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특징 하나로 축소되는 폭력
난쏘공 초판본을 소장 중이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사, 초판본 83쪽 첫머리
그 문장 속에는 이름 없는 다수의 시선이 담겨 있다. 장애와 가난이 겹쳐진 몸 위로,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이 쏟아진다. 그들은 한 사람을 생활인이나 노동자, 아버지가 아니라 불러내기 쉬운 한 단어로만 부른다. 한 인간을 신체의 특징 하나로만 규정해 버리는 순간, 그의 삶과 생각, 존엄과 관계들은 통째로 지워진다. 세상은 그를 어떤 철거지의 주민, 어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아니라, 그저 “난장”이라는 이름으로만 기억한다.
이 문장을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에는 폭력을 선명하게 인식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분노와 무력감이 함께 서려 있다. 아버지를 향한 시선이 달랐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시선을 거둬내거나 구조를 바꿀 힘은 손에 쥐지 못한 채 그 앞에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한 줄은 난장이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을 넘어, 특징 하나로 타인을 줄 세우고 쉽게 낙인찍으려는 지금 우리의 습관까지 드러낸다. 나는 이 문장을 다시 읽을 때마다, 누구를 보더라도 한 가지 표지로만 판단하지 않겠다고, 그 사람의 몸과 직업과 출신을 넘어 그 밖의 것들을 더 오래 들여다보겠다고 조용히 마음을 고쳐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