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0점을 채우는 힘, 현장의 로직
요즘 팀원들이 해오는 보고서를 보면 솔직히 감탄부터 나온다. 예전 같으면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머리를 쥐어짜야 했을 내용들이, 이제는 클릭 몇 번에 그럴싸하게 정리되어 나온다.
표나 그래프도 디자인 사무실에 맡긴 것처럼 깔끔하다. 일 배우는 단계인 신입 사원이라도 AI를 잘만 활용하면 순식간에 '전문가 냄새' 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일 처리 속도만 보면, 정말이지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팀원들이 가져온 자료들이 하나같이 묘한 지점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우리 상황에 딱 맞는 정답도 아닌 상태. 이른바 '90점짜리 평범함'. 어디서 본 듯한 무난한 답들이 회사 안에 공장처럼 찍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겉보기에 멀끔하니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잘했네" 하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진짜 문제는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따져보는 습관이 사라지는 게 무서운 것 같다. 화려한 장표와 매끄러운 문장에 눈이 팔려, 그 안에 깔린 엉성한 생각이나 빠져 있는 알맹이를 놓치게 된다. 현장의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는 리더는 결국 팀원이 가져온 자료에 기계적으로 도장이나 찍어주는 '통과 절차'로 전락하고 만다.
리더가 중심을 잃는 순간, 우리 팀의 실력은 딱 AI가 뱉어내는 '평균치'에 머물고 만다.
더 나아가지도, 깊어지지도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남겼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n communication is hearing what isn't said." — Peter F. Drucker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
AI가 내놓은 답은 세상에 떠도는 정보들을 확률로 계산한 결과일 뿐이다.
우리 팀만의 특수한 사정,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미묘한 느낌,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불편한 기류까지는 읽어내지 못한다.
AI가 '말해주지 않는'이 공백을 채우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실무의 앞뒤 맥락을 알고, 실패했던 경험을 몸으로 기억하는 리더의 눈이 필요한 이유이다.
결과물이 예쁘게 나왔다고 안심하기 전에, 이 논리가 진짜 우리 일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지 집요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이제 리더의 실력은 '누가 더 세련된 서류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럴듯한 답변 속에서 위험한 빈틈을 찾아내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실무의 감각을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마지막 10점은, 결국 현장을 아는 리더의 날카로운 질문 하나에서 완성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