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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Jan 19. 2024

12월 홍콩의 맛

2023년 연말 홍콩 방문기 - 1일 차

[작가의 말]

홍콩을 다녀온 이야기를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고민하다 글작성이 지체됐다. 정보성 글이 좋을까 아니면 여행일기 같은 글이 좋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결국 어느 쪽도 결정하지 못하고 둘을 교묘하게 혼합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랬더니 작성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이미 그리 '결정'했으니 그리 갈 수밖에.

또 다른 고민은 2024년 새해 계획을 세우며 글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무언갈 기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20일가량이 지난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그리 '결심'했으니 그리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상도 함께 만들다보니 더 지체됐다. 그렇게 만든 영상, 앞으로 쓸 글의 내용을 골자로 한 나의 홍콩여행 영상일지도 첨부한다. 부디 영상만 보고 글은 안 읽는 일이 발생하질 않길..


[ 내가 찍고 내가 만든 홍콩여행 영상 >> "[홍콩여행] (1일 차) 2023년 12월 말 홍콩여행은 말이지" ]





 '홍콩을 언제 가는 게 좋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 동유럽에서 보냈던 추억을 갖고 있는 우리는 가능하면, 홍콩에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보는 게 어떨까라고 '호기롭게' 이야길 나누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연말 여행객들이 알고 있겠지만, 남들 즐겁게 노는 시간에 공간에 함께 있으면 비싸다. 의외의 시간을 노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엔 어차피 사람들이 대부분 놀고 즐기고 있다. 그때 맞춰서 홍콩에 들어가는 건 예산상 무리다. 그래서 과감하게 12월 26일에 홍콩에 들어가는 것을 노려본다. 역시 자주 애용하는 항공권 예약 플랫폼에서 확인하니 가격이 하루 만에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26일 오전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12월 26일 오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현지시간 오전 11시 50분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가는 날을 허비하지 않고 풀로 놀 수 있다. 만족스럽다. 1인당 항공권은 약 56만 원 정도 사용했다.


 옛날사람답게 9시 인천공항 출발을 위해 인천공항에 7시에 도착하는 과정을 고민해 본다. 참고로 나는 2023년 서울을 떠나 충북 옥천군으로 이주했다. 서울에 있을 땐 마포구에 살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면 인천공항은 금방이었다. 하지만 옥천군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것은 녹록지 않다. 2023년 여름 일본을 갈 때는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서 인천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해서 예상치 않은 돈을 썼다.


 자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겨울철 운전, 그것도 새벽운전은 쉽지 않다. 옥천군에는 옥천역이 있어 대전역까지 무궁화로 약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첫 기차가 7시 38분 기차다. 이미 이때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할 시간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 동거인이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를 낸다. 12월 26일 새벽 3시 40분에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버스로 인천공항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약 2시간 55분 소요되니 7시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딱이다. 우린 대전복합터미널까지만 자차를 이용하고 그다음부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작이 좋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니 여행을 떠나기 전 맡은 업무를 몰아치듯 '잘' 마무리하기만 하면 된다. 다들 경험해 봤겠지만 목표가 명확하면 조금 무리더라도 어찌어찌해 낸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게 2023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마무리하고 우린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 홍콩에 도착하다


 2023년 12월 26일 정오가 다 되어 홍콩에 도착했다. 언젠가는 꼭 가려했던(아니 이제 오려했던) 도시, 홍콩.

이 설명할 수 없는 아련함의 답을 이번 여행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마저 든다.


홍콩 대중교통은 모두 이 옥토퍼스 카드로 해결할 수 있다.


 홍콩국제공항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바로 옥토퍼스 카드를 구매한다. 충천식 교통(구매도 된다) 카드라서 구매비용이랄 것은 없다. 다만 보증금으로 HKD 50(한화 약 8,600원)을 내야 한다. 우리는 HKD200을 바로 충전했다. 홍콩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이거 한 장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예전에는 홍콩 관광을 독려하기 위해 HKD 100(한화 약 17,000원)의 구디스(Goodies) 바우처를 지급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구디스 바우처를 이용해 홍콩공항에서 홍콩 시내로 들어가는 AEL(공항철도)를 이용했다. 여전히 많은 여행후기에서 구디스 바우처 관련 정보가 많이 있다.

