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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Feb 25. 2020

이렇게 끝날 줄 몰랐지만,하여튼 아디오스 연세~!(2)

[졸업] 가족과 함께한 연세대 마지막 이야기

지난 22일 연세대 언더우드관 앞. 코로나19가 졸업 행사를 가로 막았지만 아들, 오빠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가족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연세대가 졸업 가운 및 학위모 대여를 일체 중단했다. 한때 주춤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추가 확진자 200명이 넘어가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위기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학교가 방침을 바꿨는데, 당초 27일까지 예정됐던 가운 대여는 24일부로 중단하고, 이미 가운을 빌려간 경우 3월 10일 전으로 반납하라고 새롭게 문자를 발송했다.


연세대가 지난 23일 학생들에 발송한 문자 전문. 24일부로 학위 가운 및 학위모 대여를 중단한다.


난 운이 좋았다^^ 지난 20일 일삼아 학교를 갔다 오는 길에 가운을 빌렸다. 행운이 한번 더 겹쳐서, 가운 빌리러 간 곳에서 친구 하나를 만났다. 2018년 2학기 통계학회를 나와 함께 한 친구인데 얘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에 석사로 입학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과 함께 캠퍼스를 찾았다고 했다. 때가 20일 목요일이라 평일인데 부모님도 함께 왔고, 직장인인 누나도 특별히 시간을 냈다고 했다. 대학 졸업은 정말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한 가족의 큰 경사임에 틀림 없다(근데 취소라니..). 때마침 함께 공부했던 학회가 캠퍼스 안에 졸업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해서 같이 사진 한번 찍기로 했다.


통계학회 ESC가 졸업생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때마침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회 형을 만나 셋이 함께 찍은 사진.

아직 봄을 맞지 못한 캠퍼스의 황량함이 코로나19에 더해저 그날 분위기는 여전히 삭막했다. 방학 기간에, 평일인 탓도 있겠지만 사람이 너무 없었다. 누구에게 조언한다면, 대학만이라도 코스모스 졸업을 하는 게 분위기가 더 낫다.


하여튼 졸업 가운을 빌려 22일 토요일 캠퍼스를 찾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같이 왔고, 보험계리사 1차를 합격하고, 흥국화재에 입사한 동기도 함께했다. 

같은 날 학교 언더우드 동상 앞. 사무실에 근무하느라 평일에 시간 내지 못한 친구를 위해 가운을 나눠 입었다

졸업 시즌이 상상했던 모습과는 굉장히 다르게 흘러갔다. 함께 학교 다닌 동기, 선배들 간의 진심 어린 격려와 축하도 없거니와 학창 시절의 마지막과 사회인의 첫 시작이 교차하는 복잡미묘한 분위기, 감정도 하나 없었다. 다만, 가족과 뜻이 맞는 친구 몇이 적적한 캠퍼스를 함께 거닐며 사진 찍는 거였는데 뭐 누구를 탓하랴 ㅎㅎ 이 겨울 날 사진 몇 장 남기려 추위를 참아준 가족이 그냥 고마울 따름이다. 


'아쉬움과 고마움이 있었다' 말고는 더 쓸 말도 없네... 사실 졸업에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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