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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10. 2018

'함안댁' 이정은, "김태리 담대해"

인터뷰





[인터뷰]
시청자 압도한 함안댁,
이정은이 들려주는 '미스터 션샤인' 1년 대장정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의 신스틸러... "나는 평범한 사람"


'함블리' 함안댁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건 <미스터 션샤인>이 남긴 새드엔딩 중 하나다. 정이 뚝뚝 묻어나는 경상도 사투리에 푸근한 웃음을 웃는 함안댁은 실제 분량 이상의 심리적 비중(?)을 차지했다. 얼마 전 종영한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의 유모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함안댁, 배우 이정은을 지난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향은 서울, 애드리브는 "불란서 제빵소예~"  


이하 사진 ⓒ 이정민



-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데 고향이 어딘지.

"서울이다. 사투리는 선생님을 모셔와서 매주 연습해가며 찍었다. 사투리 정말 쉽지 않더라."


- 김은숙 작가의 작품엔 첫 출연인데 어땠나.

"너무 감사했다. 왜냐하면 이미 대본에 인물이 너무 잘 쓰여 있어서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 토씨 하나까지 살려주셔서 덕분에 입체적인 인물이 만들어졌다. 작가님과 실제로 대화를 해보니 쓰는 언어 자체가 대사더라. 말솜씨가 무척 좋으시고 그런 면모가 대본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 대본이 촘촘해서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겠다.

"대사 애드리브보다는 억양적인 부분, 가령 '불란서 제빵소예?' 같은 독특한 억양을 만드는 식으로 애드리브를 했다. 이응복 감독님은 촬영하다가 재밌으면 엄청 즐거워하는 스타일인데 재밌어 하시더라."


- 이응복 감독은 어땠나.

"보통 사람들이 알기로 화면 연출을 아름답게 하시기로 유명한 감독님인데 '나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대본에는 간략히 나온 이름 없는 무덤들을 공들여 찍음으로써 이름 없는 의병들을 살려내더라."


- 평범한 민초이자 나중엔 의병의 한 사람이 되는 함안댁을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의병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작품에 들어갔지만 하는 동안 의병을 생각하고 연기한 게 아니다. 고애신에서부터 미래세대까지 함안댁의 사랑이 연결되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의병으로서의 함안댁이 가진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바람개비 신과 함안댁 죽음신 가장 기억에 남아




-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은.

"바람개비 신이다. 대본에는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다'는 짧은 문장이었는데 감독님이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울컥할 정도로 잘 산 장면이다. 지문엔 자세한 묘사가 없었는데 내가 빨간 바람개비를 접고 애신이가 내게 머리를 기대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내게 카메라가 넘어왔을 때 '거사'란 말이 너무 울컥했다. 어떻게 보면 애신이가 부모의 뜻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말이어서다. 애기씨가 주체적인 사람인데 처음으로 고개를 기댔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다. 작가님도 그 장면이 좋았다고 하시더라.


또, 아무래도 함안댁이 죽는 마지막 신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굉장히 오래, 4일 동안 공들여서 찍은 신이다. 심야에도 찍고, 초저녁에도 찍고 여러 번 찍어서 정성을 다해 이어 붙여 완성시켰다. 끝내 손을 잡지 못했던 신정근 선배가 죽는 모습에 시큰했고, 태리씨와 이별할 땐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덤덤한 유언이 안 되어서 힘들었다. 몇 번의 NG를 내면서 감정을 걷어내고 걷어낸 다음에 찍었다."


신정근은 '츤데레', 김태리는 놀라운 29살


 

-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한 신정근, 김태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가족 같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촬영을 시작해 추울 때를 지나 1년 동안 함께 했으니 서로에게 온기가 되는 사람들로 남았다. 신정근 오빠는 저희에게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정근 오빠는 되게 '츤데레'다. '싫어'하면서 다 해주고 '밥 먹을래?' 하면서 밥 쏘시고 그런다. 실제로 액션을 되게 잘 하신다. 액션을 춤추듯이 하는데 극중 빗자루로 일본군과 싸우는 장면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거다."


- 김태리는 어떤 사람인가.

"태리씨가 지금 29살인데 저의 29살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담대함이나 배역에 대한 접근이 놀라울 정도로 성숙하단 생각이 들더라. 자기가 한 연기가 생각한 근사치에 못가면 밤잠을 못 잔다. 그런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주인공인 건 당연하단 생각을 했다. 그 담담함에 매료됐고, 후배라기 보단 동료 배우이자 친구로 여겨진다. 작업방식도 되게 신중하더라. '이 신이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세심하게 접근하더라. 가령, 총을 맞을 때도 대퇴부에 맞을 때와 가슴에 맞을 때 아픔이 다를 텐데 그런 걸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그런 고민들 말이다. 제가 차에 텐트를 싣고 다녔는데 밤신이 많다보니 텐트 쳐놓고 같이 커피 끓여 마시면서 많이 놀았다. 최근에 '또 텐트 치러 가야지' 문자를 나누기도 했는데 되게 밝은 사람이다. 텐트 쳐놓으면 폭신폭신하네~ 하면서 드러눕는다. 여배우 같지 않고 어떨 때는 아기 같기도 하다."


<아는 와이프>, 그리고 일상에서의 삶   



- JTBC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선 서우진(한지민 분)의 엄마 역을 맡아 동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아는 와이프>는 놀이동산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찍었다. 극중 기억도 없고,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차서방에 대한 기억이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 역할을 제안주셨을 때 치매가족을 너무 심각하게 거리감을 두고 보지 않게 노력하라고 당부하셨다. 치매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저 같은 증상도 있는 거다. <미스터 션샤인> 끝날 때쯤 찍었다."


- 두 드라마로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는지.

"두 드라마가 방영될 때 일이 있어 전주에 체류하다가 후반부에 올라왔더니 꽤 알아보는 사람이 많더라. 친구들이 카톡을 많이 보내더라. 함안댁의 표정 모음 같은 것들을 보면서도 함안댁의 이런 면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구나 싶었다. 하지만 생활의 변화는 없다. 주윤발이 백팩 매고 지하철 타고 다니잖나.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예전부터 있었다."


- 배우로서의 시간 외의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평범한 사람이다. 저는 마트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고, 실제로 여가시간이 날 때 만나는 사람들도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춤 동호회에 나가서 댄스 스포츠를 2년 반 배우기도 했고, 개 끌고 나가서 한강다리 밑에서 아줌마들과 노닥거리는 것도 좋아한다. 직업이 배우인 거고 쉴 때는 평범하게 쉰다."


- 차기작은 무엇인가.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란 작품이다."



기사입력 18.10.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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