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민자치 1번지 옥천군 안남면을 보라!
주민주도로 20여 년 동안 지역자치 도시계획 새로운 실험 중
들어가며 ; 세계시민'으로의 정체성을 두고 끊임없는 '확장', '성장', '발전', '개발' 등의 가치로 가속화하던 것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이같은 흐름은 좀처럼 바뀌어지기 힘들 것이다. 거기에 맞게 공공시스템과 자본들이 이미 촥 달라붙어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틈만 나면 유사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본질을 가리고 포장으로 현혹하여 똑같은 일들이 여전히 자행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민이 보여야 한다. 사람이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일만한 적은 수의 공동체, 의견이 묻히지 않고 반영될 수 있는 수준의 공동체, 선출직과 관료들의 문턱이 높지 않고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수준의 공동체, 그리고 거창한 촛불집회가 아니라 할지라도 일상적으로 민에 의해 견제, 비판, 감시될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한다. 지역 소멸이라는 어마무시한 말로 작은 것들을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작은 것들에 희망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가치들 대신, 자치와 자급 그리고 연대, 순환과 공생의 가치로 각 지역의 최소 생활권 단위를 건강하게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세포 세포 하나 하나가 주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우리는 다양한 삶의 공동체를 만날 수 있다. 읍면동과 달리 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사라져가는 농업농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촌이라는 특성이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중심지이고 아울러 자연환경과 사람 주거지가 있는 문명 사이에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할 뿐더러 어떤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면에 비해 비교적 도시화 된 읍과 동은 주거지와 공공시스템과 자본이 제공하는 여러서비스가 편리하게 이어져 있다. 물론 읍은 시내권과 그 외지역으로 나뉘어 시내권 이외의 지역은 여느 면과 다를바가 없다. 이는 땅값상승의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자본과 권력이 숨쉰다. 쪽수는 선거 때 표로 굉장히 중요하고, 고객의 많고 적음은 자본이 자리잡고 성장하는데 기본 요건이다. 보통 군 단위 읍지역에는 프랜차이즈가 별로 없었는데 최근 십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면 자본이 촉수가 시골까지 뻗쳐 돈을 끌어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면은 읍,동과 완전 다르다. 이어져 있지 않다. 읍과 동이 개발로 인해 시가지의 확장을 획책하고 끊임없이 땅값을 부추겨왔다면 면은 여러 이유로 인해 개발과 발전에서 소외되어 있다. 일단 쪽수가 적다. 사람 수가 적다 보니 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것이다. 1960~70년대를 정점으로 탈농으로 인해 사람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자본은 발빠르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공서비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면은 산과 강과 들로 인해 마을과 마을이 널찍하게 떨어져 있으며 농촌마을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워낙 드문드문 다니는 바람에 교통여건도 굉장히 열악하다. 면 소재지의 쇠락은 농촌공동체를 붕괴위기에 놓이게 한다. 면 소재지는 농촌공동체의 수도같은 셈이다. 여기에서 매 5일마다 오일장이 열렸고 관공서와 금융기관, 상점, 식당까지 필요한 것들은 면 소재지에서 다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시군자치제를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군청이 있는 읍중심으로 모든 개발행위들이 집중되었고 공공서비스도 읍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시내버스도 면 자체를 순환하는 것보다 읍으로 가는 일방향 통로에 거쳐가는 노선으로 짰기 때문에 면소재지 구심은 급격하게 쇠락되었다. 오일장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버스 한번만 타면 읍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면에 있는 사람들이 읍으로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역의 정체성이 흐물거리기 시작했고 면 소재지는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면의 쇠락은 농촌의 소멸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동의어다. 벼랑 끝에 몰린 농촌의 현실을 즉시하고 코로나 19사태 이후 대안의 전환기 공동체 모델을 찾고자 주민자치1번지 옥천군 안남면을 소개한다.
인구 1천명 내외의 옥천에서 가장 작은 인구의 안남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들 스스로 면지역의 열악함을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ᅠ자본이 퇴각한 그 자리에, 공공서비스마저 조금씩 발을 빼는 시점에서 주민들 스스로 마음을 모아 공모사업이든, 자체 기금을 통해서든 지역의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핵심 방점이다.
