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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 were there Jan 08. 2024

홍콩으로 떠날 결심

2023년 연말 홍콩 방문기 - 프롤로그


2023년 12월. 역시나 지쳐간다. 다른 고민을 할 시간도, 일할 시간도 없다. 사업이 치여서 몸이 지치고 마음도 지쳐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 잘못이다. 과업 수행 일정 관리 하루 업무시간 관리를 소홀히 했다. 역시 돌아보니 이는 비단 2023년 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무의 특성상 유사한 잘못과 실수와 실책이 반복된다. 잘못과 실수와 실책의 경험이 쌓여도 바로잡아지지 않는다. 매년 연말 '아~ 또 시작이구나'라는 것을 '실수의 시작'과 함께 깨달을 뿐이다.(쓰고 보니 참 엉망이다)


어찌어찌 일의 스케줄을 다시 짜본다. 4주를 소위 미친 듯이 달린다면 연말 마지막 주는 어쩌면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편안한 연말 한 주를 위해 나머지를 희생한다.(내 삶인데 뭘 희생하고 여유를 선물해 준다는 건지)


계획을 세운다. 이 시간이 일이나 할 것이지 연말 한 주를 위해 또 계획을 세운다. 잠을 줄이고 보고서를 완성해 나가는 타임테이블을 보다 정교하게 세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도 않다. 자체 근무시간을 조금씩 늘리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행동의 목적은 연말 한 주를 위해서다. 

이렇게 확보한 귀한 한 주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또 이어진다. 

역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 시간에 밀린 일을 했으면 업무 종료가 더욱 단축되었을 텐데.(이는 시간이 지나고 삶을 돌아봤을 때만 할 수 있는 평가다)


이런 결정은 나 혼자 할 수는 없다. 일단 동거인에게 화두를 던져본다.



나 : “크리스마스 때 해외여행 가자.”


동거인 : “여름에 (일본) 갔다 왔잖아.”


나 : “내년에 백수 될 텐데 돈 있을 때 해외여행을 갔다 오는 게 맞는 것 같아”


동거인 : “그려. 가자. 어디로 갈까?”



평소의 나라면 태국을 말했을 것이다. 나는 쉬고 싶을 땐 꼭 태국을 떠올린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 : “전혀 다른 곳을 가 보고 싶어. 예를 들어 홍콩이나 마카오”



동거인의 지인 중에 계속 마카오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 추천이 머릿속에서 이런 말을 끌어낸 걸까?



동거인 : “그래. 홍콩이나 마카오 쪽으로 알아보자”



일단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결정됐다.

여전히 (일이 밀려있다는) 상황을 해결하려고는 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 세우기에 돌입한다. 

홍콩과 마카오 중 어디로 갈 것인가? 원래 우리 여행 스타일답게 한 곳에만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간다면 언제 출발해서 언제 돌아올까? 여유자금은 얼마나 있지? (참고로 우린 매월 각 10만 원씩 여행비용을 모은다)


일단 장소부터 결정한다.



나 : “홍콩으로 가자. 마카오는 어차피 호텔이랑 카지노밖에 없잖아.”


동거인 : “마카오가 진짜 좋다고 하던데. 그럼 홍콩을 거점으로 하고 하루 마카오를 갔다 올까?”


나: “아니. 그냥 홍콩만 가자. 나 어렸을 때부터 홍콩에 꼭 가 보고 싶었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말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난 정말 어렸을 때부터 홍콩을 가 보고 싶어 했다. 가고 싶었던 홍콩이 지금의 홍콩인지 그때의 홍콩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그랬겠지만 어렸을 때 아니 성장 과정 중에 언젠가는 영화나 음악에 푹 빠질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홍콩영화 황금기 때 제작된 장국영과 양조위와 성룡이 나오는 영화를 즐겨봤다. 비단 챙겨보지 않아도 명절 때마다 공중파에서 어색한 더빙판으로 방영되었던 것 같다. 어찌 됐든 즐겨봤다. 그땐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도 못한 화양연화를 보면서, ‘저 계단 밑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싶군’ 이런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화양연화를 보고 아름답게 슬픈 감정선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훨씬 지난 후이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의 각주가 되어준다. 그렇게 2023년 연말 쉼과 여유를 찾아 떠난 곳은 “홍콩”이다. 그다음 우리의 여행 계획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저렴한 비행기표를 검색한다.

2. 비행기표에 따라 일정(숙박 일수 등)을 결정한다.

3.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4. 일정에 맞춰 숙소를 예약한다.

5. 상세 계획을 짠다.


이게 전부다. 그리고 가서 즐긴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이렇게 떠나게 된 2023년 연말 홍콩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어찌어찌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홍콩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조금 무리해서 떠난 2023년 연말의 홍콩여행은 나와 동거인에게 생각보다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에 이런 내용도 포함된다. 그 결과물들도.


2023년 12월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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