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호랑이를 만드는 사람들 , 열등감과 한가함의 합작

조직 내 험담의 전략, '삼인성호'를 깨는 법

어느 조직에나 유독 남의 일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입은 탕비실과 메신저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처음에는 그저 입이 가벼운 사람인가 싶어 불쾌함이 앞선다. 하지만 가만히 그 소음의 궤적을 쫓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그들의 화살은 언제나 자신보다 앞서가는 사람, 혹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향한다.

​사실 험담은 가장 저렴한 형태의 자기 방어다. 누군가를 깎아내림으로써 잠시나마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는 착각을 구매하는 행위니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를 '열등감'이 병적으로 변이 된 상태로 보았다.


​"A superiority complex is one of the ways which a person with an inferiority complex may use as a method of escape from his difficulties." -Alfred Adler, Individual Psychology

우월 콤플렉스는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대신, 타인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수평을 맞추는 쪽을 택한다. 내가 올라갈 의지가 없으니 너라도 내려오라는 심산이다. 그런데 이들은 결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열등감으로 뭉친 이들이 여럿 모이면, 그들은 '삼인성호'의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없는 호랑이도 셋이 우기면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夫市之無虎也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 『韓非子(한비자)』, 「內儲說 上(내저설 상)」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세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호랑이가 있는 것이 된다.

​이 집단적 조작은 조직의 '빈틈'을 만날 때 폭발한다. 일이 몰아치고 목표가 선명한 곳에서는 이런 허술한 호랑이가 자랄 토양이 없다. 각자의 몰입이 숨 가쁜 곳에서 남의 사생활은 궁금할 틈조차 없는 사치일 뿐이다.


문제는 조직의 시계가 느려질 때다. 열등감이라는 연료에 '한가함'이라는 바람이 불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생산적인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드시 타인을 갉아먹는 잡음이 고인다. 그때부터 그들의 입은 조직 전체를 울리는 확성기가 되어, 있지도 않은 호랑이를 사방에 풀어놓는다.


​조직 내 험담이 무성하다는 건 두 가지 신호다.


구성원의 자존감이 무너져 있거나,

혹은 그들이 에너지를 쏟을 목표가 희미해져 있거나.


결국 사람의 입을 막는 건 훈계나 윤리 강령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최소한의 성취를 맛보게 하거나, 아니면 딴생각을 못 할 정도로 조직의 밀도를 높여주는 것뿐이다.


​누군가 당신의 뒤에서 확성기를 틀어대며 호랑이를 그려대고 있다면, 굳이 뒤돌아볼 필요 없다. 그 소음은 그가 당신보다 한참 뒤에 서 있다는 증거일 뿐이며, 그만큼 그 사람의 하루가 공허하다는 비명이다. 세 사람이 모여 만든 호랑이는 결국 실체가 없는 연기일 뿐이다. 그저 자신의 밀도를 유지하면 된다. 소음은 결국 밀도가 높은 진실을 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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