 하지만 2023년 11월부터 구디스 바우처를 중단하고 홍콩 나이트 트릿(Hong Kong Night Treats) 다이닝 바우처를 증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바우처로 활용하는 식당은 딱 봐도 고가이다. 먹부림 여행을 해야 하는 우리에겐 큰 매력이 없다. (이건 우리 이야기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분은 홍콩관광청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하지만 이 서비스도 2024년 3월 31일까지이다. 다음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우린 KLOOK에서 "홍콩 AEL 공항철도 티켓"을 왕복으로 구매했다. 한화로 1인당 27,700원이다. QR코드가 바로 발급되어 공항에서 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2. 홍콩 구룡역을 거쳐 조던역에 도착하다


 연말 비행기값 못지않게 연말 홍콩 숙소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엄청난 뷰를 자랑하는 홍콩섬, 침사추이 호텔들은 1박에 50만 원은 웃으며 뛰어넘는다. 우린 그런 호사를 누릴 계획도 누릴 돈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계획과 동선 등을 고려하여 침사추이 위쪽에 위치한 조던역(Jordan Station) 인근으로 잡았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가는 방법은 구룡역(Kowloon Station)으로 가서 버스로 환승하는 것이다. 옥토퍼스 카드도 충전했으니 마음껏 대중교통을 활용해야지 않겠나?


 공항철도로 구룡역까지는 약 29분이 소요된다. 정말 빠르다. 구룡역까지는 정말 편하게 왔는데, 그다음부터가 문제다. 홍콩은 알다시피 엄청난 인구밀도를 자랑한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다 보니 엄청난 고층빌딩이 즐비해있다. 특히 대부분 주상복합(?)이다. 그래서 출구도 많고, 호텔, 쇼핑몰, 지하철 등 입/출구는 셀 수도 없다. 구룡역까지 29분밖에 안 걸렸는데, 구룡역 버스정류장을 찾는데 30분 걸렸다. (황망)


 누군가는 구글맵을 따라 운전하다 계단을 내려갔다는데, 구룡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좌회전을 해도 우회전을 해도 버스정류장은 없다. 고가도로가 갑자기 나오고 사람이 갈 수 없는 길로 데려간다. 제일 좋은 것은 호텔, 쇼핑몰 입/출구에서 친절히 안내해 주는 직원분께 문의하는 것이다.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처음부터 그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결국 직원분의 도움으로 구룡역 버스정류장을 겨우 겨우 찾아 버스(60X)에 올랐다. 30분을 정류장을 찾아 헤맸는데, 버스 타니 16분 정도 걸렸다. (괜히 황망2)

 숙소는 조던역 1분 컷인 "metacity living"이란 호텔이다(182 Nathan Rd, Jordan, 홍콩). 1박에 약 15만 원 정도의 가격대였다. 다른 숙소 대비 가격대가 너무나 훌륭했다. 위치는 솔직히 더할 나위 없었다. 침사추이, 홍콩섬 등 대부분 관광지를 쉬이 갈 수 있는 췬완선(Tsuen Wan Line) 조던역이 코앞인 것도 그렇지만, 숙소 바로 앞이 구룡공원(Kowloong  Park)이다. 도심 속 힐링은 덤이랄까?


우리의 4박 5일을 책임져준 고마운 숙소. 홍콩에서 이 정도 크기의 숙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3. 백종원님도 반한 완탕면집에 도착하다


 체크인은 3시지만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다. 훌륭하다. 홍콩 오기까지가 어려웠지 와서는 다 술술 풀린다. 짐을 서둘러 풀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미 점심때가 많이 지났다. 홍콩여행의 주된 목적이 먹부림인데 조금 지체되고 있다. 견딜 수 없다.

 이미 동거인이 오래전에 홍콩 맛집지도를 완성해 두었다. 우린 이곳 중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 가도 된다. 메뉴, 리뷰, 만족도 등은 이미 검증된 곳들이다.


