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스탁, 그는 옳았다...
구찌 고객 판촉 이메일로 한가위 인사가 왔는데 너무 세련되어 놀랐다.
명절이라고 단청 색깔 넣고 보름달 쳐 넣는 디자인이 아니라서.
예전에는 명품 입는 게 졸부나 하는 거라고 일부로 싸구려 입고 다니다가 2년 전부터 명품 입기 시작했는데, 이게 시각디자이너에겐 참 도움 되는 행위였다.
이유는 명품 브랜드는 가장 럭셔리한 홍보판촉을 해야 하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시각디자인 홍보물 전체가 굉장히 고퀄리티에 발상이 색다르다.
진짜 지잡대 나와서 좆소기업 에이전시에 10년 다닌 자칭 디렉터 좆소 부장팀장 대가리와 손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발상조차 못할 방향이나 퀄리티가 명품 브랜드 홍보판촉물 디자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게 좆소기업 일 받아서 하던 시절인 나도 겪은 건데 좆소기업이 발주하는 클라이언트 고객일 경우도 이런 일이 생긴다.
뭐 럭셔리하게 해 달라는 주문이 있어서 럭셔리하게 하면 그게 되려 싸구려 같다는 피드백이 온다.
그 부모도 가난한데 그 사람도 명품 잘 못 사보고 그런지라 럭셔리가 뭔지 모르는 것. 일평생 해보는 건 어디 쇼핑몰에서 정식 매장 라인도 아닌 애당초 아웃렛 라인으로 기획제작된 명품 지갑이나 빽 100만원도 안 하는 거 몇 개 들고 자기도 명품 이용자라고 착각하는 삶.
실제 디자이너도 좆소기업 에이전시에 온 인생을 다 쓰면 그 낮은 연봉에 좋은걸 못 보고 살아서 병신 컨펌이나 하는 노친네 인생으로 전락한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디자이너는 결국 소비가 실력 증진의 방법이라 본다.
룸살롱을 가던지 명품을 쓰던지 수입차를 사던지 그게 다 경험으로 작용하는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그렇다고 분수에 맞지 않게 탕진잼 하란 건 아니고.
좌우간 디자이너 직업의 핵심은 쓸모가 있건 없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프로덕트)를 내다 팔 때 반질반질 좋게 보이는 직업이다.
월급 300도 못 받는 중하류층이 길을 가거다 웹서핑을 하던 중, 안 사도 될 물건을 사게 만들어 괜히 소비가 촉진되도록 하는 직업이란 것.
이는 폼과 펑션 구분된 게 아니다.
폼이 멋져서 무의미한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것도 있지만 펑션의 본질을 잘 건드려 편리함이나 좋은 경험을 각인시켜 그 사람에게 쓸모도 없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괜히 이용시켜 소비를 촉진시키기도 하니까.
그런 사기꾼 직업인 만큼 디자이너 본인도 소비를 많이 하는 건 경험이 된다.
여담으로 이 얘기를 한 것은 필립 스탁이란 디자이너였다.
자기가 벌 돈을 다 벌은 필립 스탁은 어느 날 디자이너가 소비나 촉진시키고 사람 세뇌나 시키는 병신 같은 직업이란 걸 깨닫고 그냥 은퇴해버렸다.
이런 병신 같은 디자이너란 직업에 종사하는 건 지구나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직업이란 식으로 말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