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A, 플랜 B, 플랜 C

2026 제주북페어 후기 (1)

by 이제

김포공항은 처음이었다. 누가 봐도 처음 온 사람 같은 표정으로 창밖의 비행기들을 구경하며 츄러스를 먹고 있을 때 문자가 왔다.


‘고객님의 상품이 배송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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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북페어를 위해 추가 제작한 엽서가 이제야 도착했다는 메시지였다. 지난 며칠 동안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조바심치며 배송조회를 거듭했지만, 결국은 비행기 시간에 쫓겨 눈물을 머금고 집을 나서야만 했다. 가져가지 못하게 된 그 엽서는 앞으로 일주일간 현관문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예정이었다.


책이든 굿즈든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일찍 주문해놓아야 한다는 교훈을 작년 남양주 북페어 때 수만 원의 퀵비를 지출하며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버렸다. 심지어 이 엽서는 플랜C였다. 플랜A, 플랜B 모두가 어긋나서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한 플랜C조차 실패로 끝난 것이다.


플랜A. 새 책 완성해 가져가려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포기

플랜B. 굿즈라도 새로 만들어 가져가려 했으나 인쇄·제작이 상상초월로 오래 걸려 실패(아직도 안 오고 있음)

플랜C. 기존 굿즈라도 추가 제작해 가져가려 했으나 비행기 이륙 직전에 배송완료됨


......하지만, 그래, 괜찮다. 괜찮기로 하자. 삽질이 경험이 되고 글감이 되고 노하우가 되고 나라는 캐릭터에 인간미를 더해준다고 생각하기로 결심했으니까! 인생 뭐 있나? 하하하하하하하!


농담처럼 말했지만 북페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현재, 저 플랜 A~C를 모두 실패했어도 ‘실제로 괜찮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너무 많은 걸 원하기 때문에, 10개 중에 9개를 실패하고 1개만 해내더라도 어쨌든 앞으로 가긴 간 거라고 나 자신을 격려하곤 한다. 그러니까 못해낸 것보다는 해낸 것에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기대를 내려놓자고.


새 책이 없어도, 새 굿즈가 없어도, 엽서가 부족해도, 손님들은 감사하게도 내 테이블을 재미있게 봐주셨고 책도 사주셨다. 저 계획들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내가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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