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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15. 2017

난타, 젊음과 열정의 진액





'20살'된 난타,
류승룡부터 김원해까지
초기 멤버들의 아찔했던 순간





[현장] <난타> 20주년 기념 특별 간담회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난타>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에서의 초연부터 브로드웨이 진출,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여까지 별별 기록들을 세우며 난타는 한국이 만든 자랑스러운 콘텐츠로써 세계를 감동시켰다. 57개국 310개 도시의 공연을 돌며 열정을 뿌려온 난타는, 하지만 지금 사정이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20주년을 기념해 특별 간담회를 열었고, 그런 만큼 더 특별한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13일 오후 곧 문을 닫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난타전용관에서 원년멤버 김문수, 김원해, 류승룡, 장혁진 배우가 참여해 특별 간담회를 했다. 그 현장을 전한다. 


사드 여파로 관객발길 뚝, 초심으로 돌아갈 때  


이하 사진 ⓒ PMC프로덕션



송승환 예술감독이 이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1997년 10월 10일 호암아트홀에서 난타 첫 공연을 열 때만 해도 난타가 20년 동안 공연되리라는 생각을 못 했다. 방금 화면으로 20년 전 내 모습을 보니 참 젊었는데 이젠 환갑이 됐다. 20살을 맞은 난타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사드 때문에 중국 관람객이 줄어 많이 어렵게 됐다. 안타깝게도 저희 전용관 중에 가장 큰 이 충정로 난타전용관이 오는 12월에 문을 닫게 됐다. 


초심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으로 안 온다면 우리가 다른 곳을 찾아갈 것이다. 다행히 태국의 난타 전용관이 90%의 관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와이, 파타야 등에 새로운 난타 전용관을 만들어 해외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국내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다." (송승환 예술감독)


송 감독은 개인적으로 지금 평창올림픽에 올인해야 하는 시기라며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난타를 만드는 일, 난타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에 가면 세인트마틴극장에 꼭 간다"며 "그곳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작품이 60년 넘게 공연되는 것을 보면서 난타도 그렇게 오래 공연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타 초창기 멤버인 배우 김원해, 류승룡, 장혁진과 초연부터 지금까지 최장 난타 출연 중인 김문수 배우가 간담회를 이어갔다. 


김원해는 "저는 1997년쯤에 합류했다"며 "1993년에 송승환 회장님을 모시고 연극을 했는데 송승환 선배님이 낙하산으로 난타에 꽂아주셨다"고 겸손하게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류승룡은 "저는 1998년 1월에 정당하게 오디션을 봤다"고 재치 있게 받아쳐 웃음을 주었고, 이어 "많은 배우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든 공연"이라며 진지한 소회도 덧붙였다.


청춘과 열정의 진액 같은 공연, 난타




배우들 인생에서 난타란 어떤 존재일까. 10년 동안 난타에 출연한 김원해와 5년간 공연한 류승룡 등 배우들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빼앗긴 청춘? 정말 가장 정열적인,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에 이 작품에 올인했던 것 같다. 이 자리(20주년 간담회)가 축제의 자리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처음에 (난타를) 만들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열, 젊음, 열정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머리가 하얗게 되고 배가 나왔어도 그것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송승환 예술 감독님과 후배들이 새로운 난타 작품을 만들 것인데 새로운 열정으로 해주실 것에 감사하며 응원을 보낸다." (김원해)


이어 1998년부터 5년 동안 공연한 류승룡은 "무서울 게 없는 청춘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같은 공연을 반복하면 지겹지 않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냐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 몸의 세포가 외운 코미디 감각과 타이밍, 담대함 이런 것들이 연기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류승룡은 후배 배우들에게 응원을 건네며 "난타를 굳건히 잘 지켜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최장 난타 출연 배우인 김문수는 "난타는 내게 건강한 삶을 살게 해줬다"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공연에 임한 시간을 언급했다. 장혁진은 "처음에 할 때는 메트로놈을 귀에 꽂은 채로 살았다"며 뜨거웠던 당시를 기억했다. 





긴 공연만큼이나 에피소드도 많았다. 공연 중에 동작이 안 맞아 류승룡이 장혁진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힌 적도 있다. 김원해는 "해외를 워낙 많이 나가다 보니 물갈이도 자주 하고 음식도 안 맞아서 '장트러블'이 많았다"며 "난타는 무대 특성상 한번 들어가면 1시간 30분 동안 무대밖에 나가지 못하는데 그래서 한번은 무대 위에서 큰일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류승룡은 '위트러블' 때문에 북통에 고개를 박고 큰일을 저질렀다고.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공연이었다. 김원해는 "해외 관객들이 우리에게 '너흰 정말 피지컬로 승부하는구나' 말하며 그런 부분에 감동했을 정도였다"며 "후반부에 가서는 정말 인간의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모든 열정과 에너지, 젊음을 쏟아부은 난타가 더 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공연으로 이어지길 배우들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다. 김문수는 "메르스 때도 이렇게 관객이 없지 않았는데 사드로 인해 많이 힘든 상황"이라며 "힘을 내서 마케팅하고 공연을 해서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배우들은 공연을 끌어가는 후배 배우들과 함께 난타 공연의 일부를 직접 선보이며 그때의 열정으로 북을 두드리며 20주년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기사입력 17.10.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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