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창업의 자산이 되려면
지방 청년 창업에서 부모님의 사업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
지역 자원의 핵심, ‘가업 기반 창업’의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농업 종사자 중 63.1%가 60세 이상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라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가업을 잇는 사례는 전체의 8.7%에 불과하다.
지방에서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기반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도구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
부모님의 사업이 아무리 좋은 생산 자원을 갖고 있어도, 지금의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자리 잡기 위해선 새로운 해석과 기획이 필수적이다.
자원을 ‘창업의 언어’로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프레임
부모님의 사업을 창업 기반으로 전환하려면, 단순 승계가 아니라 기획적 재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접근은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사용자 시나리오 재설정
기존 : “우리 농장에서 딴 고구마입니다.”
전환 : “이 고구마는 아이들 이유식으로 최적화된 저당 제품입니다.”
→ 구매자가 경험하게 될 사용 맥락을 재정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상품 포맷의 경량화
대량 출하 위주 제품을 소단위 리테일용으로 리디자인
스토리텔링 중심 패키지 및 브랜드 어조 정비
→ 구매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포맷이 브랜드 초기에 더 효과적이다.
소규모 유통 실험 루트 구축
리워드형 펀딩 → 소비자 반응 수집
오프라인 로컬 팝업 → 실시간 피드백
소상공인 B2B 납품 → 반응이 빠른 매출형 실험
→ 대형 마켓 진출 전, 작게 실험하고 반응을 검증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브랜드는 자원의 품질이 아니라 기억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많은 가업 기반 창업이 브랜드화를 시도하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경험을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브랜드가 된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사용자 경험 설계”가 로컬 창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스마트스토어에서 월 매출 300만 원 이상을 기록한 로컬 창업 브랜드 중
75% 이상이 브랜드의 첫 고객 반응을 오프라인에서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님의 사업이 ‘성공 자산’이 되기 위한 조건
좋은 자원이 있다고 해도, 누구에게나 좋은 창업이 되진 않는다.
가업 기반 창업이 실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신뢰 가능한 생산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품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수요에 맞춰 납품 가능한 시스템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연간 생산량을 명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제품의 품질을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고객 페르소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기존 부모님의 고객이 아닌, 지금 내가 타깃으로 삼을 고객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지,
어떤 요소가 구매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기획과 실행을 아우르는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생산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자이자 마케터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제품군의 핵심 스펙을 명확히 정리하고, 콘텐츠 실험이나 SNS를 통한 테스트를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조건이 함께 충족되지 않는다면, 부모님의 사업은 창업의 기회가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
‘원물이 좋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부모님의 사업은 창업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가업 기반 창업은 그 자체로 시장에서 생존 가능한 기획이자, 제품 실험의 자산이다.
부모님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더라도, 그들이 쌓아온 기반 위에 지금 세대의 기획과 실행이 더해질 때
지방 창업은 전혀 새로운 시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가업을 현재의 방식으로 잇는다”
그 말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창업자의 언어로 부모님의 자산을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