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존중이 나를 꿈꾸게 하네
(존중이란 이름의 만능열쇠)
“태초에 삶의 지침이 주어졌다. 우리는 남에게 친절하라고 배웠다. 서로 존중하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돌봐야 한다고. 기본을 지킨다면 어떤 문제도 없다.”
- 인디언 푸에블로 족 ‘가르침’ 中
어느 경찰관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많은 사건들, 수많은 칼부림 총부림이 왜 일어나는지 아느냐고. 바로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기분 때문이란다. 그러니 남을 무시하면 칼 맞을 수도 있다고, 조심하라는 말로 경찰관의 이야기는 마무리 됐다. 무시는 어느 누구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그 반대에 있는 존중은? 말할 것도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마음을 드높이고 영혼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일 테다. 존중은 영혼의 문을 여는 만능열쇠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내게는 민정이라는 짝꿍이 있었다.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갈 무렵, 나는 민정이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그때 우리는 꽤 건설적인 학생들이었는지 “너는 크면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주고받고 있었다. 웃고 떠드는, 그리 진지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꿈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말했다. “난 커서 작가가 될 거야. 유명해지면 큰 서점 같은 데서 저자 사인회도 해야지!” 그러면서 장난처럼 빈 노트에 아무렇게나 싸인을 갈겨쓴 후 민정이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그때 민정이의 행동이 나를 작은 충격에 빠뜨렸다. 민정이는 장난처럼 던지다시피 준 내 싸인을 원빈의 싸인이라도 되는 마냥 곱게 접더니 자기 다이어리에 끼워 넣었다. 그러면서 말하길 “집에 잘 모셔놔야지. 네가 진짜 작가 될 수도 있으니까!”라는 것 아니겠는가.
민정이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때를 ‘내 꿈의 절반이 이루어진 날’로 기억한다. 민정이가 보여준 나를 향한 존중의 태도가 마치 내 꿈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커다란 자신감을 주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이렇게 이 순간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도 민정이가 내 싸인을 버리지 않고 다이어리에 끼워 넣어준 덕분이다. 존중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차원을 넘어서 마음을 열게 하고, 영혼을 북돋아주며 꿈을 이루게 해준다. 그리고 평생의 ‘내 편’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민정이는 지금 나의 평생지기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