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력이 자꾸 어긋나는 진짜 이유

"알아서 잘"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는 법

분명 할 일은 다 했다. 남들 쉴 때 모니터 앞에 붙어 있었고, 데이터도 넘치게 채웠다. 그런데 돌아오는 피드백은 늘 뜨뜻미지근하다.


칭찬도 아니고 지적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고생했네, 근데 이건 좀..."으로 시작되는 말들을 듣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그때 우리는 대개 자책을 선택한다.


내가 부족해서, 혹은 센스가 없어서라고.

냉정하게 말해, 회사에서 벌어지는 불만의 대부분은 실력 문제가 아니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완성본이 서로 다른데, 입으로만 같은 단어를 뱉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나는 정교한 조각상을 깎고 있는데 상사는 당장 내놓을 벽돌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 조각상이 아무리 훌륭한들 무슨 소용일까.


​상사는 결과물 그 자체보다 ‘안심’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보다 본인이 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한 거다. 그래서 중간 공유 없는 결과물은 제아무리 뛰어나도 상사에게 찝찝함을 남긴다.


특히 "알아서 잘해봐"라는 말은 자율의 축복이 아니라, 기준 없는 책임을 통째로 넘기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이 지독한 어긋남을 끊어내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무작정 달리기 전에 잠시 멈춰 물어야 한다.


"이번 결과물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이 짧은 문장이 던져지는 순간, 추상적이던 업무는 구체적인 우선순위로 바뀐다. 심지어 어디까지 실패해도 괜찮은지, 즉 '허용 가능한 오차 범위'까지 선명해진다.

회사에서 가장 억울한 건 일을 못 했을 때가 아니라, 온 힘을 다 쏟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이게 아닌데"라는 소리를 들을 때다.


이제는 내 노력을 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과녁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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