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봄의 어느 바쁜 날이었다.
가까운 지인의 비보를 전해들었다. 고작 3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에, 심장마비라고 했다. 동생과 함께 조문을 다녀오는 길, 차 안에서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보다 고작 네 다섯살 많으려나.
이렇게 갑자기 황망하게 떠날 수도 있다니.
나는 여태 어떻게 살았더라.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뭐뭐 있었지.
지금 쯤이면 시크한 커리어우먼 같은 게 되어 있을 줄 알았건만.
애사심 따위야 진작에 버렸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사표를 써 낸 것도 아니고.
그놈의 이직 준비는 언제까지 할 건가.
언제까지 준비만 할 거란 말이냐.
나도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판에.
언제까지 질질 끌고만 있어야 하나.
내일 출근은 또 어떻게 하지.
언제까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할 때, 무거운 침묵을 깬 건 동생이었다.
“누나, 우리 세계 여행이나 갈래?”
“그래. 가자. 언제 출발할까?”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좋더라.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곤한지 모르겠고, 회사일로 장거리 출장이라도 가면 어디 소풍가는 느낌이었어. 화물차 한 대 장만해서 화물차 기사도 해 보고 싶어.
어느 날.
외근이 있어서 회사차로 강변북로를 달리는 중이었어. 근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거 중에 광고는 아닌데, 편성표에도 없는 공익광고 비슷한 거 있잖아? 항상 듣던 주파수 라디오였는데 그날따라 귀에 쏙 들어온 내용은 이랬어. 어떤 사람이 자전거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는 것, 그리고 그사람은 29살이라는것.
- 대학생 때 자전거 타고 금강, 영산강 종주할 때 참 좋았는데.. 이 사람은 대륙횡단을 하네. 부럽다. 재미있겠다.나는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나도 세계 여행 같은 거 해볼까?
그래서 바로 그 날, 예전부터 세계 여행 하고 싶어했던 누나한테 슬쩍 물었는데 덥석 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