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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May 25. 2019

김창완, 동심으로 쓰는 글

출간간담회




김창완
"쉰 넘어 동심 만나...
많은 것이 새로이 열렸다"




[현장] 가수 김창완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출간 기자간담회


가수이자 연기자, 라디오DJ, 에세이스트인 김창완이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아래 '방이봉방방')을 출간하고 새내기 시인으로 데뷔했다.


그는 지난 2013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3·4월 호에 시 3편을 우연히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창완이 쓴 동시 200여 편 중 51편을 추려 엮은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북카페에서 열렸다. 


동시를 쓰게 된 동기?... '결핍'


사진_ 오마이뉴스



'방이봉방방'은 무지개가 뀐 방귀소리다. 어떻게 방귀소리를 책 제목으로 했느냐는 질문에 김창완은 "어쨌거나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우선이었다"고 답했다. 


"저의 글쓰기 자체도 그렇지만, 민망한 사건을 통해서 숨기고 있던 걸 드러낸다는 것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 수 있고 소통의 장이 넓어지는 일 같다. 그런 바람을 담은 제목이다." 


그가 이번 책에 담은 이야기들은 위와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제가 이 책을 쓴 동안은 '결핍'이었다.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결핍돼 있나를 생각했다"며 "실제로 아이들에게 금지되거나 아이들한테 벽이 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실행을 못했던, 그런 부족함에 대한 걸 썼다. 어른이든 아이든 읽는 분들이 유쾌해지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창완은 동시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 '삶으로서의 은유'인데 살면서 제가 여러 드라마나 음악작업을 하면서 은유 속에 빠지고 그 틀에 갇혀있는 게 익숙해지게 됐다"며 "그럴 때 동심이나 동시가 저에겐 다른 길로 보였다. 비상구처럼 보였다. 나를 둘러싼 은유의 늪을 빠져나왔고, 빠져나와서 보니까 (동심의) 은유의 세계가 너무나 풍부하고 자유롭고 그렇더라. 그래서 자꾸 동시를 쓰게 됐다"고 답했다.


가령, 무지개 맞춤법을 틀리고서 아닌 척 우기는 아이에 관한 동시를 놓고는 "아이는 자기가 틀리고서 아니라고 둘러댈 만큼 영악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이 되면 그런 핑계 대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박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건 어른이나 아이나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한테 혼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생각해) 그렇게 변명이라도 하는 아이가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둘러싼 은유를 벗어던지자




어릴 때 유체이탈 경험을 많이 했다는 김창완은 동시를 쓸 때에도 너무 또렷하게 사물을 인식하기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시를 쓰는 방식을 택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상도 못 하는, 상상밖의 세계에서 글을 쓰는 게 내가 동시는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동심이란 걸 만난 건 쉰 살이 넘어서"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동심 자체를 만나기까지 오래 걸렸다. 오래 걸린 후에야 동심이 이런 세상이구나, 이게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인가를 깨달았다"고 했다.


"스스로 자기의 정체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흔히 자기 인생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우주적인 존재, 유아독존으로서의 자기 모습을 직면하는 것이 진짜 자기를 찾는 길이며 무릇 모든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의 가장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명령에 복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은유를 벗어던져야 그 투명한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놓은 은유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 글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김창완은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글을 쓰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시를 쓸 때 어떤 것들이 언어적이어야 하느냐를 먼저 생각한다"며 "물론 말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글이나 말로 표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갖고 싶은 욕망'이라는 여섯 글자를 (직접적으로) 쓰는 대신에 그 욕망 자체를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것이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고민 끝에도 결국은 글자화 되기 일쑤였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 다른 장치를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 예시로 자신이 쓴 '칸 만들기'란 동시를 낭독했다.


이어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밝혔다.


"어른이 된다는 걸, 어린이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나이가 들고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하잖나. 그런데 여기서 감히 고백을 하자면 어른이 돼서 더 알게 되는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도, 또 그렇게 영광스럽지도 않다. 솔직히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별들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강물을 흘려보내고 얼마나 많은 눈이 하잘 것 없어졌나. 저 스스로는 아무리 울어도 울음이 안 그칠 만큼 안타깝다. 매일 더 어른이 되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 오늘이라도 우리가 폐기하려 했던 동심을, 내 안의 그 세계를 다시 만난다는 건 보통 큰 축복이 아니다." 


김창완은 "동시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 나의 인생은 사뭇 다르다"며 "많은 세계가 새로이 열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세월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 같다"며 "저는 매일 마시는 술을 첫 술처럼 마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19.04.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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