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공부해야 할 게 아니라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
평생에 걸친 내 인생의 최대 과제는 '마음'이었다. 괴로운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헤맸던 날들이 내 인생을 직조하고 있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을 사랑했던 나는, 그렇지 못한 순간을 만날 때마다 괴로움에 허덕거려야 했다. 평화로움을 좇았던 나는 그렇지 못한 순간이 오면 가슴이 쪼여왔다. 때론 내 평화를 깨트린 세상을 향해 공격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한 순간은 잠시였고 괴로움은 끝없이 다가왔다. 분명 맡은 바 최선을 다했고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며 살았다. 하지만 삶은 물 위에 고개만 내민 채 제자리에서 하염없이 버둥거리는 것 같았다. 간절히 뭍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 방법을 몰랐다.
"마음공부는 평생 해야 돼."
엄마의 유일한 유언을 가슴속에 새겼다. 착한 첫째 딸은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 들여다보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하며 살았다. 주말마다 법회에 나갔고 밤마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내 마음을 만났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하고 싶었지만 늘 마주하게 되는 건 마음뿐이었다. 그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투성이인 내 마음.
자꾸 마음을 들고 파니 삶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마음은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만 있었다. 땅을 딛고 일어서고 싶었지만 파도는 끝도 없이 얼굴을 덮쳤고 아무리 애써도 발은 땅을 딛지 못했다.
마음공부 놀음에 지쳐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그냥 나답게 살고 싶었다. 어릴 적 순수하고 빛나던 나로 돌아가서 그냥 나로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을 품고서 내가 나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속으로 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치워내고 학대하는 말들을 끊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지 않고 그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공해 주었다.
공허함이 느껴질 땐 더 이상 우울한 노래를 듣지 않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 내 마음에게 물어주었다. 매일 아침 눈떠서 하늘을 보며 살아있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그 하루 낮동안 어떤 괴로운 일이 있었어도 내 등을 바닥에 뉘우고 잠들 수 있으면 그 자체에 그저 감사했다.
마음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고 오직 내가 나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노력만 기울였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기면 내 마음을 알아봐 주는 기회로 삼았다. 새들의 날갯짓 하나에도 피어있는 꽃 한 송이만으로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나의 노력은 조금씩 조금씩 나를 돕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적처럼 내 마음과 떨어질 수 있는 내가 되었다.
평생 내 마음을 느끼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빠져들었다. 잠시 찾아온 감정에, 한순간이면 지나가버릴 마음에, 평생을 허우적거리며 살았던 것이다. 내 인생의 과제였던 마음공부는 이제 더 이상 숙제가 아니라 친구가 되었다. 살아있는 한 만날 수밖에 없는 마음이라는 친구와 잘 동행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온갖 마음을 만나며 산다. 괴로움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즐거움도 있고 평온함도 있다. 그 마음들에 힘을 쓰려고 하기보다 있는 마음을 알아주고 그 마음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며 살아간다. 중요한 건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가며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결국 삶은 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듣는다.
마음으로 결정하고 마음으로 행동한다.
마음으로 그려가는 내 인생.
함부로 그리지 않고 소중하고 귀하게 그려본다.
2024년에 그려낼 나의 그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