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가 처음 발을 들인 곳은 정곡빌딩 서관 207호였다. 좁은 사무실 안에서 서류철을 넘기고, 법원에 낼 문서를 묶어 들고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한 달 남짓한 실무 수습 기간 동안 나는 ‘법률사무원’이라는 직업이 책 속 용어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먼저 배웠다.
그 사무실에 서기까지는 작은 관문들이 있었다. 지인의 소개에 기대지 않고 법률 사무소에 들어가려면, 당시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관하던 변호사 사무직원 양성교육을 먼저 수료하는 것이 거의 필수였다. 변호사회에 이력서를 제출해 선발되면 민사·형사·가사·보전처분 과목으로 나뉜 교육을 들었고, 변호사회에서 나눠 준 교재에 밑줄을 그어가며 하루하루 진도를 따라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시간을 내 강단에 서서, 실제 사건에서 겪었던 일들을 곁들여 설명해 주었다. 그때 노트에 적어 둔 구체적인 사례와 조언들은 이후 수많은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든든한 바탕이 되었다.
교육을 마치면 변호사회가 지정해 준 사무소로 나가 실무 수습을 받는 구조였다. 나는 그 과정의 9기 교육생으로 207호 사무실에 배치되어, 거기서 첫 번째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이 제도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혹은 다른 형태로 바뀌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시절의 양성교육과 실무 수습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내게 그 제도는, 한 번에 높이 뛰어오를 수 없던 초년 시절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 준 단단한 디딤돌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