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조, 소비 특성, 그리고 전략적 대안에 대하여
창업 생태계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전략적 접근 중 하나는 이른바 ‘선점 전략’이다.
“이 지역에 아직 이 제품은 없다”, “경쟁자가 없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을 먼저 점유함으로써 구조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수도권 및 경쟁 밀집 지역에서는 일정 부분 유효하다.
그러나 지방이라는 공간에서는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본 글은 지방 창업에서 독점 기반 전략이 왜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대안 전략으로서의 연결 기반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한된 시장 크기와 낮은 수익 한계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별 자영업자 매출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자영업체의 월평균 매출은 약 2,746만 원인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2,008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약 27%의 격차로, 수요의 절대적 차이를 반영한다.
지방의 군 단위 지역에서는 단일 품목 또는 단일 타깃을 대상으로 한 ‘독점’ 모델이 고정비와 인건비를 커버할 만큼의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다. 즉, 점유율이 높아도 시장 자체가 작아 수익 모델이 성립되지 않는다.
수요의 일반성과 실용성 중심 소비 패턴
지방 시장의 소비는 수도권에 비해 취향 지향성보다는
기능 지향성, 트렌드 소비보다는 실용 소비의 비율이 높다.
예를 들어, 군 단위 지역에서 고가의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 시도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소비자들은 “왜 이 커피는 이렇게 비싼가”라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
이는 ‘첫 시도’라는 차별성만으로는 시장 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선점 전략보다는 ‘왜 이 제품이 나에게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는 수요 기반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관계 기반 경제 생태계와 사회적 평판 구조
지방은 도시보다 인구 밀도가 낮고, 경제 네트워크의 밀도가 높다.
즉, 소비는 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평판과 신뢰가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된다.
따라서 독점 구조를 의도한 사업자일수록,
지역사회 내에서 “우리 것”이 아니라 “저 사람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소비자 및 파트너와의 협력 가능성을 저해하고,
브랜드 지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협업 기반 모델 설계
지역 농가 + 도시 디자이너 → 제품 공동 개발
상점 간 공동 기획 마켓 → 소비자 유입 확대
교육기관, 청년 창업자, 행정기관 간 연계 → 인프라 공유
협업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공급망과 유통망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공용 자산화 및 오픈 네트워크 구성
가공 설비 공동 사용 모델 (예: 푸드 메이커 스페이스)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툴킷의 개방
마을 단위 공동 브랜드 구성 및 공동 출점
이는 초기 고정비를 분산시키고,
무형 자산(브랜드, 고객, 신뢰)의 누적을 지역 전체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낸다.
요컨대, 지방 시장은 수도권과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독점은 매력적인 전략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시장 크기, 소비 특성, 사회적 연결성이라는 구조적 조건을 고려할 때, 단기적 성과 이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 창업자는
“내가 무엇을 제일 먼저 할 수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오래 만들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지방에서의 창업은 독점을 위한 ‘점유’가 아니라,
연결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설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