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창조하고, 더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일요일이다. 평소보다 더 두리번거릴 수 있는 날이다. 일종의 관조처럼 무언가를 멀리서 응시하는 시간이다. 거리를 두거나, 미루거나, 혼자 남겨지거나, 팽팽해진 간절함들을 느슨함으로 바꾸기 좋은 시간이다.
무언가를 빼곡히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어떤 분야든 발만 담가도 반 이상은 해낼 수 있는 세상이다. 장치가 그 몫을 한다. 재빠르고, 완전하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장치들과 나란히 세워진다. 이제는 사람들끼리가 아니라 장치의 정글에서 살아가야 한다. 모든 과잉이 도토리 키재기가 되어버린다.
어설프다. 남은 시간들은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전에는 무언가 어설프면 미묘하게 어딘가 티가 났던 것 같은데, 요즘은 뭐 어설퍼도 그걸 정제해 주는 장치가 가득하다. 그럭저럭 해도 그럭저럭 받아주는 세상인가 싶다.
어설픈 것. 인간의 민낯. 이런 것들이 ‘이야기’가 되고 있다. 장치들은 어설픔을 해부한다. 민낯을 분장시킨다. 가끔은 자연스러움마저 타락하게 한다. 모든 기준을 ‘완전함’이나 ‘빼곡함’으로 처리한다.
해부된 어설픔을 꿰맨다. 민낯을 보여주어라. 자연스러움을 격상시키자. 이게 장치에 지배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장치의 정글 안에 들어왔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 정글의 정교함 앞에서 ‘사람스러움’을 다소 격상시킬 수 있겠다.
일요일이 많아져야겠다. 장치가 대신해 준다는데, 매일을 장치의 정글에서 보내게 되면 장치의 가축이 되어버린다. 일종의 야생성 같은, 어쩔 때는 길들여지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 인생의 중반부는 이런 일요일 같은 시간을 전보다 많이 가져야겠다. 어설프게. 두리번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