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건강·운동의 지역사회학, 아래로부터 생활 속 진보를 꿈꾸다
이번 기고는 1월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내 몸 안 민주주의 구축하기 실제 과정의 고백이다. 나는 ‘다이어트’란 값싼 말로 나의 실험을 설명하지 않으련다. 다이어트가 아니라 체질을 개선하면서 몸 안의 민주주의를 구축했고 이 민주주의는 확장성을 가지면서 몸 밖으로 스미고 번지기 시작했다.
이번 기고는 내 안의 민주주의, 가족안의 민주주의, 마을의 민주주의, 지역의 민주주의,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민주주의가 내 몸 안부터 지역까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는 내밀한 고백서가 될 듯 하다. 많은 독자들의 조언을 부탁드린다.
망가진 몸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다
살은 계속 불어났고 더 이상 제어가 안 됐다. 2002년 대학을 막 졸업하고 옥천신문사 입사 전 70kg을 밑도는 몸무게는 더 이상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몸무게는 80클럽을 넘어서 이미 세 자리 수 진입을 넘어섰다. 목욕탕에 가기 싫었고 해마다 오는 건강검진 하기가 죽도록 싫었다.
내 무게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두통이 생겼고 기억력이 흐릿해졌다. 살이 목 부분에 붙으면서 무호홉증으로 코골이가 심해 따로 방을 쓴지가 오래됐다. 아이들과 내 아내와도 같이 잠을 자지 못했고, 우는 두 아이를 혼자 재우는 집사람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늦잠을 잤고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았다.
짜증과 피곤이 늘었다. 매일 세끼 육식을 먹는 날이 많았고 심지어 아침에는 닭백숙, 점심에는 오리고기, 소고기, 저녁에는 돼지고기까지 삼시 세끼 육식을 하는 날도 있었다. 비엔나 소시지나 스팸 같은 햄 계란, 참치 등을 정말 좋아했으며 우유나 콜라, 환타, 맥콜 등 탄산음료와 토마토 주스 등 과일 음료, 햄버거, 양념통닭, 족발, 수육 등을 자주 먹고 좋아했다. 그런 것들을 먹어야 먹는 것 같았고 풀 때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꼭’ 타고 다녔으며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몰랐고 자전거는 사놓고 눈으로 보는 전시품으로 전락했다. 또한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긴장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늘 기사거리가 머릿속에 맴돌았고 기사로 인해 갖은 항의와 욕설을 듣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매주 새벽 2~3시를 넘기는 목요일 마감은 일주일의 진을 모두 소진시켰다. 나는 이미 짜인 자본주의 매트릭스 안에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를 이미 놓아버렸고 월급쟁이처럼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그냥 그런 직장인이 되어 버린 셈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기자의 사명이나 책임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나름 자칭 풀뿌리 지역신문 기자이고 진보 언론인임을 자처했던 나의 슬픈 초상이었다.
생활 속 진보는 무슨 얼어 죽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채식 주의자를 보면 ‘참 그 사람 까다롭게 세상 사는구먼!’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10년 가까이 다닌 신문사를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다. 그만 두기 전 지난 1월 나는 12월말에 받은 건강검진 진단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건강검진 진단서의 내용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숫자로 또박또박 박혀있었다.
체중 108KG, 혈압 190,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다 기준치 초과 결과가 나왔고 의사 소견으로 신장, 간장 질환이 의심되고 당뇨가 될 가능성이 크며 고혈압 환자로 당장 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의사는 혈압 약을 강권했다.
이러다가 갑자기 쓰러지면 죽는다고.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힘이 쭉 빠졌다. 이제 막 3살, 4살이 된 우리 지민이와 정민이의 얼굴이 떠올랐고 사랑스런 아내 얼굴도 생각이 났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얼굴도 스쳤다. 아! 어쩌란 말인가?
나는 며칠 숙고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동료들의 협조로 나는 내 몸 안을 꽉 막히게 한 독소를 빼내기 위한 작업을 과감하게 시작했다. 동료이자 후배기자인 백정현 기자의 제안으로 효소 단식을 1월16일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월 초에 신문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4월30일, 정확히 106일이 지났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불과 3개월 남짓 새로 태어났다. 그리고 내 안의 혁명이 일어났다. 나는 이 과정을 절대 극기로 하지 않았다. 즐겁게 성찰하고 깊이 있게 사유하며 유쾌하게 실천했다.
먹을거리부터 시작한 생활 속 진보는 점차 다른 분야로 스며들고 번졌다. 나는 이번 기고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내가 생활 속에서 고민하고 실천했던 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다. 이제 짧지만 긴 여정의 첫발을 뗏다. 우리 즐겁게 대화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