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여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움을 하기 가장 좋은 타임이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에 둘러 쌓여 있으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많은 물건에 가려져 진정한 내 모습을 알 수 없다면 물건을 걷어내면 된다. 나를 가리고 있는 물건을 비움으로써 나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선택해온 결과물이다. 그냥, 기분이 내켜서, 직관적으로 샀던 물건 속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인지를 알 수 있다. 잡다하게 쌓인 물건들을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물건과 마주하면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비워지고 남겨진 물건들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 더불어 결핍되어 있는 부분을 알 수 있다.
유난히 집착하게 되는 물건 →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
결핍에서 비롯된 물건들은 다른 물건보다 눈에 띄게 수량이 많다. 책장에 가장 많이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어떤 장르를 배우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과 정리 책이 많았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욕망(?)이 이끌어낸 결과로 50권 이상 가까이 사들였었다. 지금은 다 정리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마음이 흐트러질 때 읽게 되는 8권 정도만 남았다. 이렇듯 자꾸만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서 구매했던 물건에서 내가 채우고 싶었던 부분을 알게 된다. 중복되거나 유독 많은 물건이 있다면 그 속에서 자신이 채우고 싶어 하는 결핍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50권 이상 육박했던 미니멀 라이프와 정리에 관한 책을 비우고 남겨진 단 8권 ㅎㅎㅎ 가지고 있는 책은 이게 전부!
불필요한 물건들을 걷어내면 잃어버렸던,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분별하게 그냥 버림으로 시작 했지만 물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의 가치관과 필요의 기준이 생겼다. 물건으로 내가 채우고 싶어 했던 부족함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물건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지 않게 된다. 나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인생을 대충 살지 않게 된다. 원하고 소망하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실행하는 실행력이 생긴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물건을 줄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 이루고 싶은 꿈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너무 많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과거와 미래에 묻혀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움의 소중함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에만 멈추기 않고 책 쓰기를 시작했다. 예전 같다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뿐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실행하는 데 조금도 지체함이 없어졌다.
삶의 군더더기를 비워내면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실행력이 생긴다. 물건을 버리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진다. 나만의 기준과 가치관은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이게 하고 결단력을 키워준다. 결단력은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준다. 가치 없는 일을 비우면 시간이 생기고, 실천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도전하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