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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낮밤낮글글글 Oct 20. 2023

43세에 파킨슨병 진단받은 의사의 이야기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저자 김혜남 , 메이븐 출판사

오늘은 동생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이 키운다고 서로 연락을 자주 못 하였습니다. 동생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 타고 가야 하는 곳, 섬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당진에 살고, 동생은 차를 타고도 6~7시간은 가야 도착하는 섬에 살고 있으니 쉽게 만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최근 감동 있게 읽은 책 이야기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지 씁니다.     

   

동생에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 늘 하는 이야기 말고, 지금은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어.

내가 2019년 연말부터 독서동아리 활동하고 있다고 전에 말해주었을까?

계절이 바뀔 때 말이야. 더운 바람이 불다 가을로 바뀌어 갈 때, 문득 정신이 들었어. 갑자기 난, ‘책을 봐야겠다’ 생각했어. 마침 9월, 중앙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봤고 잠시 망설였지만, 그 교육을 신청했다고 말이야.

      

나는 그때 유아 놀이 수업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었고 품앗이(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5살 공동육아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 그때는 그 세상이 전부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수업까지 하게 되었으니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  

언제나 시도하는 것이 두려워서 늘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어. 늘 한 발짝 나아갈 때 두려워서, 바닥을 두드려보고 또 두드려보고, 한참을 고민하는 나잖아. 그래도 이렇게 시작하게 돼서 너무나 감사해. 책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위로해 주고, 다독여 준 것 같아. 함께 책 읽는 사람들을 통해 용기 내보라고, 힘내라고 응원받은 기분이야. 너도 책을 좋아하니까 이 책 이야기 한번 들어봐 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김혜남 저자는 ‘딱 한 발짝만 내디뎌 보라’고 했어.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13년째 되었을 때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한 발짝씩 움직여 온 힘을 다해 갔던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어. 그녀는 2001년 2월, 43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되었대.

나는 파킨슨병과 루게릭병이 같은 질병인 줄 알았어.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조직이 손상돼서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된대. 보통은 65세 이후에나 나타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라고 설명하더라. 이병은 우울증, 치매, 편집증(피해망상)이라는 증상도 점차 동반한대. 진단 이후부터 15년~17년쯤에는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분도 처음 진단받았을 때 많이 놀랐대.

     

병원 개원한 지 1년도 안 된 상황이었고, 유학하며 아이들과 함께 깊이 공부하면서, 일하려고 계획했었대. 만약 나에게 이런 진단이 내려졌다면, 일단 주저앉아 울었을 것 같아. 한참 울고 나서 정신이 들면, 천천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 같아. 그녀도 한 달 동안 침대에만 누워서 생각했대. 그러다 정신을 차렸고,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대.

현재를 열심히 살기로 결심한 거야. 나중에 우리도 이런 걱정을 하게 될 날이 온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그때 그녀를 떠올리며 용기를 낼 거야. (그런데 그 시간이 좀 오래 지난 후에 오면 좋겠어. 그녀처럼 43살은 너무 이른 것 같아.)

    

이 책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그리고 삶에 용기가 필요한 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 같아. 우리는 살면서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잖아. 갑자기 나빠진 병세처럼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고 말이야. 그녀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용기’, ‘희망’은 삶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해도 꼭 붙들고 있고 싶어. 그것이 그녀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생명력 있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거든.          

파킨슨병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해주는 조언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어. ‘나는 나 자신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나의 역사를 쓰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

나중에 이 책을 너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     

멀리 당진에서 언니가.



*참고 : 처음 썼던 글쓰기여서 편지글 형태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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