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바넘 역의 배우 박건형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에서 주인공 바넘 역을 맡은 배우 박건형. 바닥나지 않고 끝없이 샘솟는 열정을 가진 바넘처럼 박건형 역시 가슴속에 많은 열정을 담은 배우였다. <바넘: 위대한 쇼맨>은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서커스를 지상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바넘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그린 뮤지컬이다.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 역을 연기하는 유준상-박건형-김준현 세 배우 중 박건형을 지난 28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 안에서 찾는 캐릭터의 성격
- 연습은 어땠나.
"이번 작품의 경우는 바넘의 퇴장이 거의 없다. 쉬지 않으니까 그게 조금 힘들었고 회전무대가 있기 때문에 동선을 익히는 데 시간이 들었다."
- 맡은 인물에 어떻게 접근하는 편인가.
"매 인물을 만날 때마다 '저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가 아니라 '나에겐 그런 면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나에게서 무언가를 찾는 편이다."
- 모자를 돌리는 동작도 있던데 어려워 보이더라. 떨어뜨리기도 했고.
"잘하면 좋긴 한데, 연습 때도 그걸 한다. 떨어뜨리는 연습도 한다. '절대 안 떨어뜨려야지' 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 또 다른 바넘인 유준상, 김준현 배우는 그런 동작을 하지 않는데 왜 굳이 그런 동작을 넣었는지.
"바넘이라는 인물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한 순간도 쉬지 않는 사람이다. 일상에서도 가령 물건을 줄 때 그냥 안 주고 한 바퀴 휙 돌려서 준다든지 그런 게 바넘스러운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소소한 재미다."
- 바넘에 익숙해졌는지. 또, 연기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바넘과 거의 동기화가 됐다. 어려웠던 건 대본 자체였다. 미국식 코미디의 외국작품인데, 미국식 코미디를 한국어로 번역했을 땐 우리 개그 코드로 다시 짜야하는 게 어려웠다. 작품을 할 때 웃음에 있어선 많이 객관적인 편이다. '이거 우리만 웃긴 것일 수 있다'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할 때 방청객이나 패널들이 웃는 건 진짜 웃긴 게 아닐 수도 있다. 카메라 감독님이 키득키득 웃고 있을 때가 진짜 웃긴 거다. 개그를 비롯해 정교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걸 좋아한다."
- (사기꾼에 가깝단 측면에서) 바넘이란 캐릭터를 향한 비난도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프레스콜 때도 이야기했지만 바넘을 영웅시하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경계하고 바로 잡으면서 준비했다. 바넘이란 사람 자체만 보자면, 이 사람은 돈을 벌려고 했던 사람이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만 찾아하면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했다. 이 뮤지컬에서 거짓과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믿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다. 마술을 볼 때 거짓인 걸 다 알면서도 재밌게 보는 것처럼 바넘이 보여주는 것들을 믿느냐 마느냐의 선택인 것 같다."
넉살과 능청스러움
-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제가 최근에 했던 <모래시계> <인터뷰> <프랑켄슈타인> 모두 묵직하고 차분한 작품들이라서 이번엔 유쾌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 프레스콜 때 말하길,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넉살과 능청스러운 면모를 드러낼 수 있게게 됐다고 뿌듯해하셨다.
"대사할 때 관객으로 하여금 애드리브처럼 들리게끔 (자연스럽게) 하는 방식으로 그런 걸 표현한다. 수위 맞추는 게 어렵다. 준상이 형이 제 코믹 코드를 좋아하신다. 제가 연습할 때 지켜보시면서 '너 웃겨. 쳐다만 봐도 웃겨' 하시면서 정말 많이 웃으신다. 여배우들도 저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에게 능청스러운 면이 있다."
- 평소에도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편인지.
"저 그렇게 진지한 사람 아니다. 이왕이면 분위기 좋고 재밌게 하려는 의지의 DNA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진지한 분위기를 제가 못 견딘다. 그런데 진지한 질문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왜 이렇게 타이트해?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까지 해?' 이러면서도 '근데 너 진짜 이 일을 먹고 살려고만 하는 거야?' 이런 진지한 질문을 이어서 할 때도 있다."
- 실제 박건형의 성격과 바넘의 성격은 얼마나 닮았나.
"저는 (바넘과 달리) 내성적이다. 물론 함께 있는 그룹의 성향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지만 기본적인 제 성향은 내성적이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가지고 있는 느낌들 때문에 저를 보고 되게 끼 많고 외향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무엇에도 흔들림 없이
- 대화에서 열정이 느껴지는데 박건형 배우의 열정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공연은 팀플레이기 때문에 팀워크에 가장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이번에 관객에게 하는 안내멘트를 직접 녹음했다. '준비되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그런 멘트인데 이런 건 대극장에서 잘 안하고 소극장에서 막내 배우가 주로 하는 건데 그런 (소극장) 느낌을 주고 싶어서 했다."
-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관객도 있다. 이런 마니아 관객을 의식하는지.
"배우가 알아보고 의식할 정도로 여러번 공연을 보시는 분이 있다. 보면서 조금 민망한 건 있다. 저는 똑같은 걸 하는 건데 반복해서 보시는 거니까. 예전에 그분들을 의식해서 어떤 애드리브를 좀 할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생각을 경계한다. (다른 분들은 공연을 처음 보는 분들이니까) 확실히 경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공연 후기 댓글도 보는지.
"후기 댓글 잘 안 본다. 누가 보여주면 재밌게 보고. '그렇게까지 생각한단 말이야?' 하면서 놀라울 때도 많다. 주변 후배 배우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너가 댓글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걸 보고 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너의 잘못이다'라고."
- 앞으로 남은 공연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마지막 공연이니까 파이팅! 이런 건 없다. 마지막이라 더 중요하고 잘해야 하고 그런 게 아니라 중간의 공연들, 28회 공연도 29회 공연도 다 중요하고 똑같다. '나는 매일이 첫 공연이고 마지막 공연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유 같다. 뭐야, 왜 이렇게 진지해?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할 때마다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사입력 18.08.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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