 우리의 첫 타깃은 완탕면이다. 완탕면과 딤섬 중 고민하다. 완탕면을 선택했다. 뭔가 완탕면을 먼저 먹어야 홍콩스러움의 완성 같은 느낌이었을까? 1분 컷인 조던역에서 췬완선에 올라 북쪽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몽콕역(Mong Kok Station)이다. 지하철로 9분 걸렸다. 걸어서 20여분이면 충분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먹부림이 지체되고 있다. (이미 현지시각으로 오후 3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홍콩에서의 첫 식사는 그 유명한 "Good Hope Noodle"이다 (123 Sai Yee St, Mong Kok, 홍콩). 백종원님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소개될 정도로 아주 인기 있는 곳이다. 반죽에 계란이 아닌 '오리알'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고, 예전에는 큰 대나무통으로 반죽을 쳐 죽승면(竹升面)이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손으로 하고 계셨다. (황망까진 아니고 아쉬움 정도)


Good Hope Noodle의 새우완탕면. 면발이 완벽하다. 개인적으로 홍콩 완탕면 2등!!


 매우 크게 찍었지만, 완탕면 그릇은 매우 작다. '아! 너무 작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괜히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시켜야 하나'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릇 크기에 속으면 안 된다. 탱글한 면발이 그릇 전체에 가득하다. 완탕도 4~5개가량 들어있다. 혼자 후루룩 먹기에 양은 충분하다. (사실 난 먹부림주장자지만 사실 그리 많이 먹진 못한다). 1그릇에 HKD 42(한화 약 7,200원)이다. 가격대도 너무 적당하다.


 방송과 리뷰 등에서 극찬한 것과 같이 면발의 쫄깃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새우 등 해산물 육수와 오리알 면의 조화는 환상이다. 기대이상이다. 아니 한국에서 먹어본 완탕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어나더레벨'이다. 과감하게 굳이 평해 본다.



Good Hope Noodle 새우완탕면 ●●●●○







4. 숙소 방향을 따라 걸어본다


 급한 허기 불은 껐으니 도심을 걸으며 홍콩의 정취를 느껴본다. (라고 쓰고 바로 먹을 것을 여숴본다) 방향은 숙소 방향으로 남쪽으로 걸어내려간다. 가다 보면 다양한 기념품 가판대 등이 늘어선 레이디스마켓(Ladies Market)도 지날 수 있다. 난 무용한 것들을 꼭 업어오는 편이라 이런 시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날은 아쉽게도 너무 이른 시간에 방문하여 문을 열지 않은 가판대들이 많았다.


홍콩 푸딩백 맛집인 Kadorar et Levain


 조금 더 남쪽으로 가다 보니 동거인 레이더에 걸린 유명 빵집을 마주한다. 강수정님이 오픈런까지 하셨다는 빵집, "Kadorar et Levain"이다(54 Pitt St, Yau Ma Tei, 홍콩). 홍콩 베이커리 등 다양한 디저트로 유명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중에서 최근 가장 핫한 '푸딩백'(아마 우린 푸딩빵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맛집이다. 현지시간으로 4시 30분 정도에 방문하니 길게 줄을 서진 않았다. 바로 매장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살 수 있는 정도? 사실 우린 처음에는 푸딩백의 존재를 깜빡하게 "홍콩에 왔으니 바로 에그타르트 때려야 하는 거 아녀?"라며 호기롭게 에그타르트만 사서 나왔다. 하지만 인증샷을 찍던 중 수많은 이들 손에 들린 푸딩백을 발견하고 아차 싶어 바로 다시 들어가 푸딩백을 샀다. 이럴 정도로 줄이 늘어서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 앞 거리가 혼잡할 정도로 인파가 많긴 많다.


촉촉한 푸딩백. 빵집에서 사서 나오자마자 흡입


 커스터드 크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 푸딩백은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에그타르트를 너무 좋아하지만 이 빵집에서 먹은 푸딩백과 에그타르트를 굳이 비교하자면, 푸딩백의 압승이다. 푸딩백 하나의 가격은 HKD 15(한화 약 2,500원)이다. 먹어보면 가격이 말이 안 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린 맞은편에 있는 TenRen's Tea에서 홍콩 첫 밀크티도 구입하여 함께 흡입했다. 더 환상이었다. 밀크티(Black Milk Tea)는 HKD 19(한화 약 3,200원)이다. 이 역시 경이로운 가격대다.



