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100K를 달렸는가: 파타고니아 제주를 달리며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창조하고, 더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by Insu

단순히 이건 100K의 산을 달리는 이야기보다는,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를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던 이유였고. 더 정확히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오래전부터 파타고니아를 좋아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어떤 브랜드를 잘 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번의 클릭, 몇 편의 콘텐츠, 몇 장의 사진만 보고 어떤 브랜드를 쉽게 우상화하거나 판단하는 태도는 늘 경계해 왔다. 정말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겉면이 아니라 실제 작동 방식을 몸으로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타고니아가 정말 자신들의 목표에 맞는 행동을 하는지, 실제 병목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철학이 말에서 머물지 않고, 어떤 구조와 운영 속에 살아 있는지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100K는 신체적 호기심이나 도전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공부에 가까웠다.


나는 계속 브랜드를 만들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늘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곤 했는데.

나는 어떤 쓸모가 될 것인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나는 받는 자인가, 주는 자인가

이런 질문을 하며, 앞으로의 나는 가능한 한 '주는 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브랜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단지 제품을 파는 이름에서 머물지 않고. 철학과 태도, 방향성과 자산을 담아 세상에 전달하는 하나의 구조이지 않을까 한다. 동시에 브랜드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향해 가는 길고 어려운 ‘동적 실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파타고니아는 내게 특별했다. 그들은 옷과 가방을 만들지만, 실은 물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재무적 이익을 다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돌려준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더 큰 이익으로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이익을 다시 자원의 원천인 지구로 보내려 한다.


내게 중요했던 건 그들의 제품보다는 질문이었다.

이 선택이 지구에 덜 해로운가

공존의 선을 넘지 않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

나는 그런 질문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싶었다.


이번 파타고니아 제주 100K 현장에는 제주도의 여러 환경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도네이션 이벤트도 열리고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다른 트레일러닝 대회와 닮은 부분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꽤 달랐다. 3박 내내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웠고, 매일 열리는 레이스 설명과 그날의 사진, 영상들이 과한 연출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타고니아 임직원들이 단지 운영자가 아니라 직접 선수로 참여해 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언가 잘 짜인 이벤트라는 느낌보다, 자신들이 진짜 가치 있다고 믿는 활동을 실제로 참여자들과 함께 몸으로 수행하는 현장으로 보였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내부 구성원들의 몸과 태도에도 침투해, 일관되게 행동하며 진정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 가까웠다.


브랜드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슬로건이 아니라 행동. 메시지가 아니라 태도. 기획이 아니라 ‘축적된 일관성’.


마지막 날 100K 후반부에 갈수록 질문은 더 선명해졌는데.

왜 존재하는가.

돈과 사업은 어떤 쓰임으로 작동해야 하는가

공허함을 덜 느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결국 사라진다. 몸은 갈변하며 늙고 죽는다. 하지만 후대에 어떤 브랜드를 남길 수 있다면,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영향력은 내 몸보다 오래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게 브랜드 만들기는 단순한 사업 이상으로, 엑싯이나 상장만을 목표로 하는 일 이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의미를 축적하고, 무엇인가 더 많이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돌아보면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브랜드들은 어쩌면 본격적인 시작 전의 숨 고르기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부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누군가는 그것을 궤변이라 했고, 누군가는 재능이라 불렀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하나의 기능처럼 사용한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무엇을 만들 것인지, 더 집요하게 묻기 위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파타고니아를 더 좋아하고 싶어서 달린 게 아니었다. 지구든, 다른 어떤 가치든, 진짜로 무엇인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그 가치를 어떤 구조로 지속시키는지. 그 질문에 대한 작지만 희미한 힌트를, 이번 제주 100K에서 몸으로 조금 배운 것 같다.


나는 왜 100K를 달렸는가.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를 꼭 만들고 싶었고, 말이 아닌 몸으로 그것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