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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크 Jul 16. 2023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연구하자

메타인지의 힘

 공부든 일이든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자 하든, 흔히 일단 뛰어들고 열심히 하는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찾아나가지 않고 무작정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효율이 굉장히 낮아 과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흔히 메타인지라고 하면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것만을 칭하지만,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지식 또한 메타인지의 하나이다.


 메타인지란 1970년대에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가 창안한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메타인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요소로 분류된다.

서술 지식 (declarative knowledge) - 자신이 학습하는 부분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지식과 능력을 가졌는지 아는 능력

절차 지식 (procedural knowledge) - 이해 정도를 아는 능력.

전략 지식 (conditional knowledge) - 지식 습득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

(출처 : 나무위키)


 서술 지식과 절차 지식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하면 지식을 잘 습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 지식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게으르다.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공부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미친 듯이 공부하지 못한다. 하루에 8시간을 넘게 공부하기는 어렵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밥은 매우 천천히 먹는 스타일이고, 하루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체력관리가 가능하다. 연락하는 것도 엄청 좋아해서 사람들 연락이 오면 바로 받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쓰고 나면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나는 슬럼프도 특별히 없었고, 학점 관리도 하면서 휴학도 한 학기만 하고 준비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나는 단지 내가 머리가 좋고 열심히 해 합격했다고 생각했는데, 공부 방법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면서 나만의 비결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공부를 할 때,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머릿속에 잘 외울 수 있을까를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늘 고민했다. 공부를 최적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매우 많다. 시간, 공간, 습도, 온도, 서술식 또는 요약 방식 노트 활용, 수면 패턴, 펜의 사용, 암기 시 소리를 내어 암기하는 것 또는 쓰면서 암기하는 것, 그림을 그리며 암기하는 것, 한 과목의 집중도가 몇 시간 이상 됐을 때 떨어지는지, 의자는 어떤 것이 좋은지, 소음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밥은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는지, 강사는 어떤 강사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공책은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종이의 질감은 어때야 하는지 등이 모두 고려 요소이다. 이것들은 정해진 답이 없고 사람마다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본인의 스타일과 패턴을 여러 시도들을 통해 찾아내야 한다.


 가령 나는 정해진 시간을 가지고 너무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게 맞지 않다. 하루에 어느 정도의 양을 하겠다. 일주일에 어느 정도를 하겠다. 한 달에 어느 정도를 하겠다 정도의 개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유연하게 실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간의 경우 너무 정적이고 침묵이 흐르는 공간보다는 살짝 부스럭거려도 되고 움직여도 되는 공간을 좋아한다.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같은 곳은 너무 답답해 우울해지곤 했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해서 에어컨에서 멀리 있는 곳을 좋아한다. 습도의 영향은 많이 받지 않으나, 너무 건조하면 입술과 손이 터서 로션 등을 챙겨 바르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햇빛을 봐야 우울감이 없어 창가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약돼 있는 책은 스토리가 잘 잡히지 않아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줄글로 풀어져 있는 책을 좋아한다. 한 책만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게 다소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른 사람이 쓴 교과서나 수험서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 앉아있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집중력이 떨어져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잠은 아침 알람을 맞추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오전 학교 수업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시간에 기상을 했다. 하루에도 공부할 때 과목을 변경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공책의 경우 줄 간 간격이 조금은 넓은 게 쓰기 편했다.


 특정 과목, 특정 스타일의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도, 무작정 그 과목을 파거나 해당 스타일의 문제를 많이 풀고 외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과목을 돌파하고,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가령 나는 법 과목의 판례 문구 그대로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시중의 여러 문제집에 있는 두문자를 모두 따서 요약집을 만들어 판례 문구를 외웠다. 경제수학이 어려워 경제수학에 사용되는 식들을 모두 정리해 한 장으로 만들어 틈나는 대로 외웠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주변에 공부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공부 관련 상담을 많이 해줬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끈기와 근성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정적으로 무엇이든 한다. 하나의 목표가 있으면 끈기 있게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상담을 해 주면서,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잘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교수 학습법이 잘 맞는지, 어떤 스타일의 공부 방법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잘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제대로 된 도구와 스킬 없이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드는 장수와 다를 것이 없다 싶어 많이 의아했었다. 그래서 내가 대단한 것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실험해 보고 답을 찾아나가라는 말을 듣고 나서 크고 작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단 공부만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몸이 아프거나, 정신이 불안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잠이 잘 안 오거나, 인간관계가 잘 해결되지 않거나,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가족이나 연인, 가까운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을 때, 흔히 시간이 해결해 주겠거니 하고 참고 견디다 큰 병이 오거나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실천하다 보면 삶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나는 잠에 빨리 못 들었다. 보통 소화가 잘 안 될 때 잠이 잘 안 와서, 온갖 소화제를 먹어보고 나에게 맞는 소화제를 찾았다. 여러 병원에 다녀보다 좋은 한의원을 찾아 추나요법을 해 소화 문제를 해결했다. 침대 종류도 여러 개를 알아보고, 넓고 푹신한 침대를 사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암막커튼을 쳐 빛이 들어오지 않는 환경을 조성했다. 소음이 될 수 있는 소음원들을 모두 제거하고, 똑딱이는 시계도 모두 없애고, 전기코드에서 들리는 전기잡음도 없애기 위해 코드를 뽑고 잠에 든다. 미군수면법을 활용해 온몸의 힘을 빼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러고 나니 요즘은 눈을 붙이면 거의 바로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집요하게 잠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해보고 시도를 해보고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가르쳐준 방법들을 실험해 보고 잠을 잘 자게 되었다는 사람이 있어서 뿌듯했었다.


 나는 회사에 처음 출근했는데 중책을 맡았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맡은 업무를 장악하고자 관련된 법령과 지침, 과거 사례, 국내외 사례, 타 회사의 업무방식, 관련 논문 등을 집요하게 찾아보고 나만의 업무 스타일을 만들어내 업무 성과를 냈었다. 또 일 잘하는 사람이 쓴 책과 영상 등을 열심히 보고, 회사에서 업무 능력이 좋다는 분들을 찾아가 업무 스타일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여쭤보기도 하고, 보고서를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며 윗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하고 좋은 반응이 있는 보고서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해 놓고 그 방식대로 보고서 작성 방법을 수정해 나갔다.


 무슨 문제가 있거나, 무엇인가를 해내야 할 때 집요하게 그것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방법을 실험해 보고 도전해 보고 나만의 솔루션을 찾아나가 본다면 성취의 비결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실험과 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도전 정신이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hr.wanted.co.kr/insights/pa_pl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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