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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민초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었다

by 권단

황민호의 ‘나로부터 생활혁명’ 마지막 회

6개월여가 지났다. 반년동안 내 몸에 일어난 변화는 정말 신기했다. 거짓말처럼 사십킬로그램이 내 몸뚱아리에서 사라졌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자본주의의 독소였고 내 욕심의 비계였다. 나는 살을 빼기보다 내 몸에 대해 공부했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기보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부했다.

나는 내 몸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건강이 다르지 않음을 알았고 내가 하는 운동과 지역운동이 별개가 아님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와 가족. 마을과 지역. 그리고 나라를 관통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민주주의가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평등한 생태민주주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삶은 백팔십도 바뀌었다. 내 밥상에는 더이상 재벌기업이 생산한 성분도 알수 없고 맛을 교란시키는 가공품은 올라오지 않는다. 감히 발을 붙이지 못한다. 냉장고 안을 채웠던 재벌 족벌기업의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도 다 치웠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야금야금 빼앗기 때문이다. 재벌과 족벌들은 약한자의 건강을 헤치며 그렇게 기생해왔다.

이제 이마트나 프랜차이즈 편의점 빵집에서 장 보는 것이 없어졌다. 옥천살림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한살림을 이용한다. 배바우장터에서 향수꾸러미. 배바우밥상, 품앗이생협에서 지역농산물을 공급받아 바로 내 밥상에 오른다.

항생제 병원 가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얼마전 민들레 의료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젠 주치의가 생긴 것이다.

돈으로 거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원도심레츠에 관저 품앗이, 옥천살림, 배바우장터에서 두루로 봉으로. 살림으로 바우로 거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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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 생산지를 견학하러 온 대전 한살림과의 연으로 한살림에 가입해 농산물로 만든 가공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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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동 풀무학교에 다니는 기연이의 연으로 상주에 사는 풀무학교 학부모가 나서면서 개관하게 된 상주 외서마을도서관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땅을 사지 않고 배바우 어린이 농장지기를 자처하며 틈나는 대로 풀메기를 하고 있다. 지역 놉을 자처하며 부르는 대로 달려가 감자도 캐고 복숭아봉지도 싸고 옥수수도 따고 고춧잎도 따고 있다. 그리고 농민회에 가입했고 흙살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나를 위해 옥천동화읽는 어른모임에 가입했다. 동네 아지매들과 동화책을 같이 읽으며 이야기 나누는 재미 솔솔하다. 후배 손에 이끌려 저녁먹으러 갔다가 얼김에 옥천작가회의도 가입했다. 같이 살아있는 글을 나눌 것이다. 옥천향토사연구회에도 가입신청의사를 밝혔다. 옥천의 뿌리깊은 향토사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아는 형이 있는 월간 토마토에 후원회인 토마토 케찹으로 활동중이며 충청리뷰에서 풀뿌리 기자 명함을 주어 글 품앗이를 해볼 요량이다. 배바우마을신문 마을기자가 됐고 나의 뿌랭이인 옥천신문 자유기자로도 활동할 생각이다.

우리가족은 황금빛 가족으로 변신했다. 청산에서 인연을 맺은 기봉이는 황금빛노을. 지민이는 황금빛 나래. 정민이는 황금빛들녘 집사람은 황금빛 햇살. 나는 황금빛 여울러 예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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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에서의 포근한 추억들. 아이들과 냇가에서 같이 놀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대학교 견학도 가고 했던 기억들이 아련하다. 도서관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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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청산주민들과 함께 청산희망의도서관 우수사례로 상을 받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확대된 가족의 이름은 칠성별의 대모험이다. 장인. 장모님. 우리 아버지. 어머니. 처형. 매제 등 모두 살펴보니 일곱가지의 성씨이다. 그래서 칠성별이다. 카페를 만들고 서로의 재능을 같이 공유하는 가족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이다. 자동차 수리. 전통요리. 한방. 천연비누. 치약. 화장품. 재봉. 수선. 정원만들기. 오토바이.


음향. 전기. 농사. 사물놀이 등 그 재능 넘쳐난다. 같이 협동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나눌 것이다. 우리의 브랜드는 칠성무당벌레이다. ^^*

그리고 나는 지금 몇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마을연구소 일이다. 생활권 중심 농촌커뮤니티에 대해 입체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 모든 분야에 걸쳐. 컨설팅 기간은 무한정이고 에이에스 기간도 무한정이다. 같이 호홉할 것이다. 주민으로 같이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골프장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름하여 천개의 고원 프로젝트이다. 골프장이란 화두로 천명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생생하게 담을 예정이다.

또 고을잡지 옥천사람들을 만들 것이다. 옥천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것이다. 만인보의 시작이다. 만 명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다.

지역농업과 환경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할 것이다.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끈을 놓지 않고 공부할 것이다.

자본의 촉수인 전기를 집안에서 점차 몰아내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몸을 쓰는 일을 할 것이다. 아이와 격의없이 아내와 민주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할 것이다.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광장에 나와 저잣거리에 나와 몸을 부대끼며 배우고 있다. 때로는 생채기가 나고 때로는 아프지만 그것도 다 배움의 과정이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조만간 반핵. 반에프티에이. 발골프장 반 조선일보의 취지를 담은 옥천꽃쌀을 부둥켜 안고 전국 방방골골 수많은 풀뿌리들과 살아내려는 민초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그 꽃쌀에는 생명쌀 현미가 담겨져 있고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 함께 가는 길 꽃길이라고.

나. 지금 육십팔키로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일이키로 변동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밥은 양껏 먹지만 현미를 고수하고 채식을 지킨다. 가공식품과 과자. 탄산음료. 아이스크림등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기피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이런 말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행복하다.

이 땅위에 진짜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공익요원이 되고 싶다. 원탁의 공론장을 소중히 여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원탁의 기사단이 되고 싶다. 전국 방방골골 보따리 하나 들쳐메고 돌아다니는 보따리 장수 되고 싶다. 그 보따리에 민초들의 이야기 가득 담으리라.

탈주하라. 그럼 길이 열린다. 대안을 미리 찾지 마라. 탈주하고 헤매다 보면 길이 보인다. 여기 동지가 친구가 있다. 같이 가자. 저 너머에는 분명 무지개가 있다. 그 무지개는 우리 힘으로 언덕을 같이 넘어갈 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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