ᅠ자치의 기치를 내걸고 지역의 비전과 미래를 상정하고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하나씩 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ᅠ인구도 적어 점점 쇠락해지는 면 소재지, 식당과 공판장, 농협, 파출소, 면사무소, 우체국 등이 전부였던 조그만 면 소재지 인근에 새로운 공공형 시가지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은 민에 의한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공동'으로 만든 공공형 시가지는 일자형이었던 단조로운 시가지를 삼각형 모델로 조금 더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ᅠ면 소재지 초입에는 2007년 배바우작은도서관이 주민의 힘에 의해 세워졌고, 도서관은 하나의 주요한 꼭지점이 됐다. 면사무소 앞에 배바우생태광장과 돌탑과 팽나무, 둥실둥실 배바우상, 12개 마을을 상징하는 12그루의 소나무 등 역시 주민들이 직접 일궈놓은 공동체의 상징물이다. 광활한 잔디광장은 매년 가을에 열리는 안남작은음악회의 무대와 객석으로 훌륭하게 쓰이고 있으며, 잔디광장에서 조그만 농로를 따라 도로로 나가면 또 하나의 꼭지점인 배바우도농교류센터가 보인다.
ᅠ배바우도농교류센터는 2006년 마을마다 집집마다 배분했던 수계기금 일부를 면 단위를 위해 쓰기로 마을 이장들이 결의하고 그 논의구조로 지역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결정했던 주요 건축물 중 하나이다. 지역발전위원회에서는 먼저 건물을 세우기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첫해 종잣돈을 투자하기로 하고 농업과 농촌 분야에 각 컨설팅회사와 함께 지역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컨설팅 회사에 다 맡긴 것이 아니라 주민 주도로 회의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그렸고 이는 두터운 책 두권으로 나왔다. 이 계획서로 농촌마을종합개발계획 사업에 공모를 했고 마침내 선정되어 그 첫번째 건물로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지은 것이다.
ᅠ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안남면 주민들이 농림부에서 권역사업으로 공모된 사업을 그 경계를 넘어 면 전체사업으로 스스로 승화시켰다는 점. 실제로 계획서에는 권역으로 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추진 회의에서는 면 전체 대표성을 띤 지역발전위에서 계속 논의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행정이 그어놓은 한계를 스스로 넘어선 것이다. 이는 수계기금의 활용에도 적용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배분되었던 수계기금의 주민지원사업비의 용처를 금강유역환경청이나 옥천군의 지침과 무관하게 스스로 바꾸었다는 점. 마을과 개별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떼어내 공동의 기금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굉장히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안남면이 그렇게 공동의 대단위사업을 시작하자,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를 정책으로 받아들여 똑같이 일률 적용토록 했다. 주민들의 대책이 정책을 바꿔놓은 셈이다.
ᅠ그리고 이 대단위 지원사업을 그냥 이장들이 모여 혹은 면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꼴의 대의구조를 갖추고 진행했다는 것 또한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2006년 말에 12개 마을 이장들은 공동의 주민지원사업비를 만들기를 결의하고 이 논의구조를 이장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담아내기 위해 논의구조 자체를 새로 꾸렸다. 스스로의 기득권을 일정정도 내려놓은 셈이다. 12개 마을 이장과 12개 마을회의에서 추천한 마을위한 1명씩, 24명이 각 마을 몫으로 배정되었고 면 지역 여러 단체장, 가령 자율방범대장, 의용소방대장, 체육회장, 새마을지도자회장, 새마을부녀회 회장, 주민자치위원장 등 15명 내외의 각 단체별 비례대표를 추천해 포함시켰다. 40여 명의 주민 평의회를 만들어 낸 것은 중요하다.
ᅠ면의 단체를 살펴보면 단체별 힘겨루기가 심한 곳은 갈등도 많다. 이장협의회나 주민자치위원회, 체육회 아니면 자체적으로 만든 번영회나 면민협의회 등 여러 조직들간 갈등과 반목이 심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안남면은 이를 한데 묶어 새로운 논의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호선했고 해당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위원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내는 역할을 했다.
