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튜디오 최초 글로벌 AAA급 히트작
2022년 지스타. 게임 업계에서 일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본 지스타여서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다. 당시 수많은 신작들 속에서 가장 주목받은 게임이 바로 <P의 거짓>이었는데, 네오위즈 부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기다릴 엄두조차 안 났던 걸로 기억한다.
날카롭고 고딕적인 세리프 폰트를 사용하여 다크 판타지 특유의 잔혹함을 표현했다. 특히 붉은색의 P는 피노키오(Pinocchio)와 피(Blood)를 중의적으로 표현하며 상징적 포인트가 된다. 글자를 감싸며 유려하게 뻗은 곡선들은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는 실로, 게임의 배경이 되는 19세기말 벨에포크 시대의 화려한 철제 장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이다.
'서곡'을 뜻하는 OVERTURE 부제가 붙은 버전
장식을 생략한 가로형 로고 타입
화려한 복장, 아름다운 소년의 외모와 대비되는 차갑고 기계적인 기계 팔. 그리고 뒤로 보이는 파괴된 크라트 시의 배경. 인간이 되고자 하는 기계인형이라는 주제 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
눈발이 날리는 푸른빛 설원을 가로지르는 붉은 꽃잎의 강렬한 색상 대비, 홀로 숲을 걸어가는 뒷모습과 남겨진 발자국은 고독함과 미스터리한 서사를 강조한다.
시각적 보색 대비는 시선을 사로잡는 표현 기법이다. 무채색과 한색 계열로 전체적인 배경을 무겁게 눌러주고, 로고의 P와 붉은 꽃잎에만 포인트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시그니처 컬러 Red를 뇌리에 각인시킨다.
무거운 게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팬들과 소통하는 다채로운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아트워크
다크 판타지 장르라고 해서 항상 무겁고 어두운 아트워크만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친근한 화풍의 일러스트는 커뮤니티의 팬아트 문화를 자극하고, 세계관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피의 거짓 세계관의 집사 인형 캐릭터들이 대전 격투를 벌이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글로벌 정식 출시를 축하하며 개발진이 헌정의 의미로 공식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했던 특별 축전이라고 한다. 실제 콜라보레이션 모드가 출시된 건 아니었지만, 타사의 신작을 세계관 속에 위트 있게 녹여내어 축하해 준 이 방식은 (아케이드 기기 하단의 CAPCOM 로고까지)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훌륭한 소셜 브랜딩 사례이다.
2022년 지스타 현장에서 직접 보았던 수많은 인파와 기대감은 출시 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흥행 성과로 증명되었다. <피의 거짓>이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게임성과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킨 시각적 브랜딩도 자리 잡고 있다. <피의 거짓>은 한국 게임의 글로벌 콘솔 시장 진출이 충분한 경쟁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 작품의 성과를 교두보 삼아, 앞으로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국산 게임들의 도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