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한 투구, 마음을 읽는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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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나와는 오랜 인연이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제목인 『그라운드의 기술, 마음의 야구』를 보고는 '역시 감독님답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이 책은 야구 기술서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은 사람이라는 복잡한 미로를 헤쳐온 한 지도자의 처절한 성찰의 기록이다.


박 감독님의 야구는 관중의 환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조명 켜진 1군의 승리에 매몰될 때, 그는 학생야구를 거쳐 2군과 육성 파트라는 외롭고 치열한 밑바닥을 지켰왔다. 거기서 그가 길어 올린 건 투구 폼 교정법이 아니라 '기다림의 철학'이었다.


괴테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Behandle die Menschen, als wären sie, was sie sein sollten, und du hilfst ihnen zu werden, was sie sein können."


"사람을 그가 마땅히 되어야 할 모습으로 대하라. 그러면 그가 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감독님의 시선도 늘 그곳을 향해 있었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리더가 현재의 부족함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베팅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고독한 싸움인지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는 야구를 성적 이전에 '사람을 키우는 일'로 정의하며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했다.


야구 지도자로서 그의 교육은 날기를 재촉하지 않는다.


니체가 "Wer einst fliegen lernen will, der muss erst stehen und gehen und laufen und klettern und tanzen lernen. 언젠가 날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먼저 서고, 걷고, 뛰고, 기어오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듯, 박 감독님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라는 근육을 먼저 단련시켰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깨우침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지도자의 진짜 실력이라는 대목에선 묘한 전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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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선수에게 정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선수가 스스로 답을 찾아 던질 때까지 묵묵히 미트를 대주는 포수여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여전히 묵직하다.


"It breaks your heart. It is designed to break your heart. 야구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다." 예일대 총장이자 MLB 커미셔너였던 바틀렛 지아마티의 말처럼, 야구든 삶이든 결과는 종종 우리를 배신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박 감독님은 그 비정한 가을의 끝에서도 사람이라는 온기를 남겼다. 그의 문장은 투박하지만 단호하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정교한 '기술'임을 그는 평생에 걸쳐 증명해 왔다.


모든 야구인들이 이 책을 통해 '야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얻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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