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Aug 29. 2019

모두가 만류한 일, 뮤지션 요조는 왜 시작했을까

기획인터뷰 ①





[별들의 책장]
<오늘도, 무사> 저자 요조의
책방 이야기





** '별들의 책장' 기획 인터뷰는?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스타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 책에 관해, 혹은 그들이 직접 쓴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 [편집자말] 



뮤지션 겸 책방주인 겸 작가 요조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심드렁한데 따뜻하다. 유약한 것 같은데 어딘가 단단하다. 가식이 없어 읽는 사람도 거짓 따위 훌훌 내다버리게 만든다. 뮤지션이자 책방주인인 요조의 에세이 <오늘도, 무사>의 첫인상이다. 아마도 두 번째 읽을 땐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글들이다.


2015년 서울 종로구 계동의 소담한 골목에다 '책방무사'를 연 요조는 지금까지도 무사하게 책방을 운영 중이다. 다만, 터는 바뀌었다. 2017년부터는 제주도 성산읍의 인적 드문 동네에서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책을 팔고 그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파는 것이 책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사업을 벌인 이상 수지가 맞아야 하고 신경 쓸 일 또한 오만가지일 수밖에. 뮤지션으로 살아온 그에게 기타 대신 카드단말기를 두드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음은, 당연한 전개였다.


그럼에도 5년 동안 꾸려온 책방무사는 그에게 어떤 기쁨과 슬픔을 주었을까. 지난 26일 오후 서울로 외출한 요조를 서교동 그의 소속사 근처 한 아지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책방주인이 되었지만... 이럴 순 없다!


요조가 운영하는 제주도의 '책방무사' 모습. '아름상회'라 적힌 기존의 간판을 그대로 둔 게 인상적이다.  ⓒ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발췌


"주변 사람들에게 '나 책방 하려고!' 말했을 때 축하한다, 응원한다, 그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너 힘들게 돈 벌었을 텐데 그걸 수익도 안 나는 일로 날려버리려고 하느냐며 모두 만류했다."


머리로는 그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저만치 제 갈 길을 간 후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가수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수익적인 어려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계산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을 벌였다. 유쾌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산뜻하게 시작한 항해는 예상했던 '수익'이란 암초가 아닌, 시나리오에 없던 '사람'이라는 암초에 걸려 위기를 맞았다. 사려 깊은 손님도 많았지만 무례한 사람들도 부지런히 책방 문지방을 넘나들었다. 여자 혼자, 인적 드문 섬 동네의 작은 공간에서, 무기라곤 모서리가 날 선 양장본 책 말고는 없는 채로, 무례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얼굴까지 알려진 그에게 곤혹 이상이었다. 훈수를 두는 것은 약과였고, (손님은)왕이란 믿음으로 '커피 한 잔 타오라'며 책방 사장을 순식간에 종으로 전락시키는 일도 있었다.


병원까지 다니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다스리던 요조는, 결국 최후의 방법을 택했다. 무조건 버티기. 그에게 마지막 카드는 관두기가 아니라 버티기였다. 책방을 접으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지만, 반년 만에 그만두는 건 본인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했다. 책방 한다고 인터뷰도 수두룩히 해놨는데 '요조, 반년 만에 가게 접어!'란 제목의 후속 기사를 볼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가게 계약기간인 2년은 최소한 버텨보자 굳게 마음먹고 최선을 다했다.


"사람은 다양하단 걸 느꼈다. 어떻게 보면 그때 제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것 같다. 직장에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책방을 열고서 정말 다양한 인간의 면면을 겪었고, 대처법 또한 점점 터득해갔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 결국은 이렇게 치유되더라



책방을 하면서 힘들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성실히 대답하면서도 동시에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인지도라는 유리한 깃발을 꽂고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누구나 겪는 일을 가지고 "나 너무 힘들었어" 말하는 게 배부른 소리로 들릴까봐 염려했다. 


책방무사 오픈 초반의 6개월이 고난의 절정이었다. 1년쯤 지나자 웬만큼 다 괜찮아졌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방에게 그의 무례함을 공손히 알려주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냈고 그렇게 현명히 대처해가면서 어려움은 극복됐다. 힘든 것이 힘든 대로 힘들었듯이, 재밌는 일은 재밌는 대로 많았다.   


