점심을 GSV에서 먹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오늘은 펫샵과 휴메인 서사이티를 갔다가 VAULT 네트워크 모임 장소로 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전략을 조금 바꾸어 샌프란시스코 도심지 안의 공원을 찾아갔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 시골 마을은 시골마을대로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교통이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대다수는 렌트를 해서 움직인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에서는 렌트를 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였는데 이유는 우버의 편리함 때문이었다. 우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팔로알토에 이르는 지역 전역을 24시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공유경제의 혁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공원에 간 이유는 분명 그곳에 산책을 하러 나온 강아지와 도그 오너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콜드 콜이었고 생각보다 바쁜 도그 오너들이 몇몇 인터뷰를 거절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인터뷰를 2명의 도그 오너들과 잘 마쳤다. 사람들은 고객 인터뷰 과정에서의 거절을 두려워한다. 이것은 사업가로서 대단히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사업은 디폴트가 거절의 연속이다. 투자 거절, 상품 판매 거절, 협력 거절, 팀원과 조직원들의 퇴사와 입사 거절 등 가끔의 성공과 지난한 실패의 연속이 사업의 전 과정인데 인터뷰 몇 번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사업을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인터뷰를 하면서 일일이 도그 오너들과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었지만 그 부분은 쉽지가 않았다. 


1st dog owner: 여성/ 50대 / 2마리 소형견 / 로우 푸드를 먹임 / 가격 신경 쓰지 않음 / 강아지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 / 강아지는 가족에게 힐링, 안식처

2nd dog owner: 여성 / 70대 / 1마리 소형견 / 주로 건식 사료를 먹이나 가끔 오트밀을 먹음 / 무난한 브랜드 선택 / 손녀딸의 유모차와 함께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옴 / 강아지는 가족


나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반려동물에게 쏟는 시간과 쓰는 고정 비용이 높을 것이라 가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그 오너들을 만나면서 그 부분을 지속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고 만약 내가 만들려고 하는 도그 푸드의 어떤 부분들이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최우선 고객으로 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최우선 핵심 타깃 고객을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VAULT(샌프란시스코 내의 한 밋업 장소)로 오는 길에 2명의 도그 오너들을 더 만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길가에서 오래 잡고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인사만 나누고 가는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드렸다. 펫 파크에서 확실히 도그 오너들에 대한 인터뷰를 더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와 2번째 필드 트립에 대해서 위치를 레드우드시티, 산마테오 지역의 휴메인 서사 이티, 펫샵으로 선정하고 내일 필드트립을 확정했다.


Meetup


igniteXL은 항상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Meetup, Networking event를 기업의 특성에 맞게 추천해주는데, 오늘은 igniteXL과 함께 VAULT에서 열리는 'SPEED PITCHING & MENTORING – Connecting startups & investors'를 참가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기적을 만든다.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 놓여지는 운명적 다리.


VAULT에서 느낀 점

1) 우선 7명의 투자자 혹은 멘토로 앉아있는 분들 중에서 패밀리 부를 이용한 벤처 투자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

2) 7명의 멘토 중 아시아인은 4명/서양인은 3명이었다.

3) 행사를 주관한 이는 아시아인이었으며 멘토로부터 이미 투자와 엑셀레이팅을 받았다.

4) 행사 진행에 미숙한 점이 많았다. 시설물 체크와 클리커 준비 부족, 그리고 행사 진행자가 멘토의 말을 끊고 들어와 말을 끊는 바람에 몇 번이나 멘토/투자자가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5) 행사장이 지하여서 덥고 답답했지만 사람들의 열정과 눈빛은 뜨거웠다.

6) 멘토/투자자로 앉아있는 분들 빼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가였다.

7) 돈줄 사람은 7명인데 나머지 모두가 돈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비대칭 구조에서 결국 파워는 돈을 주는 사람에게 있다.

