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의 원내대표가 24일 합의문을 도출하며 잠시나마 보였던 국회 정상화의 불씨는 같은 날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합의문 추인이 불발되며 또 맥없이 꺼졌다. 이로써 국회는 지난 4월5일 본회의 이후 81일간 이어진 파행 사태를 또 이어가게 됐다.
(1) 24일 오후 합의문 도출
민주당과 한국당, 바미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동석한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합의문을 낭독했다. 회기는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30일 간으로, 추경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쟁점이 됐던 패스트트랙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서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날치기 선거법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시작된 헌법 수호 투쟁이 오늘 합의를 통해서 합의의 정치로 복원되는 계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아직 의원총회가 남아있다”면서도 “오후 4시 의원총회 추인을 통해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해 마침내 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2) 24일 늦은 오후, 합의문 한국당 의총에서 부결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가 합의해 온 협상 결과물을 거부했다. 한국당은 합의를 무효로 하고, 현안이 있는 상임위에만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당내 여론이 완강한 탓도 있겠지만 나 원내대표가 사전정지 작업에 실패했단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일로 나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국회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던 황교안 대표도 내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일단 ‘원내지도부에 협상 권한을 다시 위임한다’는 취지로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일부 강경 기류도 표출된 상황이다.
황 대표 역시 투톱으로서 합의문 도출 및 추인 실패에 공동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엔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이후 ‘민생투쟁 대장정’ ‘희망·공감-국민 속으로’ 등 장외투쟁 시리즈에만 몰두하며 당을 강경 일변도로 끌고 가, 나 원내대표의 협상 여지를 좁혔다는 ‘가이드라인’ 지적이 나왔다.
(3) 25일 상임위 산발적 개회 … 국회 정상화, 한국당 기다릴 여유 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252033005&code=990101)
25일 국회는 일부 상임위가 열린 반면 일부는 반쪽 운영되고, 일부는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반쪽 상임위'를 열었다. 반면 외교통일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위원장의 주최로 개회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한·일관계 등 현안을 따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당의 이익에 맞게 상임위를 선별적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 "국회가 열린 것도 아니고, 안 열린 것도 아닌 기형적인 모습이다"란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26일 사설에서 "국회 정상화는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요, 시민의 명령"이라면서 "시민의 대표가 시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적대로 국회에 표류하는 법안만 1만 건이 넘고, 고성 산불 피해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 편성 등 시급한 현안이 방치된 채 국회가 석 달 째 문을 닫고 있다. 이에 경향 신문은 한국당 반대로 개회하지 못한 상임위의 경우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다른 정당 제1교섭단체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아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한국당을 기다릴 여유가 없단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