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17(화)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회사 동료 네 명과 함께 일본 히로시마로 짧은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1월 초, 이곳에 남게 되었다는 인사 발령이 확정되었을 때 가볍게 꺼냈던 약속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 시간이 찾아왔다. 개인 휴가로 떠난 길이라 마음은 한결 가벼웠고,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내고 있을 직원들을 떠올리니 더없이 편안했다.
히로시마의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투명했다. 이곳보다 약간 높은 기온 속에서 맞이한 골프장은 완연한 초록까지는 아니었지만, 페어웨이 위로 펼쳐진 양잔디의 푸릇함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점수는 적었지만, 그 숫자에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는 웃고, 떠들고, 가끔은 바다를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세토우치의 잔잔한 바다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데가 있었다.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라운딩을 마치고 호텔 대중탕에 몸을 담갔을 때, 하루의 피로가 물속으로 조용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뒤에 찾아간 식당에서 먹은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에서 먹던 것과 사뭇 달랐다. 특히 양배추의 단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았다. 옆자리에서는 일본 회사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작은 음식 하나에도 환하게 웃고, 서로의 잔을 채워주는 모습에서 직장인의 삶이란 국경을 크게 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게,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돌아오는 날, 이상하게도 공이 가장 잘 맞았다. 왜 늘 마지막에야 감이 잡히는 걸까. 연습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마음이 편안해진 덕일까. 스스로에게 묻다가, 결국 답은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무엇이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 짧은 여행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다. 또 언제 이런 시간이 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는 내가 맡은 일과 나의 하루에 조금 더 성실해지기로 한다.
그리고 문득, 바다를 바라보던 그 조용한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