8) 파워가 없는 이는 파워가 있는 이의 눈에 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의 논리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9) 첫 번째 피치 발표자는 말이 많았다. 멘토들의 말에 반문하고 싶어 했지만 스탠퍼드 노교수가 입을 다물고 들으라고 조언했다.

10) 두 번째, 세 번째 피치 발표자부터는 발표와 인터액션이 상호적이었다. 원칙은 첫 번째 발표자에게만 적용되었다.

11) 몇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투자자에 대해서 잘 모른 상태로 피칭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일까? 피칭은 자신의 회사와 관심분야가 맞고 피칭에 관심을 가질만한 회사를 미리 선정하고 결과(초기 데이터)를 만들고 난 이후에 피칭이 적합한 게 아닐까?

12) 피칭이 이뤄지는 동안 나는 멘토들의 눈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았다. 몇몇 멘토들은 처음의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하품을 했고 집중력이 흩트려졌다. 발표의 순서 때문일까? 아니면 피칭의 퀄리티가 낮아서일까?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일 년에 약 1000개의 회사를 만나고 그중 5-10개의 회사에 투자한다. 하품이 나올만하지 않을까?

13) 3분 발표 / 6분 멘토링. 이러한 피칭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맞을까? 동일한 목적을 가진 수많은 경쟁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게 되진 않을까? 실제로 2번째 여성의 SNS 피드 메신저 발표를 들으며 최근 친하게 소통하고 있는 한 대표의 페이스북 마케팅 사업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놀라웠다. 1000개의 회사를 만나는 멘토들에게는 그런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이 똑같은 경우가 말이다.

14) Team. Team. Team. 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다들 말하는데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태도인가 능력인가? 태도와 능력이 갖춰져도 아이템과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면 그 팀은 실패할 것이다.

15) 왕 회장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곧 IPO를 앞두고 있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CEO를 군중 속에서 소개했다. 그의 눈빛에서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드러났다. 성공적인 투자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었고 그 투자를 받고 회사를 성공시켜 자신과 투자자를 성공시킨 창업자의 모습에서도 이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알에서 깨어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킨 이의 여유로움이었다. 


두 번째 발표팀의 피드백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분명 비슷한 아이템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비슷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삼성에 음식 조리 도구를 판매하여 대박을 낸 멘토는 이 팀을 극찬했다. 왕 회장님은 추후에 다시 만나자고 즉석에서 말했다. 피칭 스테이지에 오른 스타트업 대표는 피칭을 잘한 것일까? 아니면 레퍼런스가 충분했던 것일까? 2번째, 3번째 미팅을 거쳐 투자 심의회에 오른 그 회사는 과연 투자를 받아내었을까? 궁금하다. 


지하에서 이뤄진 이 스타트업 피칭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는 이 행사에 펀딩을 할 수 있는 투자자가 오기 때문이고, 돈이 있는 곳에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년 대구시는 이러한 행사를 한번 개최하는데 수억 원의 비용을 행사에 쓰고 있다. 그러한 예산 사용이 낭비라고 몇몇 사람들은 우려를 표한다. 그런데 지방에서 스타트업 행사를 개최하려면 결국 영향력이 있는 펀드를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와야 하고 그러려면 스테이지가 규모가 커야 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본 이곳에서의 행사는 소박했다. 화려하지 않았고 피자 몇 조각과 콜라, 음료, 맥주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이것이 문화적 차이라고 본다. 소소함과 일상 속에서도 엄청난 부의 흐름이 일상화된 곳, 그곳이 내가 느낀 실리콘 밸리였다. 몇조 단위의 펀딩을 운영하는 투자자들과 막 회사를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거대 네트워크가 캐주얼하게 형성되는 곳. 샌프란시스코의 매일 밤은 곳곳의 밋업 행사들로 쉴 틈이 없다. 도시는 잠들지 않고 새로운 혁신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다. 잠들지 않는 도시 그리고 태동하는 혁신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어나고 그 만남의 환경을 최고로 조성해주는 것이 도시의 역할이다. 


혁신의 플랫폼 실리콘 밸리는 혁신의 드나듬이 자유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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