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주북페어 후기 (3)
이번 제주에서는 북페어 말고도 또 하나의 일정이 있었다. 그것은 무려...! 팟캐스트 출연......!!!ㅋㅋㅋㅋㅋㅋㅋㅋ
진행자 호미 님과 제주 책방 사장님들이 책 얘기를 나누는 채널 <책 읽는 집>에 초대받은 것이다. 물론 내가 유명해서 섭외된 건 아니고 호미 님이 옛 직장 선배였던 인연이 있어 나가게 됐다. 나란히 앉아 일하던 공무원 두 명이, 하나는 방송을 만들고 하나는 책을 만들어 다시 만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반가운 자리였지만 한편으론 상당한 모험이었다. 나는 작가소개 글에도 ‘말하기·듣기보다 읽기·쓰기가 편하다’고 쓸 만큼 말도 잘 못하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다. 게다가 직장까지 그만둔 지 2년이 흘렀으므로 대화 능력은 더 퇴화했을 걸로 추정됐다(대화할 일 자체가 거의 없어서 실제로 퇴화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름).
하지만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명언, ‘성공하려면 쪽팔림을 겪는 단계가 필수’라는 말을 되새기며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온라인 세계지만 때로는 익명의 네티즌이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바로 저 문구가 그랬다.
꼭 성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수치심이란 한때 거쳐 가는 단계일 뿐 내 열등함을 증명하는 낙인 같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고 용기가 난다. 산을 오를 때 숨이 찬 것처럼,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는 쪽팔림이란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고 쪽팔려도 괜찮은 거다. 그러니 과감하게 쪽팔림을 각오해보자!
녹음 약속을 잡은 뒤, 원래는 완벽한 예상질의답변자료(공무원들이 의원의 질문에 대비해 미리 만들어 놓는 두툼한 Q&A 자료)를 준비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플랜 A~C를 모두 실패하느라 제주행 당일 오전까지 정신이 없었던 고로 아무 대책 없이 녹음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호미 님이 내 앞에서 마이크를 설치하고 콘솔을 조작하는 동안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정상으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자기소개 한번 해주세요~”
“지금 시작하는 거예요?!! 아니죠??!!!(동공지진)”
그로부터 어떻게 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다. 아는 사람과 아는 얘기를 나누는 거라 그나마 어려움이 덜했던 것 같고, 호미 님이 워낙 내 책을 꼼꼼히 읽고 질문을 잘 던져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며칠 후 올라온 방송을 들어보니 걱정한 것보다는 괜찮았다. 편집의 힘이 클 테고, 뚝딱대는 부분들이 은근히 웃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여기서 했어야 하는 말은 A가 아니라 B였다’고 부연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아본다. 이때 못한 말은 다른 기회에 하면 되겠지(과연?). 딱 한 가지, '독립출판을 하다보면 생기는 뜻밖의 일들'의 단적인 예가 이 팟캐스트 녹음이라는 말만 추가하고 싶다.
이 방송은 아래 팟빵 링크에서 들으실 수 있다. 제주북페어 참가 후기와 내 책 『적당히 살고 싶어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출연분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제주 풀무질·노란우산·아무튼책방, 광명 읽을마음 책방 사장님들의 책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방문해보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