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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Dec 29. 2017

[신곡리뷰] 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을 하는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이유





[신곡 리뷰] 딘 신곡 ‘인스타그램’에 숨겨진 마음


ⓒ 유니버설뮤직, 줌바스


노래 제목이 '인스타그램'이라니. 듣기 전부터 궁금해지는 이 곡을 플레이하면 첫 소절부터 공감이다. 


'내일이 올 걸 아는데/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잠은 올 생각이 없대/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두 번째 소절부터는 좀 더 솔직해진다.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지난 26일 발표된 딘(DEAN)의 새 싱글 '인스타그램(instagram)'은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딘 본인이 느낀 소회를 담은 자작곡이다.


'좋아요'를 안 눌렀어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는 한 가지지만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마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란 구절처럼 말이다. 


'그래 너는 요즘 어때/ 잠 못 자는 건 여전해/ 자른 단발이 참 예쁘던데/ 좋아요는 안 눌렀어/ 조금 웃긴 것 같아서'


제각기 다른 이유 중에는 '나만 이런 것 같아서' 혹은 '조금 웃긴 것 같아서'라든지 혹은 자신만의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기로 하는 보이지 않는 그 결정들과 그 결정 뒤에 자리한 이유들처럼, 어쩌면 우리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 속에서 드러내는 마음보다 드러내지 않는 마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SNS 속 밝게 드러나는 것 뒤에 있는 조금은 어두운 '숨겨진 마음'을 이야기한다. 사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SNS가 오히려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말을 신문 사설 위에 풀어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전문의의 진단 없이도 현대인들은 몸소 겪어 알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SNS의 이런 아이러니를 말이다.


'내 맘에는 구멍이 있어/ 그건 뭘로도 못 채우는 것/ 난 지금 가라앉는 중인 걸/ 네모난 바닷속에서'


딘이 쓴 노랫말처럼, 어쩌면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난 '구멍'을 메우려고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하지만 좀처럼 메워지지 않아서 더 자주 인스타그램을 하는지도 모른다. 


연결되는데 왜 더 외로워질까


ⓒ 유니버설뮤직, 줌바스


'이 피드 속엔/ 나완 다른 세상뿐인데'


불행하고 우울한 면은 완벽히 가리고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면 마치 가면을 쓴 기분이 든다.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갈수록 우울함과 소외감은 커지는 것만 같다. 가면을 쓴다는 건 얼굴과 그 얼굴이 짓는 표정과 그 표정으로 드러날 감정까지 수많은 '진짜'를 숨긴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는 일도 소외감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저들도 '좋은 순간'만을 올리겠거니 짐작하지만 그래도 행복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수록 자신이 더 초라하게 여겨지고 나의 세상은 더욱 고독해져 간다. 


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 싱글 'instagram'이 발매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다음의 글을 게재했다. 


"그럴 때가 많았어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할 때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순간. 2017년의 저를 돌아보며 발견한 게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좋아하고, 멋있어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하물며 지인들을 볼 때도 그들과 나를 번갈아보며 제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걸요. 


나도 내일은 뭔가 해야 하는데, 나도 나아져야 하는데, 더 잘해야 하는데, 저 별의별 사람들 속에 별 거 아닌 사람이 돼버리는 기분이 들 때. 하물며 수많은 지인, 친구들 사이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좋아요, 댓글들, 다이렉트 메시지, 어느 순간 반쪽짜리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 속에 진짜 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이 없다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어주세요."


너만 그런 게 아니야


ⓒ 유니버설뮤직, 줌바스


'복잡해/ 틈 만나면 바뀌는 게/ 관둘래/ 이놈의 정보화 시대/ 단단히 잘못됐어/ 요즘은 아는 게 더 괴로운 것 같은데'


노래는 '정보화 시대'라는 직접적이고 튀는 단어도 써가며 복잡한 SNS 속에서 느끼는 또 다른 측면도 언급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래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듯 여겨져 차라리 SNS를 하며 느낀 소외감 정도로 주제를 한정했어도 좋았을 듯싶다.


이 노래는 28일 오후 4시 기준, 멜론, 벅스, 지니, 올레뮤직 등 주요 음원사이트 1위에 올라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는 공감으로부터 나오는 위로가 이 노래를 1위로 만든 힘이 아닐까 싶다. 공감이 위로다. 


'부질없이 올려놓은 사진/ 뒤에 가려진 내 마음을/ 아는 이 없네/ 난 또 헤메이네/ 저 인스타그램 속에서'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보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의 "나도 그래"라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큰 위로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큰 위로는 없다.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딘도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다니... "힘내라"는 말보다 더 위로가 되는 건 딘마저도 외롭다는 그 사실이다. 



기사입력 17.12.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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