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서의 침묵은 미덕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목소리를 낮춰야 하는 이유

암탉 한 마리를 사이에 둔 수탉 둘의 싸움. 처절하다 못해 비참하다. 결국 승패는 갈렸고, 상처 입은 패자는 구석으로 기어 들어가 숨죽였다.


반면 이긴 놈은 세상을 다 얻은 양 기세가 등등하다. 굳이 높은 담장 위까지 기어 올라가 목청을 돋운다. "이 구역의 주인은 나다!"라고 소리를 지르는 그 순간, 하늘에선 이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독수리가 내려앉는 건 찰나다. 담장 위에서 위용을 뽐내던 승자는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채여 갔다.



역설적이게도 암탉을 차지한 건 구석에서 상처를 핥던 패자였다. 인생은, 그리고 조직은 늘 이런 식이다. 내가 정점이라고 믿고 소리를 내지르는 바로 그때,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확실한 표적으로 만든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이 가진 '우월함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파멸의 씨앗이 되는지 경고했다.


​"The striving for personal superiority is a result of an exaggerated feeling of inferiority. The more a person is vain, the more he is likely to be wounded by his sense of inadequacy." -Alfred Adler, The Science of Living (1929)


개인적인 우월함을 향한 갈망은 과장된 열등감의 결과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기 쉽다.


​조직에서도 프로젝트 하나 성공했다고, 승진 한 번 했다고 담장 위에 올라가 확성기를 트는 리더들이 있다. 그들의 함성은 동료들에게는 시기가 되고, 경쟁자에게는 빈틈이 되며, 시장이라는 독수리에게는 사냥 신호가 된다.



높은 자리는 시야가 넓어지는 곳이 아니라,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내 몸이 가장 잘 노출되는 자리일 뿐이다.


진정한 고수는 이겼을 때 고개를 숙인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음을, 그리고 언제든 이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음을 안다. 그들에게 겸손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지금 일이 너무 잘 풀린다고 느껴지는가?

박수 소리에 취해 담장 위로 올라가고 싶은가?


기억하라. 당신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독수리의 발톱은 날카로워진다. 승리의 술잔을 들 때가 사실은 가장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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