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아침',
아이유의 깜짝 선물에 행복해졌다
[이끼녀 리뷰] 아이유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수록곡 '가을 아침'
아이유가 <꽃갈피 둘>의 수록곡 중 하나인 '가을 아침'을 발표했다. 아이유는 지난 2014년 5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로 '너의 의미' 등 가사가 아름다운 옛날 노래를 젊은 세대에게 선물했다.
이 선물은 의미 있는 '제안'처럼 보인다. 빠르고 복잡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의 노래들이 더 세련된 음악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꽃갈피>는 '나의 옛날이야기', '사랑이 지나가면', '꽃'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정서를 전했다. 한마디로 옛날 노래를 아이유가 불렀고, 그 옛날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새롭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옛날 노래가 그냥 옛날에 나온 노래, 올드한 정서가 느껴지는 노래로 젊은이들에게 여겨졌다면, <꽃갈피>는 그런 선입견을 뒤집는 음반이었다. 20대 초반이라는 아이유의 나이가 일단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트렌디한 노래가 어울리는 어린 가수의 재해석이라 더욱 신선했다. 또 하나는 아이유가 가진 감성이, 가사가 아름다운 옛날 노래의 정서를 부각하기에 충분했다는 것도 <꽃갈피>의 성공 원인으로 보인다.
'밤편지', '마음' 등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노래들을 봐도 그에게 시적이고 고요한 감성이 있단 걸 알 수 있다. 요즘 사람 같지 않은 특별한 감성을 가진 아이유의 <꽃갈피>는 그래서 더욱 마음을 울릴 수 있었다.
<꽃갈피 둘>의 수록곡 '가을 아침' 역시 가사가 좋다. 이 노래는 양희은 원곡으로, 영화 음악 감독 겸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양희은이 협업해 탄생한 곡이다. 아이유의 리메이크 버전에는 신동 기타리스트로 주목받았던 정성하가 편곡과 기타연주를 담당했고, 하림이 '틴 휘슬' 연주에 참여했다.
개인마다 감상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노래를 듣고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장성한 20대 후반의 남자가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힘든 마음을 안고 부모님이 계신 집에 와서 하루를 묵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을 아침의 맑고 서늘한 공기와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오랜만에 보니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늦게 일어나 게으름을 부리고, 어머니가 빨래하는 동안 기타를 치는 그런 한가로운 일상의 아침에 감사함을 느낀 것이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뜬구름 쫓았던 내겐'
처음에는 단지 가을 아침의 풍경을 예쁘게 그려낸 노래로만 이 곡을 들었다. 그런데 '뜬구름 쫓았던 내겐'이라는 한 구절의 가사가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치유를 받았다고 할까.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 더 화려한 것을 쟁취하려고 애쓰던 자신을 문득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랑하는 가족이 북적대는 소소한 아침이 있다. 그럴 때 훅 밀려오는 행복, 기쁨, 감사함이 노래에 담겨있다.
가족의 풍경을 그린 노래가 많지 않다.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들은 꽤 많지만 이렇게 소박하고 일상적인 아침의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낸 노래가 없으니 신선하게 다가온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 한 평범한 가정집의 가을 아침 한두 시간의 풍경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재치 있고 아기자기한 가사가 사랑스럽다.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 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동기동기 기타 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시끄러운 조카들의 울음소리 어우러진'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이 곡은 아이유 본인이 예전부터 무척 좋아하는 노래라 리메이크를 결심했다고 한다. 많은 악기 없이 간결하게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아이유의 깨끗한 목소리가 가을 아침의 기분 좋은 냉기와 가족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어머니의 밥처럼, 아버지의 약수처럼 사랑이 가득한 곡이다.
기사입력 17.09.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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