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무한 이유
뭔가 있을 줄 알았던 그 끝에는 언제나 아무것도 없다.
대단한 기대와 기쁨 뒤에 무엇이 있을는지 늘 고대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높다란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은 불행 뒤에도 끔찍한 무엇이 있을 줄 알았으나, 역시 아무것도 없다.
결론이 없는 오직 시작, 시작, 시작의 향연.
끝이 없는 빈칸, 하염없는 여백이 나를 미칠 듯이 무력하게 만든다.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나감 뿐인 굴레에서 무엇을 하지 않을 방도는 없다.
또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그것이 바로 생이고 삶이다.
새로운 시도라고 명명하지만 그 내막은 도망침으로 채운 공허일 뿐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 공허에서 시작된 것이 틀림없다.
인생이 자꾸 허무해지는 건 부정적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실재가 허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속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점과 점 사이의 세상에서 살고, 살고 또 살아내지만,
다른 발걸음을 내디딜 때 이미 이전의 발걸음은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있다고 생각한 그 즉시 없어지고, 결국 없었던 것이 된다.
살았다고 느낄 즈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존재의 진실이라서 그걸 느끼는 우리는 자꾸만 허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