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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Apr 25. 2016

이승환이 보내온
10억 광년의 신호 해독하기



 [현장] 
그의 신념 그리고 음악


                                                                 



가수 이승환이 신호를 보내왔다. '10억 광년의 신호'다. 억겁의 시간을 지나온 이 시그널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승환의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후> 수록곡 중 처음으로 '10억 광년의 신호'가 발표됐다. 이 곡은 마음의 거리를 광년에 비유해 멀어진 상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그 그리움이 상대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 마." - 이런 가사 때문인지 어떤 이들은 이 곡을 '세월호 추모곡'이라 말한다.


이런 시선에 대해 21일 오후 5시30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승환은 이렇게 말했다.


"'10억 광년의 신호'는 세월호에 대한 생각 없이 썼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세월호 추모곡이라고 생각하시니 해석은 청자의 몫 아닐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만든 노래를 청자가 각자의 해석으로 증폭시켜서 받아들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입시켜서 느껴주시는데, 만약 세월호를 향한 위로라고 느껴지신다면, 그걸로 위로받으신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환은 지난 16일 세월호 2주기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추모콘서트에 참여했다. 그가 내건 '착하게 살자'라는 모토에 대해 물었다.

"착하게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상식에 기반하여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으면 착하게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상식이 아닌 것에 길들여져 있고, 그렇게 길들여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승환, 정치병 걸렸다'고 하시는데 실제로 댓글을 보면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저를 공격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게 인정되는 세상은 잘못된 거고, 그걸 바로잡고 살려는 거다. 다른 이의 슬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착한 사람이다."


신념 있기에 늙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이승환은 25년 만에 다른 소속사의 가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밝혔다. "영화투자 사기를 당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인데, 그러던 중 JTBC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통해 경제적 여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히든싱어>에 출연한 이후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제 공연을 찾는 관객도 늘었다.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아니고, 앨범을 내는 것도 경제활동은 아니다. 늘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는데, 그 수익은 다시 무대를 위해 쓰이고 있다."

공연에 필요한 것들, 가령 값비싼 조명기기 등을 그가 자비로 구입하는 것은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태(?)를 '고비용 저효율' 행동이라 스스로 일컫는다. 결론적으로 이승환은 돈을 벌기 위해 노래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번 신곡을 듣고 많은 분들이 대중성을 잃은 듯 어려운 음악이라고 한다. 왜 이런 예술성에 치우친 노래를 하느냐고, 돈 안 벌고 싶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제가 믿는 한 최고의 예술성은 최고의 대중성과 닿아있다. 분명 언젠가는 이 곡이 알려지리라 생각한다.

훗날 누군가는 이 음악을 듣고 '아주 어렸을 때 이승환 아저씨의 노래를 듣고 내가 음악을 시작했노라' 말하는 소년이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홍대에서 음악하는 청년들에게, 쉰이 넘은 이승환도 이렇게 의욕을 불태우고 신념을 갖고 음악하고 있다, 그런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여전히 이런 노래를 부르고 고비용 저효율의 공연도 시도하는 것이다. 또 4년 전부터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결국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릴 땐, 우리 선배 중 몇몇은 나이가 들어가며 창작에서 빨리 조로한다고 생각했다. 대중도 그들이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그들의 음악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그것을 깨보고 싶다. 지금 내가 지천명이 넘긴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홍대에서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에너지를 발산해가며 더 뛰어난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인의 덕목 중 하나가 젊은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감각으로 더 진화된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승환은 65년생으로 올해 만 나이로 따져도 50세다.


고단수 사회풍자, 묘하게 빠져든다



간담회가 끝난 후 오후 8시부터는 쇼케이스와 추가공연이 이어졌다. 바꿔 말하면 '이승환 콘서트'가 열린 것.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자 첫 곡으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시작됐다. 팬들과 노래를 나눠 부르며 호흡을 고른 그는 두 번째 곡으로 드디어 신곡 '10억 광년의 신호'를 선보였다. 강한 레이저 조명이 공연장을 우주, 혹은 바다로 만들었다.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란 가사를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나자 객석의 환호가 뜨겁게 터졌다. 이날 이승환은 이 곡을 두 번 불렀다.

'사랑하나요', '물어본다'가 이어졌고, 재미있는 토크 시간도 마련됐다. 'SH의 4대강점'이라고 적힌 판넬이 무대 가운데 등장했고 이승환은 이를 '4대강'점이라고 띄어 읽으며 4대강과 묘하게 연결되는, 자신의 4대 강점을 소개했다.

1. 파고 또 파고 하나만 판다
: "매니지먼트와 영화투자 등에 손을 댔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올곧이 음악만 파고 있다."

2. 짓고 또 짓고 계속 짓는다
: "짓는다는 단어가 되게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저의 창작력이 왕성하다는 의미다. 무대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음악도 만들고 있다. 이렇듯 저 또한 늘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걸 만드는 걸 하고 있다."

3. 쓰고 또 쓰고 물 쓰듯 쓴다
: "저의 '고비용 저효율' 스타일을 보고 혹자는 '돈지랄하면 누가 못하냐', '자본의 미학이다'고 하는데 최고의 음반,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4. 하고 또 하고 다시 한다
: "공연을 6시간 넘게 한 게 가장 긴데, 올해는 7시간 하고 싶다. 그러나 공연장에 음식물 반입이 안 돼서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화장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문제만 해결된다면 저희 밴드와 저는 7시간 공연 문제없다, 하고 또 하고 다시 할 것이다."


이승환은 이후 2부에서 '천일동안'을 비롯한 발라드 곡들을 불렀다. 조명들은 무대와 객석을 가장 멋진 그림으로 만들었고, 중간중간 등장한 촛대와 가습기 등의 무대장치는 센스 있는 포인트가 됐다. 또한 객석에서 간간이 터지는 팬들의 맞춤형 구호가 콘서트의 열기를 더욱 북돋웠다.

그의 공연은 모든 면에서 남달랐다. 가수 이승환은 최고가 틀림없다.





[오마이뉴스 글:손화신, 사진:이정민, 편집:이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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