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가 아니라, 오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

언젠가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처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고, 마음을 트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아깝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던 시간과 마음이, 이제는 쉽게 꺼내 쓰기 조심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예전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한때는 매일 얼굴을 보던 친구들이 있었다. 어제도 함께 있었는데 오늘도 또 만나도, 정작 대화는 끝이 나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서로 일정 한 번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아, 겨우 한 번 얼굴을 보고 나면 또 몇 달을 흘려보내곤 한다. 각자 책임져야 할 자리와 삶이 생겼다는 걸 알면서도, 예전처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낯설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쉬워하는 건 새로운 인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과 그때 곁에 있었던 얼굴들이다. 다신 그 모습 그대로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고, 그때 그 자리에서 함께 앉아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움은 예전처럼 요란하게 올라오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얼굴을 마주치는 관계를 바라기보다, 가끔 만나더라도 오래 이어지는 사이를 꿈꾸게 된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만남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서로를 기억해 주는 관계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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