Kadorar et Levain  푸딩백 ●●●●○




(아! 이건 개인적 경험인데 홍콩 길거리에서 (전통)밀크티를 테이크아웃해서 먹으려 해도 잘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레몬티 테이크아웃집이 많다. 물론 수~많~은 차찬텡에 가면 밀크티 맘껏 먹을 수 있다)






5. 홍콩 대표선수 딤섬 먹으 도착하다


 늦은 점심도 먹고 맛있는 디저트도 먹었으니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본다(?). 말했다시피 먹부림 여행이다. 그리고 홍콩스러움을 느끼고자 완탕면을 선택했을 뿐, 아직 메인 중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딤섬을 먹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만두를 매우 좋아한다. 서울에 있을 때 만두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마침 숙소 근처에 매우 훌륭한 딤섬집이 있다(역시 동거인이 다 온라인 검증을 마친 곳이다). 바로 목적지로 향하고 싶지만 인간성이란 속성의 끄트머리를 잡느라, 괜히 아직 온전히 열리지 않은 Temple Street Night Market에 들러본다(Temple St, Jordan, 홍콩).


밤이 오지 않았어도 관광객이 많이 찾은 Temple Street Night Market


 역시 밤이 무르익지 않아 가판이 많이 설치되진 않았다. 하지만 길 양 옆을 꽉 채우기엔 충분했다. 아마 시간과 상관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냄새에 민감하긴 하지만, 향신료 등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는 우리다. 하지만 이 Temple Street Night Market은 우리의 역치를 뛰어넘었다.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던 야시장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데(우린 분명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다),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게 이 거리의 향인지, 아니면 어느 가판에서 파는 취두부 향인지, 다른 정체 모를 음식들의 향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어찌 됐든 그 향(들의 결합)이 우리를 거리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이제 굳이 지체하지 않고 저녁 장소로 이동한다. 약 5분여를 더 걸어 도착한 저녁 장소는 홍콩 딤섬 맛집 중 하나인 "Dim Sum Here"이다(홍콩 Yau Ma Tei, 佐敦廟街298號華志大廈地下). 역시 지체하지 않고 주문에 들어간다. 홍콩대표 딤섬들을 모두 시켜볼 심산이다. 하가우와 샤오마이, 창펀을 1차로 시켰다. 밀크티는 이미 마셨기 때문에 굳이 레몬티를 시켰다. 레몬티는 담긴 레몬을 으깨는 수준으로 꾹꾹 눌러 마셔야 그 향이 배가 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꾹꾹 눌러야 한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창펀 (BBQ pork in Rice Flour Rolls)


 한국에서 창펀을 먹어보지 못했다. 최근 딤섬집들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창펀을 판매하는 곳은 찾아보지 못했다. 창펀은 다양한 재료를 쌀로 만든 피로 감싸 쪄낸 다음, 홍콩식 간장을 듬뿍 뿌려 먹는 딤섬이다. 간장을 저리 많이 뿌렸지만 전~혀 짜지 않다. 오히려 약간 달다.

 우리가 시킨 돼지고기 창펀은 매우 훌륭했다. 돼지고기는 구운 베이컨 느낌이라 약간 아쉬웠지만, 쌀로 만든 피와 조화로웠다. 처음 먹어봤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한 판 두롤이 나오고 가격은 HKD 24(한화 약 4,100원)이다.


홍콩 대표선수 하가우(Har Gow)


 홍콩 대표 딤섬 중 하나인 하가우는 새우가 가득 차있고, 딤섬 피는 매우 쫀득하다. 창펀을 먹어서 인지 피가 쌀로 만든 것인지 궁금했지만, 중국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물어볼 수는 없었다. (영어로 물어볼 자신 역시 없었다는) 홍콩 첫 하가우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낌없이 들어간 새우살이 충분히 배를 채워주었다. 하가우 한 판(4개) 가격은 HKD 30(한화 약 5,200원)이다. 2개만 시킬 수도 있다.  


샤오마이 또는 슈마이(Siu Mai)


 나의 최애 딤섬 샤오마이는 더도 없이 훌륭했다. 온전한 형체를 한 새우가 얹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위에 뿌린 것은 통상 새우알일 테지만 홍콩에선 게알을 쓰기도 한다는데 역시 어떠한 언어를 써도 돌아오는 답을 온전히 알아먹을 자신이 없어 확인하지 않는다. 올려진 새우뿐만 아니라 노란 피 안에 담긴 다진 돼지고기 역시 완벽에 가깝다. 홍콩 첫 샤오마이지만 가히 홍콩 1등이 될 것 같은 맛이었다.  