ᅠ면장과 공무원들은 옆에서 배석하며 기록하고 자문하는 역할 정도를 했다. 민이 주체가 된 것이다. 비영리 비법인이었던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는 후에 사단법인 안남지역공동체로 법인화를 했고 지금도 매달 회의를 하면서 지역의 많은 일들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다.
ᅠ앞으로 진행되는 일들은 안남면 공공형 시가지 조성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산수화권역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통해(숙박, 세미나 장소 대여, 가이드, 콩나물 공장)를 통해 사회적기업 배바우영농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한 안남면은 그 옆에 목욕탕, 복지관, 실내체육시설을 연이어 조성하면서 주민들의 문화복지거점을 만드는 계획을 확정하고 현재 조성 중이다.
ᅠ주민들이 직접 기금으로 땅을 사서 공유지를 만들고, 그 위에 필요한 건물을 하나둘씩 만들고 있다. 물론 운영도 주민들이 한다. 이를테면 도시계획부터 공공의 건물을 짓는 것까지 주민들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만드는 것이다.
ᅠ이는 2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안남의 방식이다. 상향식 모델로, 주민들이 먼저 논의하고 결정하고 공모사업이나 예산 요구 등을 통해 하나둘씩 만드는 방법은 유효하게 진행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듯 하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은 중요하다. 의원이나 군수, 국회의원이 내리 꽂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되는 논의를 통해 이를 구현하는 방법 자체가 물꼬를 트기도 어렵고 흐름을 만들기도 못내 어렵기 때문이다.
ᅠ배바우작은도서관도 그런 시도로 만들어졌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은 주민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국립중앙도서관의 공모사업을 통해 건축비용인 2억원을 확보했으나 토지와 운영비가 없었다.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당시 안남농협에 요구하여 영구 무상임대로 토지 사용을 이끌어냈으며 군에도 계속 건의하며 건물 짓고 난지 1년이 채 되기 전에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후에 도 예산으로 태양광과 지열 냉난방을 완비했으니 국비, 도비, 군비, 농협 토지 사용까지 이끌어냈으나 운영은 주민이 하는 새로운 모델을 설계한 것이다. 옥천군이 운영비 지원을 할 당시 기부채납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주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고 주민이 직접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천명했던 것이다. 이같은 방식들은 여러 사업들을 결의하고 추진하면서 반복되어 진행됐다.
ᅠ실상 마을버스로 추진됐던 도서관셔틀버스 또한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지혜의 산물이었다. 주민들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하고 요구했던 것이 마을순환버스였다. 기존의 버스는 읍을 중심으로 일자형 노선 버스였기 때문에 주민들은 면소재지를 정점으로 마을을 순환하는 순환버스를 간절히 원했다. 주민들의 명을 받들어 지역발전위에서는 이를 추진하려 했고 군과 버스회사는 완강히 반대했다. 기존 노선을 폐지한다고 할 정도로 어깃장을 놓으며 주민들이 추진하려는 마을 버스안을 좌절시키려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러 의견을 내어놓았고 그 중 하나가 도서관 셔틀버스였다. 도서관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도서관 셔틀버스는 법적으로 운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예산지원도 해 줄 명목이 분명했다. 버스요금을 받을 수도 없었다. 도서관셔틀버스를 실상 마을순환버스처럼 이용했다. 무상마을순환버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는 사회적약자들의 튼실한 발이 되었다. 지금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행하지만, 이전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마을을 돌았다. 2002년 즈음에 만들어진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이 너무 잘 이용했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집에 가려는 아이들이 늦게까지 책을 볼 수 있었다.
ᅠ이런 중요한 일련의 결정들이 면 대표 논의구조인 지역발전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된다는 것은 나름의 안정감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ᅠ안남면의 모델은 우리나라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주민 주도로 바꾸는데 가히 혁신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 몇 개로 뚝딱뚝딱 만들어 개인기를 뽐내며 외화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조직적 관계적으로 수많은 말과 행위가 오고가면서 축적된 신뢰위에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여느 모델과도 다르다.
농촌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코로나 19대전환기를 맞이하여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여러 가지 담론들이 횡행하지만, 그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농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안남면은 지속가능한 농촌에 중요한 성찰과 사유를 하게 한다. 따사롭고 평안한 남쪽마을 안남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