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이효리,
'경제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의 균형을 잡다
근래에 대화 자리에 가면 꼭 <효리네 민박>이 소재로 떠오르곤 했다. 그런데 "힐링이 되더라"는 말과 함께 꼭 같이 언급되는 게 있다. "그것도 다 경제적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삶 아니겠느냐"는 덧붙임이다. 이효리 역시 이를 긍정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나는 굉장히 많은 돈을 벌었다"며 객관적인 태도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보여주는 온화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배려하는 삶도 경제적 여유가 전제될 때 더욱 쉬운 일이다. 이효리는 <라디오스타>에서 "나는 돈이 많으니 가정생활에 별 문제가 없지만 경제적 문제로 생활에 쫓기며 사는 사람들로서는 가정에서 감정적 문제가 없을 수 있겠느냐"며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물론, 없는 이들을 약올리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장밋빛으로 보이는 모든 것의 이면에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소길리에 넓은 땅을 사고, 거기에 집을 짓고, 마당에는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이 부부의 제주 생활은 현실이다. 예능을 위한 설정이 아닌 '리얼'인 것이다. 이 현실을 바라보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이 얼마나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이끄는지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쳤다면 이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청자는 '힐링'이 아닌 '위화감'만 느꼈을 것이다.
<효리네 민박>을 보고 "힐링을 받았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효리가 보여준 '여유의 균형'에 있다. '경제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의 균형이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라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정신적 여유도 있다는 인과적 관계로 모아질 것 같지만, <효리네 민박>을 보고 있으면 정신적 여유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받쳐줄 때 마음이 편할 확률이 높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정신적 여유가 따르는 건 아니란 말이다.
요가와 명상을 하는 이효리, 혼자 금오름에 올라 바람을 맞는 이효리, 또 혼자 곽지해변에 가서 수영을 하는 이효리 없이 물질적 소비에서 주된 행복감을 느끼는 이효리만 있다면 그 '여유'는 균형 잡힌 여유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과 꾸준한 내적 수행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효리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런 '여유'가 진정한 의미에서 여유 아닐까.
이효리를 보며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은 사람에 따라 단지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에 그치기도 하겠지만,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저렇게 살고 싶다'는 정신적인 갈망도 동반되는 듯하다.
마지막화까지 방송된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물론 직원 아이유와, 저마다의 현실을 헤쳐가고 있는 민박객의 이야기를 조용조용 들려주었다. 그런 인간적 이야기, 좀 더 솔직하고 내면적인 이야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힐링받았다. 어떤 이들은 카메라가 담아낸 제주의 자연 풍광을 보며 힐링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또, 아마 어떤 이들은 이 글의 내용처럼 '진정한 여유'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며 힐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사입력 17.09.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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