"요조 씨는 언제 오세요?"
"아, 요즘 좀 바쁘시다고 해요."


요조에게 요조의 행방을 묻는다든지. 이런 에피소드보다 더 재미있는 건 '관계'였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가게를 찾은, 정을 나눈 사람들과의 일화들이 안 좋은 기억보다 훨씬 많았다. 요조는 그들을 '친구'라고 불렀다. 처음엔 손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친구였다. 서울에서 일부러 그를 만나러 제주 책방에 오는 손님을 그는 붙잡고서 같이 놀자고 조르곤 한단다. 그렇게 안 보내주고 붙잡고 있다가 밤이 오면 남자친구와 동행해 같이 술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그렇게 친구가 된다고.


"책방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친구가 생긴다는 거다. 뮤지션으로는 만들기 힘든 친구들을, 책방을 했기 때문에 사귈 수 있었다. 친구들 직업이 다양하다. 태권도 관장님도 있고, 아버지를 도와서 아크릴 공장을 하는 친구도 있다. 손님이란 인연이 친구가 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동네책방의 핵심? 주인장의 '큐레이팅'


책방주인 요조가 큐레이팅하여 선보인 '뒷모습 전'.  ⓒ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발췌


책방에서 어떤 책을 선정해서 판매하는지 물었다. 이에 요조는 "제주도 책방은 사람들이 오다가다 우연히 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곳"이라며 "그분들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나 신간들만을 소개해드리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골라서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페미니즘 도서들도 있고, 제주를 알려줄 수 있는 책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큐레이팅이 동네책방의 핵심인 듯하다. 세상엔 너무도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거기서 작은 책방이 해야 할 일은 '세상에 이런 책도 있다' 하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 마케팅이 절대적인 방식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거대한 자본의 힘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 묻히고 있다. 그런 책을 찾아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 얻었기에... "내 사업은 성공"


책방은 그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는 공간이기도 하다.  ⓒ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발췌


책방이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방문하려는 강아지 손님. 요조는 자신의 카메라로 책방의 소소한 풍경들을 담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다.  ⓒ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발췌


비즈니스적인 질문도 던져봤다. 요즘 책방의 수지는 균형적인지. 이 물음에 요조는 "적자도 아니고, 엄청난 흑자도 아니고 현상유지 차원에서 살짝 플러스되거나 살짝 마이너스되거나 왔다갔다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진짜 답변은 그다음에 이어졌다. 


"돈으로, 수치로써 매길 수 없는 경험을 책방을 하면서 정말 많이 했다. 적자와 흑자를 떠나서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얻었다는 점에서 저는 성공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모든 것의 기준이 돈이기 때문에 제가 처음에 책방을 한다고 했을 때도 돈을 못 벌 일인데 왜 하느냐는 말을 들었던 거고. 돈만으로 무언가를 전부 평가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방무사의 운영 방식도 그런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배로 지났다. 책방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쓰기와 삶, 책에 관해 이야기 나눌 요량이었지만, 결국 책방 이야기로 시간을 다 써버렸다. 다급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건넸다. 왜 글을 쓰는지.


너무 간단해서 어려운 이 물음에 그는 "책을 읽다 보니까 '나도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겼기 때문"이라며 "평소에 내가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한 것을 누군가 글로써 그 생각에 실체를 부여했을 때, 그럴 때 속이 시원해지잖나. 나도 그렇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오는 9월에 임경선 작가와 주고받은 편지 형태의 책 하나와, 그 다음달인 10월 말에는 <아무튼, 떡볶이> 출간을 앞두고 요즘 막바지 원고작업 중이다. 장강명 작가와 함께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과 책에 관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미래의 언젠가 속으로 미루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책방무사란 요조에게 어떤 곳인지. 역시나 신중한 태도로 한참 생각한 후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책방에 오시는 분들의 마음속엔 저마다의 기대나 고민 등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마음이든 그 마음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답이나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방이면 좋겠다."





19.08.29 19:5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책을 좋아하는, 혹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분들 관계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이메일 주소 남길 테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이야기 원 없이 나누고 싶으신 분 여기로 연락주세요. 재밌는 인터뷰가 될 거예요. :)

 ---->  hsnangza@hanmail.net



* 기사 링크 연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