 샤오마이 한 판(4개) 가격은 HKD 30(한화 약 5,200원)이다. 역시 2개만 시킬 수도 있다.


 이미 시킨 3개의 딤섬이 너무 훌륭해서 다른 딤섬들도 너무 시켜 먹고 싶었지만, 이때 약간 배가 차올랐다. 우린 점심도 늦게 먹었고, 거리 구경을 한답시고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도 마신 상태인걸 간과했다. 아쉽지만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했다.


Dim Sum Here ●●●●○







6. 야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다


 먹부림 여행답게 1일 차부터 알차게 홍콩음식을 즐겼다. 1일 차에 먹은 모든 음식이 너무나 만족스러웠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배가 적당히 불렀다. 그대로 들어가기에 더부룩할 듯하여 괜히 크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Temple St. 를 걷다가 Jordan St. 를 만나는 지점에서 동쪽으로 꺾는다. 조금만 가면 조던역이 나온다. 그럼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맛있는 느낌(대체 무슨 느낌일까)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우리가 저녁을 빨리 먹었더니 이때가 7시가 조금 지났었는데, 한 음식점 같은 곳에 현지인들이 정말 많이 모여있었다.


 "Kuen Fat Kitchen". 구글맵에는 Yau Ma Tei Station 인근에 있다고 나오지만, 우리가 서있는 곳은 버스정류장 "Bowring Street Yau Ma Tei" 부근이다. 지도에 새로 반영이 안 된 듯하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현지인이 정말 많은 도시락집이다. 백종원님의 유튜브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봤던 우리는 "우리도 도시락 사서 공원 가서 먹어보자"라고 이야기를 나눴던 터.


 

여러 반찬이 준비되어 있는 Kuen Fat Kitchen


 어차피 숙소에 돌아가서 홍콩맥주도 한 잔 하고 자야 하는데, 감자칩보다는 고기안주가 좋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홀린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배가 부르니 밥 없이 반찬 2개만 담는 버전을 선택한다. '블랙페퍼소갈비볶음'(진짜 이름이 아닐 수도 있다)과 '바지락볶음'을 주문했다. 밥이 포함된 버전과 가격이 좀 다르다. 반찬만 2개 고르면 HKD 50(한화 약 8,600원)이다.


 주문한 도시락을 받아 들고 홀린 듯이 숙소 근처 웰컴마트에 가서 홍콩 BLUE GIRL 맥주를 사서 숙소로 들어간다. 정말 뭔가 홀린 듯하다. 분명 배가 충분히 불러 충족한 상태였거늘. 우린 줄을 선 현지인을 보고 무지성 상태에서 야식을 구입했다.



 숙소 와서 씻고 도시락을 열었다. 굳이 한국 뉴스를 보며 맥주를 땄다. 도시락은 양이 많았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웬걸. 고기와 바지락 모두 극강의 술안주였다. 비단 달고 짭짜름한 점을 넘어 음식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정도였다. 굳이 평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Kuen Fat Kitchen ●●●●○







 첫 홍콩여행에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첫날 먹은 음식들이 너무나도 훌륭하여 모든 것이 사르르 잊혔다. 돌이켜보디 여행을 가서 첫날 먹은 음식 모두가 "●●●●○" 수준을 보였던 경험도 없었던 듯하다. 본식은 맛있었지만 디저트가 구렸거나, 본식 자체를 실패한 경험도 있었는데, 어떻게 모든 과정이 유사한 수준으로 모두 훌륭할 수가 있을까. 동서양의 문화가 혼합되어 서로 경쟁하듯이 맛의 힘을 키워왔기 때문일까?


 홍콩을 왜 오고 싶어 했었을까란 생각을 계속했었는데, 어쩌면 어린 시절 막연히 기억 속에 새겨진 홍콩영화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 장면들과 그 음식을 맛있게(어쩔 땐 게걸스럽게) 먹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도시락 뚜껑을 열며 양이 많다고 육성으로 뱉었던 스스로가 민망하게, 도시락을 텅텅 비우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머릿속엔 온통 '내일 뭐 먹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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