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사 대표 황민호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면장이 아니라 담장을 마주하는 것 같은 답답하다는 '면장'이라 원래 뜻을 살리려면 '알아야 면장을 면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잘못된 의미로 굳어진 것은 설령 당초 의미와 다른 문장이라 할 지라도 뜻이 통하고 절실하게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고, '백견불여일행'이라 했다. 백번을 보아도 한번 이행하는 것만 못하다. 이것들은 이어진다. 행동하기까지에는 봐서 알아야 하고, 알아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이 들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ᅠ그만큼 아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아는 것은 보고 듣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는 지역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모든 지식은 서울로만 집중되어 있어 지역의 지식들은 아무리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에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는 기억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휘발되고 때론 왜곡되어 구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ᅠ특정 사회가 재생산 되려면 언론과 교육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언론은 현재를 기록한다. 교육은 보편적인 기록을 어린 세대들에게 학습시키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배운 것을 복습하고 새로운 것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ᅠ우리는 지금 지역에서 모든 일어나는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가. 행정관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눈으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ᅠ커뮤니티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공동체 언론이다. 지역사회 말과 글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이 풀뿌리 언론이다. 흔히 언론을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지만, 지역신문은 지역공동체를 돌아보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교육은 따로 국밥이 아니라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박제된 교육이 안 되려면 살아있는 교육을 만들려면 지역을 공부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학교 안에서만 배우려 하지 말고 학교 밖 학교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공부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인데 그것을 왜 배우는 것인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ᅠ지역 언론의 기사와 교육이 따로 분절되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의제와 민원, 문제 등에 대해 학교에서 같이 현장에 직접 가보고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토론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 그 자체가 교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관계자들은 언론이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 직접 알아보고 거기서 교육적 부분을 뽑아내어 같이 논의하면 되는 것이다.
ᅠ박제된 교육이 아니라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 등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가. 그것은 내가 언제든 걸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서 마주할 수 있는 삶터이고 일상이고 이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ᅠ지역 주간신문, 즉 풀뿌리 언론은 매주 지역의 사람과 문제를 끄집어내와 보도한다. 옥천신문은 무려 30여년 넘게 이 일을 해왔다. 222명의 주민들이 마음과 자원을 모아 만든 그 신문은 지금 10명의 상근 취재기자와 18명의 직원들이 신문을 매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고 살맛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풀뿌리 언론이란 구호를 갖고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옥천행복교육지구가 빠른시기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데이터베이스와 아카이브가 이미 지역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충분히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주 신문을 보면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인물이 절로 업데이트 되고 교육적 요소와 결합하여 방과후 학교로 결합하면 이처럼 쉬운 일은 없다. 모든 정보를 지역신문에서 얻는다.
ᅠ왜냐하면 지역은 그만큼 정보의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지역신문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나 구글, 다음에 백날 검색을 해봐라. 관급 보도자료만 줄창 카피 앤 페이스트로 수십가지 기사로 복제되어 나올 뿐이다.
ᅠ지역과 마을을 기록하는 의미는 중요하다. 지역의 역사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옥천의 역사는 옥천신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그만큼 이전의 기록은 정말 부실하고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풀뿌리언론을 만드는 고민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지역학 연구소를 만들어라. 괴산은 괴산학연구소를 옥천은 옥천학연구소를 만들 수 있다. 언론 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되는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가공하고 분류해 저장하고 학문으로 승격할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등을 학문화하여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 중심, 도시 중심에 매몰되지 않고 자립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정신을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상, 사진, 문서 자료 할 것 없이 지역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분류하고 아카이빙 하는 작업 현세 뿐만 아니라 후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교육과 삶은 분리될 수 없다. 낡은 지식만 외운다고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됨에서 오는 지혜를 장착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 자체가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밖으로 생활공간으로 교육은 외출을 해야한다. 외출을 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학교 안과 밖에서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과연 주인인가. 우리는 시민으로 대접받고 있는가. 왜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가. 여러 고민과 사유를 진일보시키면서 우리 지역 사회를 고민할 때 사회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진다.
농촌의 가장 기본 단위는 면이다. 지리적 정서적 일체감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지역공동체의 가장 기본단위라 할 수 있다. 안남면의 사례는 주민자치의 역량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배운 것을 실천했다. 생각한 것을 만들었다. 논의와 실천이 기반이 되면서 안남의 사례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우리 삶터는 위정자들에 내맡겨졌다. 그것을 흔히 선거민주주의, 선출직들의 정치라 부르는데, 그것은 실제로 보면 1초짜리 가짜 민주주의이다. 뽑아놓고 그들이 뭘 하는지 알려주는 매체가 과연 있는가. 우리는 알 수 있는가. 한번의 선택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어야 하는가. 우리의 의견은 제대로 담겨지는가. 안남면의 사례는 2002년 부터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지역의 축제인 작은 음악회를 만들고 2003년에 안남어머니학교를 만들고 2006년에 지역의 대표 논의구조인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를 구성하며 2007년에 배바우작은도서관을 만들고, 그 이후에 무료 마을버스를 만들고 배바우장터를 복원했으며 배바우신문을 만들고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짓는 등 여러 자치사례가 역사처럼 흐름처럼 이어졌다. 이런 흐름과 문화가 있기 때문에 지역화 교육이 오히려 쉽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직접 제어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언제나 아이들에게 개방될 수 있다.
아이들을 도시로, 서울로, 외국 유학을 보내려고 하는 교육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대 가면 좋고 하바드대 가면 좋은, 그게 일등 교육방식이라고 하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지역에 젊은이가 없다고, 청년이 안 들어온다고 하는데 농촌에서부터 도시로 보내지 않는가. 도시로 청소년과 청년을 보내면서 누가 오기를 바라는 것일까. 농산물만 로컬을 먹을 게 아니라 지역 인재도 지역에서 길러내야 한다. 지역을 알고 배운 청소년들이라야 지역을 설계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다. '꿈은 세계로'라는 구호는 용도폐기 되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세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터, 내가 살아온 지역을 어떻게 스스로 더불어 잘 만들 수 있을까가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