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바 음악 좋아하시나요?



맥주와 여행 이야기로 가득한 내 브런치에서 음악 이야기를 처음으로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음악에 조예가 깊지 못하다. 그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것 뿐이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탁PD의 여행수다> 챗팅방이었다. 이 챗팅방은 그야말로 괴상하고 야릇한 방이다. 반드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깊이가 있고, 갑툭튀 전문가들이 나타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모든 주제는 여행으로 통한다!


이번에는 그것이 큐바 음악이었고, <치코와 리타>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밤새 여행 수다가 있었나 보다 - 나는 주로 10시면 잠들기 때문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멕시코 여행 이야기가 있었고, 큐바 여행으로 이어졌으며, 아이디 <시리>님이 영화 <치코와 리타>를 추천해 주셨다.


이에 대해 탁PD님이


저도 넘나 사랑하는 영화... 거기서 둘이 프래홀레스 먹을 때 저도 츄르릅 했어요. 저도 넘나 좋아하는 요리 ㅠㅠ


라고 답하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아이디 <Chang>님은 이 영화가 큐바에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며, 이 영화의 트레일러 영상을 남겨 주셨다.

Chico & Rita | trailer US (2010) 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Youtube


또힌 아이디 <다엘, 나엘 네^^>님이 체 게바라 때문에 큐바에 가고 싶었다는데, 오래전 나 또한 그랬다.


오래전 나는 ‘체 게바라는 슈바이처에 비견될 만큼 20세기의 성인이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때 친구들 반응은 ‘그래서?’ 였던 것 같다. 친구들아 아직도 그러니?


이 이야기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였다면, 난 한편의 영화나 찾아 보고 끝났을 텐데, 큐바 음악에 불을 지핀 한 분이 나타나셨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 세계를 두루 여행하며, 로컬 음악이란 음악은 모두 흡입하는 세계민속음악의 크롤러이시다. 여행수다 172회와 176회를 빛내 주신 신경아 직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치코와 리타>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요. 치코는 베보 발데스라는 쿠반 피아니스트의 인생을 그린 일대기구요.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음악은 모두 그가 연주했어요. 그리고 리타를 노래하는 가수는 스페인의 플라멩꼬 가수 에스트레야 모렌테인데 그녀도 대단히 유명한 가수이고요. 이 영화를 감독한 페르난도 트루에바가 만든 다큐멘터리 <Calle 54>도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전설적인 영화죠.
- 이상 <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의 저자가 리포트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쿠바 음악 좋아하신다면 또 추천하고 싶은 음반 dvd가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의 실제 주인공 베보 발데스와 플라멩꼬 남자 가수 엘시걀라가 협업한 <Lagrimas Negras (검은 눈물)>이라는 음반인데요. 이 음반의 dvd도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이 만들었는데 너무너무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줍니다. 한국에도 라이센스로 나왔는데 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친절하게 유튜브 영상도 올려 주셨다.


<Lagrimas Negras> 영상은 유튜브에도 몇 개 있네요. 여기서 피아노 치는 할배가 바로 <치코와리타>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이거 녹음할 때가 아마도 80 넘었을 거여요. 저는 90 넘었을 때 연주하시는 걸 파리 공연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경이로왔죠.
Bebo Valdés & Diego El Cigala.- Lágrimas Negras, Youtube


여행수다 챗팅방이 이런 곳이다.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에 추천과 댓글이 이어지는 곳. 툭 던진 돌에 맞아 죽을 개구리는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신경아 작가님의 추천에 대한 반응은 상당했다.

아이디 <SoL>님은 <치코와 리타>가 그냥 틀어만 놔도 잼있다며 한마디 보탰고, 아이디 <sue>님은 매일 저녁 춤추고 노래하는 트리니다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디 <트리스탄>님은 <Acta general de Chile(한국어 제목, 칠레의 모든 기록)>이라는 남미 다큐 영화를 추천해 주셨고, 아이디 <혼쬬니>님은 <두 교황>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추천해 주셨다.


이런 훈훈한 추천과 댓글이 오고 가는 가운데 나는 문득 나의 이십대가 떠올랐다. 당시 내가 빠졌던 큐바 음악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밴드였다. 이 밴드의 일대기는 동명의 영화로도 나와서 나는 오래도록 이들의 음악을 사랑했었다. 그러다 한동안 어떤 이유도 없이 잊혀졌는데 오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이자 음악 감독인 라이 쿠더가 우연히 알게된 전설적인 큐바의 밴드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큐바의 혁명전, 큐바 재즈를 노래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하지만 이 클럽의 멤버들은 큐바 혁명과 그 이후 음악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사정이었다. 어떤 이는 구두닦이로, 어떤 이는 이발사로 살아 가고 있었다. 라이 쿠더는 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기하지 않고 하나 하나 찾아내 그들을 공연장에 앉혔다. ‘우리가 다시 연주할 수 있을까?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하던 멤버들은 어느새 자신감을 찾아 갔고, ‘우리가 카네기홀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 라며 흥분했다. 영화의 절정은 역시 뉴욕의 카네기홀에서의 공연 장면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밴드의 리더인 콤파이 세군도가 큐바 국기를 꺼내 흔드는 장면이 있다. 대부분이 미국 국민들인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한다. 미국의 한복판에서 큐바 국기를 흔드는데 기립하여 박수를 친다? 다시는 이런 장면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음악에는 적국이 없는 장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리면 잊지 못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가장 고령의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와 홍일점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듀엣 장면이다. 둘이 가운데에 마이크를 두고 마자보면서 부르는 장면인데, 노년의 듀엣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Buena Vista Social Club OST, Youtube


그런데, 이제 이런 듀엣 장면은 다시는 볼 수 없다. 이브라힘 페레르는 2005년에 작고했다. 듀엣 장면 뿐만이 아니다. 1930년생인 오마라 포르투온도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큐바 여행으로 시작한 여행 수다는 치코와 리타를 거쳐, 영화의 실제 모델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로 이어졌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다니아 클럽으로 끝났다. 실제 자료를 찾다 발견한 점은 치코와 리타의 OST 중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곡 베사매 무초(Besame Nucho)를 아마디토 발데스가 연주하고 그의 딸인 이다니아 발데스가 불렀다. 또 이들은 원년 멤버가 사리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들이 베보 발데스와 혈연 관계가 아닐까 하는 나의 추리는 '글쎄다'로 끝난 것 같다.


오늘의 여행수다 챗팅방에서의 쿠바 음악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항상 그러하듯 누군가는 나타날 것이다. 뒷북을 들고.




추신 1. 치코와 리타 OST의 디지털 음원은 지니 뮤직에는 있고, 멜론에는 없다.



추신 2. 베보 발데스의 <Lagrimas Negras> 앨범의 디지털 음원은 국내에서 들을 수 없다.


추신 3.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2016년 월드 투어를 끝내고 영원히 안녕을 고했다. 이것이 그들의 두 번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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