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의 벽을 허무는 한마디
팀장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건, 눈앞의 팀원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원래 이랬는데요?"라는 말은 변화를 거부하는 가장 게으른 변명이다. '원래'라는 단어 뒤에 숨는 순간, 현재의 비효율은 정당화되고 개선의 여지는 사라진다. 팀장이 바라는 건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을 향한 치열한 고민이다.
이럴 땐 차라리 "그간의 관행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효율성을 다시 검토해 볼까요?"라고 말해보자. '원래'를 '검토'로 바꾸는 것만으로 당신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의 동료가 된다.
"제가 한 거 아닌데요?"는 책임감의 부재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조직은 잘못의 주인을 찾아 벌을 주는 곳이 아니라, 발생한 문제를 함께 수습하고 성과를 만드는 곳이다. 범인을 지목하며 한 발짝 물러나는 뒷모습에서 팀장은 동료애가 아닌 서늘한 타인만을 발견한다. "문제가 생겼네요. 원인을 파악해서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책임은 나누면 가벼워지지만, 회피하면 낙인이 된다.
스티븐 코비 (Stephen Covey)
"Trust is the glue of life. It's the most essential ingredient in effective communication. It's the foundational principle that holds all relationships."
(신뢰는 삶의 접착제다. 그것은 효과적인 소통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관계를 유지하는 근본 원칙이다.)
"말씀은 이해했는데요..." 뒤에 붙는 말은 보나 마나 '안 된다'는 자기 확신이다. 이해했다는 말은 그저 예의상 던진 미끼일 뿐, 결국 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고집이다. 리더는 이때 소통의 단절을 넘어 무력감을 느낀다. 설득의 영역이 아니라 포기의 영역으로 대화가 넘어가는 순간이다.
이 고집을 "그 방향은 좋습니다. 다만 현실적 제약은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라는 협의의 기술로 치환해 보라. '하지만' 대신 '다만'을 쓰는 한 끗 차이가 대화의 물길을 바꾼다.
"다들 이렇게 하던데요?"나 "예전엔 이렇게 안 했었는데요."는 또 어떤가. 집단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과거의 관습에 기대어 현재의 요구를 부정한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예전'과 '남들'을 찾는 것만큼 무력한 전략은 없다. 팀장의 심박수가 요동치는 이유는 단순히 화가 나서가 아니다. 팀원의 성장이 이 견고한 방어막에 가로막혀 있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지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 (Viktor Frankl)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 In that space is our power to choose our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 growth and our freedom."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자유가 달려 있다.)
관계는 실력으로 시작되지만, 끝내 유지되는 건 태도에 의해서다. 실수는 만회할 수 있고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 하지만 방어적인 말들은 주변의 도움마저 차단한다.
결국 리더가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문제가 있었네요.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라는 한마디, 그 한 뼘의 열린 마음이다.
신뢰는 "내 탓이 아니다"라고 외칠 때가 아니라, "함께 해결하겠다"라고 손을 내밀 때 쌓인다.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내뱉은 말들이 사실은 내 커리어를 갉아먹는 독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서늘하게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