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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지방 청소년에게 진로가 될 수 있을까

창업이 진로가 되려면, 먼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by 이니프

청소년에게 창업 교육이 왜 필요할까?

특히, 지방의 청소년에게 창업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서울과 지방의 가장 큰 차이는 '직접 경험의 총량'이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
그 과정을 먼저 해본 주변 사람의 존재는 지방에서는 드물다.


창업을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과 ‘스스로 삶을 설계해 보는 실험’으로 기획하는 것은 사고의 밀도와 방향성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지방에서 청소년 창업 교육이 갖는 현실적 조건


통계청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농산어촌 청소년 중 56.7%가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로 진학을 희망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은 “더 다양한 진로와 경험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이건 곧, ‘지금 이곳에서는 진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인식과도 같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 교육은 단순히 사업가를 양성하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 확장’을 제공하는 기획이어야 한다.


창업이 진로가 되려면, 구체적인 상상이 가능해야 한다


상상은 경험을 통해 확장된다.
지방 청소년 창업 교육의 목표는 ‘창업을 지금 당장 실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이라는 삶의 경로를 상상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상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예를 들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템 기획 → 피드백 → 테스트 → 작은 수익 만들기

학교 근처의 자원을 활용한 임시 브랜드 론칭 → SNS 또는 마켓 테스트

마을 기업,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하여 작은 생산과 유통 경험하기


이런 일련의 경험은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감각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기억들이 연결될 때, 비로소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정착, 이탈, 재도전의 갈림길에서


지방 청소년이 대학 진학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해 본 경험’ 일 수 있다.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 만든 제품을 팔아본 기억, 그리고 실제 만족을 느끼는 고객이 발생했던 순간은 그 지역을 단순한 고향이 아닌, 언제든 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지방 청소년 대상 창업 교육은 결국,
지역에 새로운 인재가 남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실험장을 만드는 일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해 본 기억이 있다면, 그 아이는 언젠가 어디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 도전의 장소가, 바로 지금의 지역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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